며칠 전 특파원 간담회에 갔을 때 일이다. 조윤제 대사의 현안 설명을 듣고 있는데 트위터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는 알림이 울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였다.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지명자가 인준과정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몇몇 언론이 섀너핸에게 가정폭력 문제가 있다는 보도를 한 직후였다. 트럼프가 트위터에 이 소식을 알린 후 몇 분이 지나자 미국 언론들이 속보를 띄우기 시작했다. 이게 요즘 미국 대통령과 미국인들의 의사소통 방식이다.

중요한 일이 있으면 대통령이 직접 말하거나 트위터를 날린다. 대통령이 먼저 말하고 참모와 관료들은 줄을 서듯 결을 맞춰 표현을 가다듬는다.

대통령이 직설적으로 말해버리니 속이 시원하긴 하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트럼프식 표현은 세밀하거나 친절하진 않아서 어떤 부분은 공백으로 남게 된다.

예를 들어 최근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베이징지국장이 자신이 쓴 김정은 평전인 ‘마지막 계승자’에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생전에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원으로 활동했다’는 주장을 해 화제가 됐다. 트럼프는 이와 관련한 기자 질문에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무슨 뜻일까. 트럼프 정부에서라면 김정남을 CIA 정보원으로 쓰지 않았을 것이란 뜻일까. 아니면 김정남이 그렇게 죽음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뜻일까.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해주진 않았다.

얼마 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정보사항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파악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두루뭉술한 답을 하고 넘어갔다. 트럼프가 한 말을 참모들이 마음대로 해석할 순 없으니 이렇게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사례가 종종 일어난다.

최근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사임의사를 밝혔다. 그 소식도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마치 트럼프가 샌더스 대변인의 ‘대변인’이라도 된 것 같은 장면이었다. 개인적으로 백악관 언론 브리핑이 워싱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풍향계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에선 브리핑이 드문드문해지더니, 대변인과 기자가 설전을 벌이면 대통령이 나서서 대변인을 두둔하는, 역할이 뒤바뀌는 상황도 벌어졌다. 결국 정례 브리핑은 사라졌다. 샌더스는 대변인으로서 하던 가장 중요한 일을 할 수 없게 된 후 더 이상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트럼프는 샌더스 대변인에게 고향 아칸소주로 가서 주지사에 출마하라고 했다. 샌더스 아버지 마이클 허커비도 아칸소주 주지사였다. 전직 목사로 대선 도전도 했었다. 말을 재미있게 잘해서 ‘허커비 쇼’도 진행했었다. 샌더스가 백악관 대변인이 됐을 땐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보면서 정치 조기교육을 받은 결과일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나저나 백악관에서 샌더스의 후임 대변인을 찾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대변인이 필요 없는 대통령에게 또 대변인이라니. 이젠 명칭이라도 바꿔줘야 하는 것 아닐까.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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