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가 두 달을 넘기면서 이제 사람들 입에서 ‘신물이 난다’ ‘지겹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눈은 여전히 조국 관련 뉴스를 더듬고 있습니다. 나라를 두 동강 낸 이 사태가 어떻게 막을 내릴지 관심을 끊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태 추이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조국 반대와 지지 진영 모두 나라의 앞날이 이번 사태의 결말에 달려 있다는 듯이 비장함을 품고 있습니다.

10월 9일 한글날에도 엄청난 인파가 광화문에 몰려들었습니다. 숱한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조국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속을 ‘조국’이 헤집어놓은 꼴입니다. 먹고살기 바쁘고 고민도 많겠지만 일단 조국 장관을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건 듯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또 정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서초동에 모여든다고 합니다. 나라가 온통 늪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조국 사태 와중에 눈을 조금 돌려보니 몇 가지 주목할 뉴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표하는 ‘기술수준평가’ 보고서를 분석해 내놓은 자료도 그중 하나입니다. ‘소재부품 기술수준과 정부 연구개발 사업 평가’라는 제목의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소재부품 기술 수준이 세계 최고 미국을 100%로 했을 때 78.3%에 그쳤다고 합니다. 양국 간 기술 격차가 아직 3년에 이른다는 분석입니다. 주목할 것은 일본과 중국입니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0.9%포인트 줄이는 데 그친 반면, 일본은 2.4%포인트, 중국은 12.9%포인트나 줄였다는 겁니다. 그 결과 미국을 100%로 했을 때 일본은 98%, 한국은 78.3%, 중국은 76.2%의 순으로(2018년 기준) 나타났다고 합니다.

일단 중국의 속도가 놀랍습니다. 10년 전인 2008년만 해도 우리와의 격차가 14.1%포인트나 됐지만 이제는 턱밑까지 쫓아왔습니다. 박 의원은 우리와 중국과의 소재부품 기술 격차가 불과 0.7년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앞으로 1년도 못 돼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뒤집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일본과의 격차입니다. 2008년 17.4%포인트였던 일본과의 격차는 지금은 19.7%포인트로 오히려 1.3%포인트 벌어졌습니다.

최근 벌어진 일본과의 갈등 속에 우리가 목청껏 외친 것이 기술자립입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결과로만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대로 해서 과연 일본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우리가 한 걸음을 떼는 동안 일본은 열 걸음 앞으로 도망가버렸기 때문입니다. 전략적으로 국력을 쏟아도 모자랄 판인데 기술자립 노력을 ‘쇼’하듯이 해서는 더 허망한 노릇입니다. 이 와중에 일본과의 무역전쟁 국면에서 소재·부품·장비 산업 국산화가 시급하다며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투자한 ‘필승코리아 펀드’ 가입자의 3분의 1이 판매 회사인 농협은행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와 함께 일본이 2년 연속 노벨 과학상을 받았다는 뉴스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안 그래도 정체된 나라를 깊은 수렁에 빠뜨린 죄가 조국 장관에게 하나 더 추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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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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