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77, 80.

마감 날 뉴스를 장식한 우리 원로 정치인들의 나이입니다. 제일 막내가 1947년생인 손학규 민생당 대표로 이번 총선에 비례 2번 후보로 공천 신청을 했습니다. 당내에서도 ‘노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모양인데 본인은 5선 고지를 목표로 좌고우면하지 않는 듯합니다. 77세는 우리공화당 서청원 의원으로 역시 비례 2번 후보입니다. 이번에 당선되면 우리 헌정 사상 최다선인 9선 고지에 오르게 됩니다. 80세 원로는 우여곡절 끝에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종인 전 의원입니다. 8년 전인 2012년 총선 때는 새누리당을, 2016년 총선 때는 더불어민주당을 승리로 이끈 노 정객이 또다시 총선판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들 세 원로 정치인이 처음 금배지를 단 것은 모두 혈기왕성한 40대 때였습니다. 교수로, 기자로 활약하다가 국회에 진출해 적지 않은 경력들을 쌓았습니다. 그로부터 30년 넘게 흘렀는데도 여전히 은퇴를 모른 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2017년 ‘정치인 65세 정년 도입’ 주장을 펼쳐 논란을 빚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표 의원은 “65세 이후에 내가 노욕이 생겨 공직을 탐하면 강퇴시켜 달라”며 “모든 공직에 최장 65세 정년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소신을 펼쳤습니다. 당시 그의 주장이 72세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에 족쇄를 채우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그래야 나라가 활력이 있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며, 청년에게 더 폭넓고 활발한 참여 공간이 생긴다”는 그의 정년 도입 명분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회 전반의 수명이 늘어나면 정치인의 은퇴 시기도 당연히 늦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우리 제헌국회의 평균 연령은 47.1세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의 20대 국회 평균 연령인 55.5세와 비교하면 8살 이상 어렸던 셈입니다. 우리 국회의 평균 연령은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40대였지만 1987년 13대 국회를 계기로 50대를 넘어섰고 18대 53.5세, 19대 53.9세 등 지금까지도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21대 국회 평균 연령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3월 22일 기준 민주당과 통합당 후보들의 평균 연령이 20대 국회의원 평균 연령과 똑같은 55.5세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정치인의 평균 연령이 올라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상대평가를 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우리와 국민 평균 연령이 비슷한 나라들에 비하면 분명 우리의 국회는 늙었습니다. 국제의원연맹(IPU) 자료에 따르면 우리와 전체 국민 평균 연령(2019년 기준 42.6세)이 비슷한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의 경우 의회 평균 연령이 각각 47.9세, 48.7세, 49.4세 등으로 우리보다 훨씬 낮습니다. 좋은 정치의 기준이 꼭 젊음은 아니지만 세상이 급변하면서 젊어야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는 영역도 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나이 든 정치인들은 왜 쉽게 은퇴를 못 할까요. 한 재선 국회의원에게 물어보니까 “집에 가서 할 일이 없어서”라고 간단히 답하더군요. 평생 정치만 하다 보니 정치를 그만두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아는 정치인이 많다는 겁니다. 다들 제2의 인생 운운하는 세상에서 어찌 보면 끔찍한 얘기로 들립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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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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