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니켈광산인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의 플랜트 건설 현장. 한국 컨소시엄이 27.5%의 지분을 갖고 있다. ⓒphoto 한국광물자원공사
세계 3대 니켈광산인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의 플랜트 건설 현장. 한국 컨소시엄이 27.5%의 지분을 갖고 있다. ⓒphoto 한국광물자원공사

세계에서 세 번째 부자에 등극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는 최근 한 포럼에서 니켈의 중요성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광산회사는 니켈을 많이 채굴하세요. 니켈을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채굴하면 테슬라는 그 기업과 오랜 기간 동안 엄청난 계약을 할 겁니다.”

왜 머스크가 니켈의 중요성을 강조한 걸까. 니켈은 대부분 스테인리스강의 합금 재료로 쓰인다. 즉 도금이나 표면처리 등 공업용 금속이다. 특히 전기도금, 주물, 전기통신기 재료, 항공 우주선 등 우리 생활에 매우 유익한 공업용 금속이다. 더구나 기술개발로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부각되면서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머스크가 니켈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의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그리고 일본 파나소닉 등이 니켈 함량을 더 높인 자동차용 ‘하이니켈’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가는데 한 번 충전으로 500㎞를 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목표이다.

배터리에는 리튬을 포함해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4가지 핵심소재가 들어간다. 이 중 니켈 양극재의 함량을 늘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게 숙제다. 배터리 완성 업체들은 니켈 함량을 90% 이상까지 높인 제품을 개발 중이다.

니켈이 2차 배터리 제조를 위한 필수 소재에 속하다 보니 니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에 있는 니켈광산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니켈을 어느 정도 수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지분을 갖고 있는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최근 이 광산을 매각하기로 한 사실이 최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광물공사가 멕시코 구리광산에 대한 과투자로 재무구조가 나빠진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해외사업을 매각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과연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좋은 일인지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어렵게 확보한 세계 3대 암바토비 니켈광산

이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에서 이 광산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에 있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나라다. 아프리카에 속하지만 말레이, 인도네시아계가 주류 사회를 이뤄 ‘아프리카 속 아시아’로 불리는 곳이다. 마다가스카르는 1500년 스페인의 디오고 디아스에 의해 유럽인에게 처음 알려졌다. 19세기에는 영국의 점령 아래 있었으나 1896년부터 영국과의 식민지 쟁탈전에서 이긴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투쟁 끝에 1957년 프랑스 자치공화국으로 말라가시공화국이라는 국명을 갖게 되었고, 1965년 마다가스카르 민주공화국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이런 연유로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 문화가 혼합된 나라다. 신생 자원부국인 마다가스카르는 광물자원이 풍부하지만 탐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나라이기도 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이 나라의 니켈광산을 개발하기 위해 2006년 9월 한국광물자원공사를 비롯한 국내 주요 자원기업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뛰어들었다. 암바토비 니켈광산은 뉴칼레도니아의 SNI 니켈광산, 인도네시아 소로코 니켈광산 등과 함께 세계 3대 니켈광산이다. 특히 이 사업은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대륙의 광물자원 개발에 대규모로 나선 최초의 성과물이었다. 동시에 아프리카 자원개발 성공시대를 열 개막 작품으로 평가됐다.

마다가스카르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제1항구 도시인 토아마시나가 있다. 이곳에서 다시 내륙 쪽으로 10㎞쯤 들어가면 198만㎡(약 460만평)의 광활한 지역에 석탄열병합발전소 등 니켈 제련에 필요한 플랜트 시설들이 우뚝 솟은 곳이 나온다. 이곳이 세계 3대 니켈광산으로 꼽히는 암바토비 중심 현장이다.

암바토비 광산에서 국내 니켈 소비량 4분의 1 확보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때는 한국컨소시엄(한국광물자원공사, 경남기업, 포스코대우 등 한국 지분 27.5%)을 비롯해 캐나다 셰릿(40%), 일본 스미토모상사(27.5%) 등이 참여했다. 당시 한국 측은 옵션으로 15년 동안 해마다 니켈 3만t을 들여오기로 했다.(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한국이 공급받는 조건, 전체 생산능력 연간 6만t) 당시 한 해 평균 12만t인 국내 니켈 소비량의 4분의 1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6가지 전략광물의 하나인 니켈은 산업의 귀금속으로 불릴 정도로 값이 비싸다. 스테인리스강, 특수강으로 만들어지고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 제조에 많이 쓰인다. 또 니켈은 앞서 언급했다시피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도 쓰인다.

당시 암바토비 프로젝트 성공 뒤에는 여러 난관이 있었다. 광물공사는 2006년 9월 사업 참여를 위해 다이나텍사(이후 캐나다 셰릿에 흡수)와 프로젝트 참여 조건에 대해 협상을 시작했지만 원래 다이나텍은 우리에 앞서 중국의 철강기업인 시노스틸과 기본협상을 끝내고 중국 정부의 승인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당초에는 우리와의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기회가 생겼다. 중국 정부의 승인이 길어지면서 광물공사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결국 발전소 건설 경험이 없는 중국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주들로부터 낙찰 결정을 얻어냈다. 동시에 국내에서 수출입은행의 자금 지원을 이끌어낸 뒤 한국 기업의 풍부한 기술력을 주주사에 적극 알렸다. 또 한국이 주요한 니켈 소비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 결과 2007년 2월 한국컨소시엄이 1억7500만달러에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었던 것이다.

당시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대규모 광업투자법을 시행하여 자국의 광산개발을 위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장려했다. 그러나 2009년 3월 군부 쿠데타로 자원민족주의를 주장하는 과도정권이 등장해 사이닝 보너스, 로열티 인상, 무상지분 양도 등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시작하였다. 같은 해 7월 사업주주단은 3국의 외교단 및 PF은행 대주단과 공조하여 현지 과도정부의 부당한 요구를 철회시켜 건설이 지속되었으나 하청업체나 건설인력 운용 제약으로 건설이 상당히 지연되었다. 또한 아프리카의 섬이라는 지리적 제약에 따른 자재조달의 어려움, 설계물량 증가 등으로 건설 기간이 약 2년 연장되어 2012년 9월에 초도생산이 개시되었다. 재무상 완공 역시 계획 대비 2년 지연된 2015년 9월에 달성하였다.

암바토비 광산을 얻기까지

한편 한국컨소시엄도 2008년 금융위기로 경남기업의 워크아웃(기업개선)이라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광물공사는 대우인터내셔널(이하 대우)과 함께 워크아웃을 신청한 경남기업의 투자비를 대납하고 경남기업이 보유한 지분 1.5%, 1.25%를 각각 나눠 인수하는 처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후 지분 변동이 여러 번 있었다.

한국의 지분 변동은 2010년 광물공사 22.5%, 대우 4%, STX 1%에서 2010년 광물공사 17.5%, 대우 4%, 현대중공업/종합상사 2%, 삼성물산 3%로 바뀌었다가 2013년 광물공사 22.5%, 대우 4%, STX 1% 등으로 바뀌었다. 해외 포함 전체 지분율은 현재 일본 스미토모상사 47.67%, 한국광물자원공사 33.0%, 캐나다 셰릿 12.0%, 포스코인터내셔널 5.87%, STX 1.46%로 정리된 상태다.

암바토비는 계속되는 공기 연장과 광업 붐으로 인한 자재비, 인건비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쳐 총투자비 역시 증가했다. 결국 시설 투자비와 운영자금을 포함한 총투자비는 9회에 걸쳐 증액돼 최초 투자결정 당시 29억4000만달러 대비 3배 증가된 87억3000만달러로 늘어났다. 이러한 모든 위기를 넘긴 끝에 암바토비 사업은 우리나라도 아프리카 자원개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사실 아프리카는 자원보고였지만 유럽과 중국 등에 밀려 그동안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석탄열병합발전소 및 플랜트 부지 등 니켈 제련에 필요한 주요 시설물을 성공적으로 건설해 건설 능력을 각인시킴으로써 패키지 전략을 통한 아프리카 자원개발 진출의 길이 열린 것이다.

그동안 암바토비 사업은 악조건에서도 꾸준히 생산을 이어갔고 니켈 가격도 대체로 상승세를 탔다. 사업 추진 당시인 2006년 t당 9000~1만달러였던 니켈 평균가격은 2007년 하반기엔 2만7000달러까지 치솟았고, 2011년까지는 평균가격이 2만2800달러 정도였다. 그 후 광물가격 하락으로 몇 년간 1만달러 선까지 밀렸지만 2017년 하반기에는 평균 1만2000달러까지 상승했다.

전기차가 밀어올린 니켈과 코발트 가격

암바토비에는 니켈 말고도 값비싼 코발트가 생산된다. 코발트는 리튬과 함께 2차전지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이다. 코발트 가격은 2017년 12월 말 기준 t당 6만2000달러로 전해 같은 달보다 117% 급등했다. 그러다 2018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해 평균 가격이 1만8000달러까지 급락했다. 세계 최대 코발트 매장 지역인 콩고의 광산이 조합원 분쟁으로 조업이 중단된 것이 큰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올 들어 차츰 가격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면서 지난 8월 25일 기준 3만5600달러 선을 넘어서고 있다. 코발트의 가격 상승 원인 역시 최근 뜨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때문이다.

암바토비 사업은 지금의 니켈·코발트 시세와 전기차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전망이 밝다. 2016년 니켈 평균가는 t당 9609달러인데 암바토비의 순현금 생산원가는 t당 9414달러였다. 2016년 암바토비에서 니켈 4만2081t, 코발트 3273t이 생산됐다.

무엇보다 이 광산은 국내 니켈 소비량의 25%에 해당하는 연 3만t의 니켈을 확보하고 있다. 향후 전기차 전망도 매우 밝다. 전기차 시장 규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전기차 생산의 선두주자인 테슬라 자동차 1대당 약 30㎏의 니켈이 소요된다. 니켈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수소차에도 쓰인다. 철과 니켈의 합금인 스테인리스강이 수소차 분리막에 쓰이기 때문이다. 니켈은 미래산업인 드론, 로봇 등 첨단 기계 분야에서도 크게 각광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는 배터리용 니켈 수요가 올해 15만t에서 2030년 약 110만t으로 7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앞으로 2~3년 내 니켈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지난 8월 26일 런던 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니켈 현물가격은 t당 1만5034달러로 이미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최근 5개월간 36% 상승했다.

한국은 이렇게 중요한 니켈 광물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안정적인 공급처는 없다. 그나마 광물공사의 암바토비 니켈광산이 유일하다. 그런데 이마저도 팔려고 한다. 광물공사는 이명박 정부 때 진출한 해외 광산 투자로 경영 여건이 안 좋은 것이 사실이다. 여러 원인이 있었겠지만 박근혜 정부 때 관리마저 못해 더 곤경에 처했다.

결국 2016년 이후엔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 부실을 대표적인 적폐로 보고 해외 자원개발 직접투자 금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는 2018년 광물공사의 해외자산 전부를 매각하도록 결정했다.

테슬라 조립라인 ⓒphoto 뉴시스
테슬라 조립라인 ⓒphoto 뉴시스

文정부 광물공사 해외자산 전부 매각 결정

니켈 업황은 올해 초부터 급반등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암바토비 니켈광산 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자 아프리카의 첫 자원개발 사업이기도 하다. 어려움이 많이 상존하고 있지만 여기서 포기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이고, 암바토비 광산은 전기차를 연간 3만대 정도 제조할 수 있는 매장량을 가진 세계 3대 니켈광산 중 하나다.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생명이다. 즉 니켈 함량을 늘려야 배터리 수명이 늘어난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1위 한국 LG화학(25.5%), 2위 일본 파나소닉(22.9%), 3위 중국 CATL(21.0%), 그리고 4위 한국 삼성SDI(5.6%) 순이다.

둘째, 자원시장의 가격 변화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이는 니켈, 코발트 가격 상승이 말해준다.

셋째, 이제는 세계 어딜 가도 암바토비만 한 대형 프로젝트를 찾을 수 없다. 일본 스미토모상사가 왜 지분(47.67%)을 늘려 운영권을 확보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넷째, 니켈과 코발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전기차 배터리 외에도 특수강 등 합금강에 반드시 필요한 광물자원이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는 우리가 자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아프리카 광산개발 사업이다.

만약 국내 기업이 지분 인수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해외 기업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리의 경쟁국인 일본이나 중국 기업이 인수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를 잘 살펴보고 해외 자원개발에 일관된 전략을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 사업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결정해야 한다.

키워드

#기고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전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