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트럼프 대통령. (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좌) 트럼프 대통령. (우) 바이든 민주당 후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 국익 우선주의가 더욱 본격화하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시즌 2’가 열릴까, 아니면 바이든의 당선으로 중국 공산당 체제 붕괴도 불사하는 공격적인 자유주의 패권(liberal hegemony) 전략이 추진될까?

이도 저도 아니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어려운 경제적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을 바탕으로 평시엔 동맹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을 견제하면서 유사시에만 본토에서 군사력을 파견하는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 전략이 본격화할까?

패권과 국익 사이에서 혼선 거듭한 트럼프

2020년대 세계 질서는 이처럼 11월 초에 치러지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선택될 ‘대전략(Grand Starategy)’에 달렸다. 지난 4년 동안 미국의 대전략은 국익 우선주의와 자유주의 패권 사이에서 혼선을 거듭했다. 트럼프는 2017년 1월 취임 직후 자유주의 패권을 폐기하고 국익 우선주의 추진을 선언했다. 하지만 미 행정부 안팎에서 자유주의 패권 전략을 주도했던 이상주의적 신보수주의 성향의 외교 엘리트들인 ‘블롭(the blob)’의 반발로 인해 자유주의 패권 성격의 정책들이 국익 우선주의와 충돌하면서 미국의 대전략에 대한 논란이 증폭됐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서로 적지 않은 격차를 두고 승리할 경우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 시즌2로 가려 할 것이고 바이든은 자유주의 패권의 부활을 기정사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누가 되든 박빙의 차이로 승부가 갈릴 경우 역외균형이 대안으로서 본격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 결과 미 국민이 어느 한쪽에 표를 몰아주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난다는 것은 다수가 국익 우선주의의 본격화와 자유주의 패권의 부활 모두를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어려운 만큼 국익 추구도 중요하지만 그럴수록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경제 및 안보 협력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외교 및 군사적 견제를 해야 한다. 그렇게 세계 질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미국의 진정한 국익이라는 데에 미 국민 다수의 생각이 모아질 경우 역외균형이 차기 미 행정부에 의해 2020년대의 대전략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차기 미 행정부를 위한 대전략의 선택지가 이처럼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들로 논의되는 것 자체가 탈냉전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 이는 그만큼 중국의 패권 도전에 맞서 미국이 글로벌 패권국의 지위를 지켜야 한다는 미 안팎 전 세계 자유주의 진영의 여망이 크다는 걸 보여준다.

매튜 크로닉의 중국공산당 붕괴론

최근 세계 패권 이행 문제를 정치 체제와 연관시킨 연구 결과들은 전 세계 자유주의 진영으로선 무척 고무적이다. 미·중 패권 경쟁의 승부는 이미 끝났다는 것이다. 미 학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조지타운대 국제정치학자 매튜 크로닉(Matthew Kroenig)은 2018년 출간된 저서 ‘강대국 경쟁의 귀환(The Return of Great Power Rivalry)’에서 민주주의 체제의 강대국이 전제주의 체제의 강대국에 대해 경쟁에서 큰 이점(利點)을 누린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중국이라는 전제주의 국가가 세계 패권 국가가 될 가능성은 낮으며 미국이 당분간 패권 국가로 남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더 나아가 중국공산당에 의해 대륙에서 쫓겨난 국민당이 건국한 대만이 오히려 중국을 꺾고 중국 대륙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까지 예측한다.

크로닉이 중국이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요인은 중국공산당(CCP) 자체이다. 그는 “CCP는 언제 붕괴할지 알 수 없다”면서 “CCP는 국내 불안정을 더 두려워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CCP가 펜타곤보다 자국 국민을 더 두려워한다는 사실은 중국이 글로벌 투사력을 갖춘 군사대국이 되는 것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주장은 중국이 불법 강제수용소를 수백 개 운영하고 있는 전제주의 국가라는 사실에서 설득력을 지닌다. 미 경제학자 대런 애스모글루(Daron Acemoglu)와 제임스 로빈슨(James A. Robinson)은 2019년에 펴낸 저서 ‘좁은 회랑(The Narrow Corridor)’에서 2012년 현재 중국 전역 약 350곳에 설치된 강제노동 재교육 캠프에는 16만명이 수용돼 있으며 2014년 5월 현재 이들 캠프를 통해 ‘교정’을 받은 이들의 숫자만 70만9000여명이나 된다고 고발한다.

러시아·중국을 궤도로 귀환시켜라

하지만 차기 미 행정부가 풀어야 할 미·중 패권 경쟁 문제는 미국의 승리와 민주주의의 우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관건은 미국이 경제가 어려운 만큼 군사적 긴장 고조 없이 적은 비용만을 들여 중국과 러시아가 글로벌 자유주의 질서를 더 이상 위협하지 않도록 유도함으로써 가능한 빨리 미국과 동맹들의 안보와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 요컨대 차기 미 행정부가 필요로 하는 대전략은 미국의 ‘궤도(orbit)’로부터 이탈한 중국과 러시아를 순순히 귀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전 국무장관은 1996년 5월 꼭 오늘날과 같은 국제 정세를 미리 본 듯이 당시 클린턴 행정부를 상대로 경고했다. 그는 당시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미국이 탈냉전의 환상에 도취돼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을 허용해왔다”고 지적했다.

1997년 4월 중국과 러시아는 장쩌민 주석과 보리스 옐친 대통령 간 합의에 따라 세계의 다극화와 새 국제질서의 수립을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17년 뒤 미 단극 체제의 탈냉전 질서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해 군사기지화함으로써 무너졌다.

키신저가 클린턴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비판한 근거는 무엇일까? ‘혐의’가 드러난 정책은 두 가지다. 하나는 러시아로 하여금 안보 위협을 우려하게 만든 나토의 동유럽 확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국으로 하여금 국가부도와 금융위기를 걱정하게 만드는 고정환율제 폐지 등 금융시장 자유화 압력이었다.

궤도 이탈을 촉발한 두 가지 요인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은 미국과 서유럽이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를 나토와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서두르자 푸틴이 그에 앞서 반격 차원에서 감행한 지정학적 충돌이다. 그해 2월 우크라이나의 친러 대통령인 빅토르 야누코비치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쿠데타가 발발하자 푸틴이 전격적으로 크림반도 병합에 나선 데 이어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방을 침공한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중국이 미국의 궤도로부터 이탈하게 만든 미국의 금융시장 자유화 압박이라는 요인은 중국 경제가 세계 1, 2위를 다투게 된 오늘날엔 그 성격이 바뀌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이 중국에 금융시장 자유화 압박은 계속하면서도 구매력 기준으로 GDP(국내총생산) 세계 1위인 국가에 상응하는 국제경제기구들의 지분을 나눠주기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10년이었다. 당시 중국은 급성장을 통해 세계 GDP 순위에서 16조8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에 이어 9조2000억달러 규모로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이를 근거로 미국에 국제금융질서를 주도하는 IMF(국제통화기금)의 지분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2010년 미국은 중국의 요구대로 IMF 지분을 3.81%에서 6%대로 올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의회가 인준을 거부해 중국의 IMF 지분 증가는 무산됐다. 영국 BBC의 아시아 전문가 험프리 헉슬리(Humphrey Hawksley)는 2018년 출간된 저서 ‘아시아의 바다(Asian Waters)’에서, 미 의회가 2010년 중국에 IMF 지분을 6%대로 올려주기를 거부한 것을 아시아 회귀 이상으로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의 궤도로부터의 이탈을 촉진시킨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한다.

이후 중국이 만든 국제 금융기구는 두 개다. 하나는 2015년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만든 신개발은행(NDB)이 있다. 다른 하나는 2016년 한국과 영국 등 미 동맹들까지 포함하는 51개국의 참여로 설립된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이 있다. 미 국제정치학자 알렉산더 쿨리(Alexander Cooley)와 대니얼 넥슨(Daniel Nexon)은 올해 나온 저서 ‘패권으로부터의 이탈(Exit from Hegemony)’에서 “중국의 NDB와 AIIB가 미국의 세계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두 기구 모두 미국의 패권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남중국해에서 훈련 중인 미국의 항모 전단. ⓒphoto 뉴시스
남중국해에서 훈련 중인 미국의 항모 전단. ⓒphoto 뉴시스

개도국이 앞장서는 미국 질서의 해체

미국의 패권 상실과 관련해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 해체가 중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보다 개도국과 빈국들에 의해 더욱 촉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쿨리와 넥슨은 미국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안적 질서의 건설을 추진하자 많은 개도국과 빈국이 가세함으로써 미국의 패권 해체가 더욱더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지난번 유엔 표결을 주목한다. 그것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직후 유엔에서 미국의 제안에 따라 실시된 우크라이나 영토 통합 결의안 표결이다. 당시 100개국이 찬성했으나 11개국이 반대하고 68개국이 기권했다. 그만큼 많은 나라가 미국의 패권국 지위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실제 많은 정권이 미국의 자유주의 질서를 이제는 자신들의 준거질서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쿨리와 넥슨은 지적한다. 그 이유는 중국이 미국에 맞선 대안질서 구축에 나서면서부터 각 지역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브라질 등도 금융, 상품 공급의 후견국으로 등장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많은 나라의 정권이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 대신 이들 지역 강국을 새로운 후견국으로 삼아 새로운 경제적 기회와 정치적 지렛대의 소스로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의 패권 해체는 이와 같이 본질적으로 비군사적이다. 그래서 쿨리와 넥슨은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이 당선돼 그를 지지해온 블롭이 자유주의 패권 전략을 부활시켜서 미국이 군사비를 늘린다고 해도, 글로벌 패권을 쉽게 되찾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을 상대로 체제 전환의 자유주의 패권 전략이 추진되면 이제 본격 성장 중인 중국 내 자유주의 세력이 억압당할 역효과를 낳을 공산이 크다. 영국의 중국 전문가 조지 매그너스(George Magnus)는 2018년 출간된 저서 ‘붉은 깃발들(Red Flags)’에서 중국 내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온라인상의 자유주의적 저항 움직임이 너무나 많아져 중국공산당이 이제는 다 통제하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공산당을 붕괴시키는 체제 전환을 위한 자유주의 패권 전략을 추진하고 나설 경우 중국공산당은 이를 중화민족 부활에 대한 서구 제국주의의 억압이라는 식의 프레임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과 서구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 궤도로 복귀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을 제시하는 것이 대전략의 책무다. 미 예일대 국제정치학자 존 루이스 개디스는 2018년에 출간된 저서 ‘대전략론(On Grand Strategy)’에서 대전략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대전략이란 무한한 열망들(aspirations)과 제한된 수단들(instruments) 간의 균형이다.”

개디스의 정의를 이해하는 전략가라면 결코 러시아에 의한 안보 위협을 완전히 없애고 싶다는 열망을 실현하고자 나토의 동유럽 확장을 추진할 수 없다. 왜냐하면 러시아가 반발할 경우 미국과 서구가 보유한 수단들을 다 합쳐도 러시아를 제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러시아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그럴 경우 러시아의 반격으로 인한 미국과 서구의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도 나토의 동유럽 확장처럼 미국이 보유한 수단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열망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 후반 이 전략을 발표한 이후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특별히 더 많은 병력과 전략무기를 증강 배치하지 않았다. 중국의 역내 군사적 패권 도전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블롭의 구상은 말만으로 끝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아시아 회귀라는 명칭에서 유럽에서 러시아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한 만큼 이제 중국의 위협을 없애자는 취지의 자유주의 패권 전략으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더욱 폭력적인 영유권 분쟁에 나서기 시작했고 급기야 암초에다 인공섬을 건설하고 다시 그 위에 군사기지를 만들었다. 게다가 중국은 자국 본토 해안선에 배치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미 항모 등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군사 전략인 ‘반접근과 지역거부(A2AD)’를 추구하고 있다.

강대국 상대로 한 ‘완전한 승리는 없다’

나토의 동유럽 확장 전략과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에서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들이 얻어야 할 교훈은 강대국을 상대로 ‘완전한 승리(a complete victory)’를 지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변국의 영토를 침범하거나 국제질서의 근간이 되는 국제법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군사적으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그 같은 위협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강국을 체제 전환시켜서라도 완전한 승리를 거두겠다는 전략을 추진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한 방으로 미 단극 체제가 갑자기 무너지는 것과 같은 전혀 예상치 못한 재앙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 GDP 2위일 때 제기한 IMF 지분 증대 요구를 미국이 거부한 것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제 질서의 운영을 독점하고 싶어 하는 미국의 열망은 현재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능력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은 구매력(PPP)을 기준으로 2014년에 이미 세계 GDP 1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선택해야 할 것은 IMF 등에서 중국이 더 많은 책임을 갖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은 2015년 중국의 IMF 지분을 6%대로 늘려주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아메리카 퍼스트 시즌 2와 자유주의 패권 전략은 차기 미 행정부의 대전략으로선 부적합하다. 미 하버드대 스티븐 월트는 2018년 펴낸 저서 ‘선한 의도들의 지옥(The Hell of Good Intentions)’에서 “트럼프는 자유주의 패권 전략의 결함들을 정확하게 포착해냈으나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트럼프가 외교안보 정책을 다뤄 본 적이 없는 데다가 블롭이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렇다면 역외균형은 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되는 것인가? 이에 대해 월트는 앞의 저서에서 역외균형은 글로벌 세력 균형에서 경쟁국들이 미국의 중대한 이익을 위협하기 위해 힘을 투사하려는 것을 차단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역외균형은 미국의 중대한 이익이 걸려 있는 유럽과 동북아, 걸프만 등 3개의 주요 전략 지역에서 직접적 위협이 있을 때에만 군사력을 전개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월트에 의하면 중국의 도전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도 역외균형이다. 역외균형이 추진되면 미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이라크 내 갈등 등으로 인해 주의력이 분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미 대통령은 미·중 관계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호주 등 동아시아와 서태평양의 동맹들과 협력국가들과의 관계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집중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이 역외균형 추진 시 중국의 A2AD 전략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대중 군사 전략인 ‘공중해상전투(ASB)’ 전략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미 군사전략가 로버트 하딕은 2014년 펴낸 저서 ‘해상의 포화(Fire on the Water)’에서 주장한다.

주한미군 철수 없는 역외균형이 목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차기 미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않으면서 역외균형을 추진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재선되거나 바이든이 당선되거나 한·미가 주둔비를 절반씩 부담하는 선에서 한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대전략 방향이다. 역외균형이 추진되면 미국은 한국 외 다른 지역에 배치돼 있던 전력을 점차 철수 하거나 감축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면 미군이 맡아 오던 역내 공간에 빈 공간이 생긴다. 따라서 한국은 그 빈 공간을 일본 자위대가 아닌 한국군이 맡아 미국의 역외균형을 뒷받침하도록 만드는 대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의 말대로 한·미 동맹을 ‘전략 핵 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미국과의 합의를 통해 핵무기를 재반입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위협을 이겨내고 역내 질서의 규범을 쓸 수 있는 ‘전략 설계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군은 전시작전권을 이양받기 위해 미국과 합의한 능력과 조건을 차근차근 충족해 나가야 한다. 이는 보수가 다룰 수 있는 의제이지 진보좌파는 다루기가 불가능하다.

한국이 전략 설계 강국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경제력 규모가 2050년까지 3배 증가한 GDP 5조달러대로 올라서야 한다. 한국의 GDP가 현재 GDP 4조9000억달러대인 일본과 비슷해져야 일본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중심의 ‘2050 Made in Korea’ 프로젝트와 같은 제조업 부흥 전략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동아시아의 미래는 이번 미 대선보다는 2022년 한국 대선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에게 미국의 차기 대통령을 ‘올바로 관여시킬’ 임무가 주어지는 국면인 것이다. 키신저는 2012년에 출간한 저서 ‘세계질서(World Order)’에서 닉슨처럼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는 세력 균형의 현실주의 리더십과, 레이건처럼 전제주의 국가가 자발적으로 체제 전환을 하도록 설득해내는 이상주의 리더십을 모두 갖춘 리더를 최고의 정치가로 평가한다. 미국은 그런 정치가를 못 뽑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내후년에 반드시 해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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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관 한국국가대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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