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는 미국 제조업계의 경쟁력을 앗아가기 위해 중국인들이 만들어낸 개념이다.”

누구의 말일지 알아맞히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을 듯합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2012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표적인 기후변화 음모론자, 회의론자로 꼽힙니다. 공식적으로는 부인하지만 그의 트위터에는 기후변화를 거의 사기와 음모로 몰아가는 말들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텍사스부터 테네시까지 눈폭풍이 몰아닥친다. 나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데 얼어죽겠다. 지구온난화는 완전히, 그리고 매우 비싼 거짓말이다.”

트럼프 같은 기후변화 회의론자, 음모론자들은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미국만 해도 전체 인구 중 12%가 ‘기후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인의 4분의 1만이 기후변화를 믿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사실 기후변화는 일반인에게는 너무나 먼 얘기로 다가옵니다.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가 더워져서 재앙이 들이닥친다는데 매년 겨울이 그닥 덥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 재앙이 온다고 해도 아주 먼 훗날의 얘기로 들립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내레이터로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보면서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화면 속에서 산업혁명 이후 사람 키만큼 치솟은 지구 온도 그래프는 지구 나이 수십억 년간 평온하게 유지되어온 온도와 비교되고 있습니다. 저 장구한 시간을 담은 온도 데이터가 진짜 맞는 건지 틀린 건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더군요.

기후변화 음모론자, 회의론자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뒷받침하는 몇 가지 논리와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이들은 자연 변동성에 주목합니다. 오랜 지구 역사상 기후는 항상 변해왔으며, 지구온난화가 진행된 결과로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는 것이지, 이산화탄소가 증가해 지구온난화 현상이 생기는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과학적 회의론은 2007년 터진 ‘기후게이트’로 강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당시 기후변화 주창론자들이 밝힌 결정적인 데이터와 숫자에서 오류가 밝혀져 “지구온난화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음모론자, 회의론자들은 정치적 음모론도 폅니다. 기후변화 협상 자체가 중국·인도와 같은 신흥개도국의 경제성장을 방해하기 위한 선진국의 정치적 음모라는 주장입니다. 중국의 애널리스트인 거우훙양이 쓴 ‘저탄소의 음모’ 같은 책에 이런 주장들이 빼곡합니다.

음모론자, 회의론자들이 보면 불편하겠지만 이번호 주간조선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기후변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모처럼 인터뷰에서 작심 발언을 했습니다. 반 위원장의 지적대로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은 이제 거스르기 힘든 대세입니다. 예컨대 유럽연합을 비롯한 각국은 앞다퉈 ‘2050 넷제로’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면서 이 목표에 맞춰 액션플랜을 짜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을 듣는 한국은 이 대열에 아직 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마당에 왜 정부가 주저주저하느냐는 것이 반 위원장의 말입니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대로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도 심각하게 따져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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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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