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에 매주 과학 칼럼을 쓰는 김형자 칼럼니스트는 오랜 고정 필자입니다. 따져보니까 2003년부터 주간조선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더 기고하면 ‘20년 필자’의 위치에 오릅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뉴턴’이라는 과학잡지 편집장 출신으로 어려운 과학 얘기를 쉽게 풀어쓰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김형자씨는 마감을 끝낸 매주 금요일 저한테 꽤 긴 리스트를 보내옵니다. 다음주 쓸 수 있는 이른바 글감들인데, 국내외 과학 관련 매체들의 뉴스를 검색해 10개 안팎으로 추려서 보내줍니다. 기자들이 흔히 얘기하는 ‘야마’가 선명하고 내용이 잘 요약된 그 리스트를 훑으면서 저는 뭐를 지면에 소개해야 할지 즐거운 고민에 빠집니다.

매주 그 리스트를 보면 세상은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갈등과 문제가 넘쳐나는 지구 위에 살면서도 인간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발견하고 문제를 풀어갑니다. 물론 그 진보의 추동력은 과학입니다. 과학자들이 발견한 새로운 사실과 과학자들의 탐구가 만들어내는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 현장이 그 리스트에 담겨 있습니다.

이번주 과학 칼럼에서 소개한 것은 ‘화성에서 산소 만들기’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perseverence)에 탑재된 산소발생장치 목시(MOXIE)가 처음으로 화성 대기의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분리해냈다는 뉴스입니다. 1시간 동안 목시를 돌려 한 명의 우주비행사가 10분간 호흡할 수 있는 5.4g의 산소를 만들어냈다는 건데 제 눈에는 대단한 뉴스로 비쳤습니다. 10여개의 리스트 항목 중 별다른 고민 없이 이 뉴스를 우선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사람들을 실어보내 제2의 지구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꿈이라고 말합니다. 머스크의 비행체가 폭발하더라도 화성행을 감행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극악한 환경의 화성이 제2의 지구가 되는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비행체도 비행체지만 산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번 과학 칼럼을 읽으면서 화성의 산소가 그곳에 정착할 인류에게는 호흡 못지않게 지구 귀환에도 필요하다는 걸 새로 알았습니다. 우주비행사 4명이 탄 로켓을 화성에서 이륙시키려 해도 로켓 연료 7t과 산화제로 쓸 산소 25t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번에 인류가 만들어낸 불과 5.4g의 산소는 거대한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공상소설이 아닌 현실로 만드는 주목할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스트에는 있었지만 이번주 지면에는 실리지 못한 과학 뉴스들이 이밖에도 많습니다. 인간의 줄기세포를 원숭이 배아에 주입해 키운 ‘인간-원숭이 잡종 배아’가 세계 최초로 탄생했다는 뉴스도 흥미로웠습니다. 미·중 공동연구팀이 얼마 전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한 연구 결과인데, 이 역시 인간에게 이식할 장기를 만들어내겠다는 인류의 오랜 꿈에 한발 다가선 결과로 보입니다.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 최근호에 소개된 ‘투머치 토커’ 로봇은 어떤가요. 이탈리아 아리아나 피피톤 팔레르모대 교수팀이 개발한 이 로봇은 자신의 사고 과정을 하나하나 음성으로 설명해준다고 하니 로봇과 인간 간에도 진정한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모른다는 기대를 해봅니다.

에어컨보다 강력하게 실내 온도를 떨어뜨리는 하얀색 페인트가 개발됐다는 뉴스는 다음주 지면에 자세히 소개할 예정입니다. 한여름 무더위를 앞두고 너무 기대되는 소식이어서 리스트에서 살려냈는데 어떤 내용인지 지켜봐 주십시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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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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