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고 있자니 실소가 나왔습니다. 야당이 지적한 문제에 대한 해명이 가관이더군요. 부인이 도자기를 밀수했다는 의혹을 산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문제의 도자기들을 “집에서 사용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밀수 의혹을 산 도자기들이 1000점이 넘는데, 그걸 집에서 사용했다면 궁궐에서 살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박 후보자는 2015~2018년 주영 한국대사관에서 공사참사관으로 재직할 당시 부인이 1000점이 넘는 도자기 등을 관세를 내지 않고 ‘외교행낭(외교관 이삿짐)’으로 반입해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임 후보자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비 4300만원을 지원받아 6번의 해외 학회 출장을 가면서 4개 나라에 두 딸과 남편을 대동했습니다. 이에 대해 야당이 질타하자 ‘관행’이라는 식의 해명을 했습니다. “연구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부분 그렇게 한다”는 겁니다. 이를 옹호하는 여당 의원의 입에서는 “문화적 차이로 볼 수 있겠네요”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공금 해외 출장에 가족을 데려가는 것이 마치 우리는 쫓아가지 못하는 대단한 선진 관행처럼 들립니다.

임 후보자는 이 밖에도 ‘논문표절’ ‘위장취업’ ‘두 딸의 이중국적’ 등 드러난 하자들이 종합선물세트 같습니다. 한때 민주당 당적을 보유했던 사실까지 드러나 논란이 더해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과학계는 임 후보자를 향해 ‘자격 미달’이 아니냐는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임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현 기술로는 원자력이 위험”이라고 발언해 원자력계를 분노케 만들기도 했습니다.

여당 강성 친문 의원까지 “제가 봐도 답답”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인사들이 왜 자꾸 요직에 천거되는 걸까요. 정치평론가들은 “이미 청와대 검증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평하던데, 저는 검증이 아니라 천거 쪽을 주시하는 편입니다. 문제가 많은 인사들을 꾸역꾸역 밀어넣는 사람이 누구냐는 의문입니다. 안 그래도 정권 말이 되면 남는 이권은 자리밖에 없다는 말이 나돕니다. 요즘 인사청문 대상이 아닌 자리에 낙하산들이 여기저기 내려꽂히고 있다는 소식도 자주 들립니다. 다음 정권까지 임기가 보장된 자리를 꿰찬 사람 입장에서 정권 말 자신을 꽂아준 사람은 정말 은혜를 갚아야 할 고마운 존재입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인사들이 자꾸 요직에 천거되는 배경에는 아주 든든한 ‘뒷배’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장관 후보자들이 해명 같지도 않은 해명을 하는 얼굴을 보면 ‘뭐라 해도 나는 이 자리에 가게 돼 있다’는 오만함이 읽힙니다.

여권 주변에 밝은 한 인사는 사석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 여권 주변 인사가 이 정권에서 차지했던 자리를 살펴보니 진짜 놀랍더라.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자리를 거의 1년마다 한 번씩 옮겨 다녔는데 권력이 봐주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이 정권의 인사 난맥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지만 이제는 그냥 떠내려가고 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결국 이 문제도 궁극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보입니다. 방기는 오판보다 더 큰 잘못일 수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이 챙기는 자리가 아주 없진 않은 듯합니다. 김오수 검찰총장 지명자가 ‘방탄총장’이라 불려서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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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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