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검색창에 ‘6’과 ‘9’를 치면 ‘6시 기준 확진자’ ‘9시 기준 확진자’가 득달같이 뜹니다. 이 두 숫자를 검색창에 입력하는 일이 다시 잦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폭증하면서 일상의 ‘안전’을 가늠하기 위해 확진자 숫자를 자꾸 확인합니다.

물론 정부가 발표하는 확진자 숫자가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검사 숫자가 늘면 확진자 숫자도 느는 게 당연한데 검사 숫자를 조절하면서 정부가 일종의 농간을 부린다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의 확진자 숫자는 물 위에 솟은 빙산의 일부 같다는 주장도 폅니다. 95%의 확진자들이 잠겨 있는데 물 위로 솟아난 5%로 일희일비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이런 주장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0시 기준 확진자’가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최선의 길잡이인 것만은 부인하기 힘듭니다. 이 숫자가 팬데믹을 헤쳐나갈 나침반 같은 것이고,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는지 가늠할 좌표 같은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 숫자가 우리가 다시 깜깜한 터널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고 알립니다. 전문가들은 4차 대유행이 현실화했다고 진단하면서 당분간 일일 확진자 1000명대의 날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확진자가 2140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보는 낯선 숫자들은 우리가 지금 팬데믹 터널의 어디쯤을 통과하고 있는지 헷갈리게 만듭니다.

다행인 것은 숫자를 뜯어보면 전보다 위협의 정도가 줄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폭증해도 치명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지난 7월 7일 기준 코로나19 치명률은 1.25%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 치명률은 작년만 해도 1.48%였습니다. 지난 4월부터 최근 3달간의 치명률만 따지면 0.5%에 불과합니다. 치명률이 낮아지면 확진자가 많이 나오더라도 죽는 사람과 중증 환자가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확진자 1240명을 정점으로 찍었던 3차 유행 때는 매일 사망자가 20명 가까이 나왔지만 4차 대유행이라는 지금은 하루 사망자가 1명 남짓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독감 치명률은 0.1% 정도인데 코로나19 치명률이 이 정도만 되면 그냥 코로나와 같이 살아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코로나와의 동거를 모색하는 나라들도 나왔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70%가 넘어선 싱가포르가 대표적입니다. 얼마 전 싱가포르는 독감처럼 코로나를 관리하겠다면서 봉쇄도 풀고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도 더 이상 집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싱가포르 통상부, 재무부, 보건부 장관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는 현지 언론에 “나쁜 소식은 코로나19가 절대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은 우리가 코로나19와 함께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에는 높은 백신 접종률이 버티고 있습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도 최근 방송에 출연해 “지난 6월 사망자 중 99.2%가 백신 미접종자였고, 0.8%는 백신을 접종한 이들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에 걸려도 적어도 죽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다시 확진자가 치솟으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길게 보면 코로나와의 동거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입니다. 백신부터 접종하고 그 동거를 준비해야겠습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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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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