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인내를 시험이나 하듯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이미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무엇보다 위중증 환자의 폭증으로 병상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위드코로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도 일고 있습니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부터 “전 국민 70~80%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치면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는데 이런 전망 자체가 환상 아니었느냐는 겁니다. 지난 11월 24일 기준으로 보면 백신 접종 완료율이 전 국민의 79.1%, 18세 이상 성인은 91.1%까지 올라간 상태입니다. 높은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위기가 다시 몰려오자 ‘물백신에 속았다’는 등 근거 없는 불신론들이 혼란과 불안감을 더욱 부추기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겨울의 길목에서 코로나19 대유행에 다시 접어든 것은 비단 우리만이 아닙니다. 유럽은 연일 확진자 폭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11월 24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주간 역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월 15~21일까지 보고된 유럽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약 243만명으로, 세계 신규 확진자의 무려 67%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WHO는 지금 유럽의 제1 사망원인이 코로나19라며 내년 3월까지 유럽 내 사망자가 70만명가량 더 발생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도 날렸습니다. 백신이 개발되고 치료제가 속속 나오고 있지만 3년 차를 목전에 둔 코로나19 위기가 언제 가실지 감이 잡히질 않는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주목받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일본은 이례적으로 확진자 숫자가 낮게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와는 정반대로 얼마 전 일일 확진자 숫자가 가장 적은 50명을 기록하는 등 숫자로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진정 국면입니다. 사망자도 0명을 기록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코로나 진정세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스터리인가 봅니다. 원인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확실한 건 없어 보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확진자를 철저히 추적 검사해 격리 조치를 취한 우리와 달리 일본은 자연감염을 막지 않아 확진자 급감을 가져왔다는 주장도 펴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자와 함께 자연감염을 거쳐 면역력을 갖게 된 두꺼운 층이 존재해 코로나19 진정세의 토대가 됐다는 주장입니다. 이 논리는 우리의 K방역이 결국 설계가 잘못됐다는 논리로 이어지는데,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스웨덴 등 진짜 자연감염을 거친 나라와 일본과는 그간의 사망자 숫자 등 궤적이 완전히 다르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오히려 검사 숫자가 터무니없이 적고 의료 시스템이 정상 가동하지 않는 등 숨겨진 위기라는 반박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진짜 승자는 중국이라는 주장도 폅니다. 확진자가 나오면 아파트 단지 전체를 봉쇄하는 등 무시무시한 철퇴 방역을 되풀이하면서 역시 숫자상으로는 코로나19를 잡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코로나19 통계를 믿지 못하겠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지만 인구를 감안하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기선을 잡은 건 확실해 보입니다.

우리의 K방역은 길을 잃은 것일까요. 전문가들은 ‘위드코로나’ 자체가 전 세계 어느 국가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길이라는 점부터 알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누구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게 아니라 우리의 상황에서 최적의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탈 위기를 맞은 ‘위드코로나’가 다시 빨리 제 궤도를 찾았으면 합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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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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