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이 비틀거리는 요즘, 다른 나라의 코로나19 통계를 가끔 들춰봅니다. 40여일간의 ‘위드코로나’가 막을 내린 12월 16일의 통계를 비교해보니까 우리의 급박함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우리나라에서 신규 확진자가 7622명이 나온 이날, 주변 아시아국들 중 우리보다 확진자가 많은 나라는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날 말레이시아가 3900명, 태국이 3370명을 기록했고 필리핀은 47명에 그쳤습니다. 2억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도 어찌된 일인지 확진자가 205명에 불과합니다. 홍콩, 대만은 각각 1명, 7명으로 깜짝 놀랄 만큼 적습니다. 1만5527명을 기록한 베트남 정도가 우리보다 심각합니다.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건 이웃 일본입니다. 이날 확진자 159명을 기록한 일본은 12월 들어 일일 확진자 수가 대부분 100명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일본의 확진자 추이를 뒤져보니 지난 9월 1일만 해도 무려 2만20명이었습니다. 이것이 10월 들어 1000명대로 내려앉더니 11월에는 100~200명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미스터리’라는 반응이 나올 만큼 진짜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진 셈입니다.

일본의 코로나19 미스터리를 둘러싸고는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설왕설래가 오가나 봅니다.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들을 정리해 보면 우선 일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다수 일본인들이 무증상 감염을 거치면서 집단면역이 생성되었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철저한 추적 검사에 전력해온 우리와 달리 일본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PCR검사에 크게 힘을 쏟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일본의 백신 접종이 면역력 생성 효과가 좋다는 화이자와 모더나 제품을 주로 사용했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초기 아스트라제네카에 크게 의존했던 우리와 달리 일본은 아예 이 백신을 쓰지 않고 다른 나라에 기부해버렸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화이자·모더나 백신보다 효능이 떨어진다는 것이 명확해진 지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무래도 이 백신의 차이에 주목하는 시각이 높아 보입니다. 이 밖에 마스크와 개인 위생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생활 습관, 심지어 집에서 신발을 벗는 습관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일본 내에서 델타 바이러스가 스스로 약화됐다는 이설을 들고나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론 부럽고 한편으론 의아해하던 차에 재일 학자인 장부승 관서외국어대 교수가 K방역과 J방역을 비교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차분하게 양국 방역의 차이점을 비교 분석한 장 교수의 글을 읽어보면 한 가지 확실한 것은 K방역과 J방역이 그동안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겁니다. 지금 K방역이 비틀거리고 J방역이 주목받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수치로만 보면 어느 쪽이 완패, 완승인지 말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에 처참하게 유린당한 서구와 비교하면 K방역이나 J방역 모두 상대적으로 성공적입니다. K방역의 앞날에 가장 큰 걸림돌은 어쩌면 오만함에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한때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이 앞장서서 K방역의 성공에 취한 듯한 발언을 해왔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K방역만이 정답’이라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섣부른 ‘위드코로나’가 몰고 온 지금의 혹독한 역풍은 이런 오만함의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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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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