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은 사용자들 삼성전자 상대 집단행동 조짐
삼성전자 “통신사업자와 논의 중… 확정된 것 없다”
 ⓒphoto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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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녁 홍심(紅心)에다 옴레기를 놓고 뚫어버리고 싶은데 지금 실력으로는 남은 (약정 기간) 9개월 다 쓸 듯하네요.”

“삼성(전자) 임직원들 머리 위에 사과 두고 옴니아로 던질 기회를 줘요… 삼성카드 10장이라도 만들게요. 이제 삼성 안 사!”

2009년 10월 출시 당시 ‘애플 아이폰3G의 대항마’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삼성전자의 옴니아2. 2010년 중순까지 약 80만대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진 옴니아2는 하지만 현재 ‘애플 아이폰3G’의 대항마는커녕 ‘옴니아2는 쓰레기’라는 의미의 ‘옴레기’로 불릴 만큼 초라한 모습으로 추락해버렸다. 출고가 80만원이 넘는 고가(高價)의 스마트폰이라기엔 민망할 만큼 부족한 애플리케이션, 걸핏하면 사용자를 골탕 먹이는 잦은 오류와 고장, 이를 해결하기는커녕 원인조차 찾지 못하는 애프터서비스, 갑작스럽게 중단되는 각종 서비스 등으로 ‘옴레기’란 이름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이다.

최근 이런 옴니아2를 두고 옴니아2 사용자들이 제조사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집단 피해보상 소송 준비’와 ‘보상 서명운동’ 등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 옴니아2 사태가 사용자 개인적 불만을 넘어 법적·도덕적 책임 문제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소비자가 졸(卒)이냐”

특히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11’에 참석했던 삼성전자 신종균 무선사업부문 사장의 발언이 불을 더 질렀다. 당시 신 사장은 “옴니아 구매자들의 불만을 잘 알고 있고, 이 건에 대해 지금 생각을 하고 있고, 조만간 발표할 자리가 있을 겁니다”라고 말해 옴니아2 사용자들의 보상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이후 신 사장도, 삼성전자도 옴니아2에 대해 더 이상 어떤 언급이나 행보를 보이지 않았고 옴니아2 사용자들의 배신감은 더욱 커졌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22일 ‘삼성전자가 옴니아2 사용자에 대해 보상 대책을 만들었다’는 몇몇 언론의 보도는 옴니아2 사용자들을 다시 자극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보상 대책으로 알려진 내용은 ‘옴니아2 사용자가 삼성리빙프라자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재구매하는 조건으로, 삼성전자가 10만원을 지원하고, 이때 삼성카드에 가입해 삼성카드의 제로할인이란 선포인트 제도를 통해 남은 옴니아2의 잔여 할부금을 갚으면 된다는 것’과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재구매 가능 스마트폰은, 곧 출시될 갤럭시S2 때문에 구닥다리 스마트폰으로 전락할 운명의 갤럭시S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렇게 되자 옴니아2 사용자들은 “소비자가 졸(卒)이고 재고처리반이냐”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취재 중 만난 한 옴니아2 사용자는 “삼성전자라는 대기업이 궁리해 낸 게 고작 자신의 고객을 동원해 계열사인 삼성리빙프라자와 삼성카드의 배를 불려주려는 것이냐”며 “이런 어이없는 대접을 받느니 위약금 내고 애플 아이폰으로 바꾸고, 삼성 제품은 이제 절대로 안 쓰겠다”는 격한 반응까지 보였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부 언론과 인터넷에 알려진 보상 내용 자체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상을 할지, 다른 방법을 찾을지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고, 이것에 대해 이동통신사와 함께 논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몇몇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삼성카드 선포인트를 통한 옴니아2 잔여 할부금 납부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 가지 카드가 아니라 다른 카드사와도 다양하게 협조하는 방향이 논의될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전혀 언급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CES 2011’에서 했던 신종균 사장의 말에 대해서도 “신 무선사업부문장이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를 한 건 전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이메일을 통해 “옴니아 고객 불만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아직까지 세부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현재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통신사업자와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며 특히 일부 보도된 갤럭시S로 교체는 처음부터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공식입장임을 밝혀왔다.

하지만 옴니아2 사용자들은 삼성전자의 공식입장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옴니아2 집단소송 준비 카페’를 이끌고 있는 김영철(가명)씨는 “삼성전자의 언론 플레이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서비스센터도 우왕좌왕

옴니아2 사태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옴니아2 보상 카페’의 한 관계자는 “출시 때부터 시작된 제조사(삼성전자)와 판매사(SK텔레콤)의 과장광고가 근본 원인”이라며 “판매처와 삼성전자는 아이폰보다 뛰어난 성능의 스마트폰이라는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시켜 아이폰을 사러온 고객에게도 옴니아2 구입을 권유하는 등 옳지 못한 선택을 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김영철씨 역시 “옴레기가 마치 다른 스마트폰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식의 과대광고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여전히 인터넷을 통해 옴니아2에 대한 과대 광고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인터넷상에서는 지금도 ‘옴니아2가 좋은 이유!!’라는, 옴니아2와 아이폰3G 비교 광고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에게 이 광고에 대해 묻자 “삼성전자는 TV, 신문, 보도자료 등에 특정 기업의 특정 상품과 비교해 광고하거나 홍보하지 않는다”며 “일선 대리점에서 제작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옴니아2 사용자들은 잦은 오류와 고장, 그리고 뭐가 문제인지 찾지도 못하고 해결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 삼성전자의 애프터서비스로 인해 1년을 골탕 먹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김영철씨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만큼 가관인 곳이 없다”고 꼬집었다.

“옴니아2 고장으로 서비스센터에 가면 직원이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폰이 느려지고, 에러가 나 버튼이 먹지(작동하지) 않는다’며 ‘제품이 나온 순정상태로 써야지 왜 이런 걸 자꾸 쓰냐’는 황당한 말을 했어요. 그리곤 초기화시킨 다음 ‘앞으로 앱은 깔지 말라’더군요. 다시 문제가 생겨 찾아갔을 때는 ‘운영체계인 윈도모바일이 하위버전이라 그렇다’며 기존 윈도모바일 6.1을 지우고 6.5를 깔더군요. 물론 버전이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진 건 없습니다.”

옴니아2 사용자인 이영수(가명)씨 역시 “옴니아2의 잦은 고장으로 서비스센터를 찾아가면 소프트웨어 초기화나 메인보드 교체 제안 같은 터무니없는 AS로 소비자를 농락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외에도 애프터서비스와 관련해 비슷한 불만을 터뜨리는 사용자들이 적지 않았다.

옴니아2를 사용했던 이서현(가명)씨는 “옴니아2를 산 후 계속된 오류와 고장으로 서비스센터에 가는 날이 더 많았다”며 “몇 번에 걸친 환불 요구로 겨우 환불 받고 옴니아2를 버렸다”고 했다. 그는 “나는 운이 좋았다”며 “환불이나 교환이 쉽지 않은 폰으로 알려진 게 옴니아2”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교환, 환불은 동일한 원인의 고장이 3회째 발생하는 경우”라며 “이것은 옴니아2 제품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전 제품에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했다.

사용자들 “사과부터 먼저 해라”

유독 ‘옴니아2’ 제품에 대해 사용자들이 소송 준비와 보상 청원 등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쉬움 때문 아니겠냐”고 했다.

“사실 옴니아2가 나온 시점에서는 최고의 기술로, 최고의 기능을 갖춘 제품을 만든 겁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갤럭시S같이 더 개선되고 진화된 제품이 나오다 보니 과거 제품을 산 고객들은 아쉬움이 있겠지요. 그런 아쉬움이 이렇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삼성전자는 제품 출시 이후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와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를 통해 고객 불만 해소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옴니아2 집단소송 준비 카페 관계자 등 취재 중 만난 옴니아2 사용자들은 “‘우리는 잘못이 없는데 사용자들이 별나게 군다’는 삼성전자의 이런 생각으론 해결이 안 된다”고 했다. 한 옴니아2 사용자는 “옴니아2 사태 결과에 따라 그동안 불만을 제기해 왔던 또 다른 삼성전자 제품 사용자들이 옴니아2 사용자들처럼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삼성전자가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옴니아2 사용자들은 “문제투성이 제품을 문제가 없는 것처럼 팔아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입혔으면 보상보다 ‘죄송하다’는 사과부터 해야 하고, 이후 철저한 보상과 AS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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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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