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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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채소 공포가 유럽에서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오염된 채소가 원인으로 알려진 이번 장출혈성 대장균(EHEC) 사망자는 6월 3일 현재 독일 북부를 중심으로 18명에 이르고 있다. 감염자도 유럽 9개국에서 1500명을 넘어섰고, 그중 400명은 증상이 심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독일 정부는 애초 오염원의 주범으로 ‘스페인산 오이’를 지목했다가 지난 5월 31일 다시 “스페인산 오이가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번복했다. 오염원이 미궁에 빠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소의 내장에 기생하는 일종의 수퍼박테리아로 가축의 분뇨가 묻은 채소를 통해 사람에게 옮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동물 분뇨를 거름으로 사용한 유기농 채소를 가장 유력한 오염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기농 채소는 화학비료 대신 주로 가축 분뇨를 퇴비로 사용한다. 유럽에서의 돌발 상황으로 유기농 채소에 대해 적색경보가 울린 것이다. 때맞춰 일본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로 65만부가 팔린 ‘채소의 진실’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책의 저자인 일본의 가와나 히데오씨(자연재배 농산물 유통회사 ‘내추럴 하모니’ 대표)는 오래전부터 유기농 채소의 위험을 경고해왔다. 걸그룹 SES 출신 슈가 번역을 했다.

유기농 채소가 더 위험하다

‘채소의 진실’은 채소에 대한 상식을 완전히 뒤집고 있다. 유기농 채소는 날로 먹어도 안전하다? 채소는 많이 먹을수록 몸에 좋다? 채소는 그냥 두면 썩는 것이 당연하다? 잎사귀 채소는 색이 진할수록 건강하고 몸에 좋다? 벌레가 있는 것은 안전한 채소라는 증거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모두 ‘아니오’라는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채소의 진실’은 뭘까?

먼저 재배방법에 따른 채소의 종류를 알아보자. 일반 채소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며, 유기농 채소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비료를 써서 재배한다. 친환경 채소라고 말하는 무농약·저농약 채소는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절반만 사용하고 비료의 종류는 화학비료든 유기비료든 상관없다. 화학비료는 화학적으로 합성하거나 천연물을 원료로 가공해서 만든다. 유기비료는 동식물 비료로서 퇴비·동물의 분뇨 등으로 만들어진다.

저자는 유기농 채소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유기농 채소에 사용되는 유기비료는 가축의 분뇨를 발효해서 만드는 동물성 비료와, 퇴비·쌀겨 등을 발효한 식물성 비료를 주로 섞어서 사용한다. 문제는 가축의 분뇨이다. 항생제를 먹고 자란 가축들의 배설물에는 상당한 항생물질이 함유돼 있는데 이 항생물질이 발효를 막는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인스턴트 발효균을 사용해 단시간에 숙성시키기 때문에 제대로 발효가 되지 않으면서 병원균의 온상이 된다. 더 큰 문제는 가축 분뇨에 많이 함유돼 있는 질소 성분이다. 저자는 “비료를 많이 사용하면서 채소에 초산성질소가 많아지고 있다. 초산성질소는 체내에 들어가면 고기나 생선에 포함돼 있는 단백질과 결합해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을 생성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일반적으로 벌레 먹은 채소는 농약이 적은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이 벌레들은 ‘초산성질소 킬러’들이다. 벌레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초산성질소가 많다는 것이다. 잎이 유난히 짙은 초록색을 띠는 것도 싱싱해서가 아니라 초산성질소가 많이 들어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화학비료로 키운 오이와 유기재배 오이, 농약도 비료도 하지 않은 자연 상태에서 키운 오이, 셋 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먼저 썩을까? 저자는 실험을 통해 유기재배 오이가 가장 빨리 썩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유는 초산성질소 때문이다. 질소는 야채를 무르게 하는 성질이 있다.

땅을 건드리지 마라!

유기농 채소도 믿지 못하면 도대체 뭘 먹어야 할까. 저자는 자연재배가 답이라고 말한다. 자연재배는 농약도 안 하고 비료도 사용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땅에서 키운 것이다.

3만3000여㎡(1만여평)의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재배에 앞장서고 있는 송광일(54·한국농수산대학 채소원예과 현장교수·광주광역시 친환경유기농생산자연합회장)씨는 “자연재배는 사람이 땅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비료도 안 주고 갈아엎지도 않고 자연 상태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 유기농은 땅에 유기비료를 쏟아붓는다. 유기비료는 주로 축분(가축 분뇨)으로 만드는데 축분은 질소 덩어리다. 질소를 먹기 위해 벌레가 모여들고 병에 걸리게 된다. 질소가 결국 수퍼박테리아를 만드는 것이다”면서 “땅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을수록 건강하다”고 말했다.

자연재배는 일반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송씨는 “4~5년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단계가 넘으면 알아서 땅이 만들어지고 생산성은 무한대로 늘어난다. 울창한 숲을 봐라. 내버려둬도 알아서 잘 자라지 않나. 문제는 농민들이다. 그 기간을 기다리지 못한다. 자연재배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수익이 날 것인지에 대해서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농민도 소비자도 자연재배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고 있다고 한다. 송씨는 전남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박사 농부’로 이 책의 감수도 맡았다. 저자도 송씨도 말한다. “채소에 대한 진실을 바로 알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먹는 법을 알았으면 좋겠다. 욕심부리지 않아도 자연은 충분히 먹을 것을 제공한다.”

인터뷰 | ‘채소의 진실’ 번역한 걸그룹 SES 출신 ‘슈’

“엄마의 마음으로 채소의 진실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동안 농약과 비료로 길러진 채소를 우리 가족이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요. 유기농 채소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많은 사람들이, 특히 많은 엄마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아이 엄마가 돼보니 먹을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더라고요.”

‘채소의 진실’을 번역한 걸그룹 SES 출신 슈(31·본명 유수영)는 화려한 무대를 누비던 가수의 모습은 간데없고 밥상을 걱정하는 엄마가 돼 있었다. 슈가 출판사로부터 번역을 의뢰받은 것은 5개월여 전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중학교 3학년까지 자랐으니 일본어만큼은 자신 있었던 터. “책 한 권 번역쯤이야” 하고 시작한 일은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아이 돌보고 외부활동 하는 틈틈이 번역을 하려니 시간도 없고 전문용어도 나오고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내용을 빨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조바심 때문이었어요.”

하루 몇 쪽씩, 여기저기 원고 가지고 다니며 일하다 보니 번역노트가 너덜너덜해질 지경이었다. 마감을 한 달 앞두고는 아예 모든 스케줄을 취소해야 했다. 시간에 쫓기면서 번역하느라 힘들었지만 슈는 그동안 채소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잘못 알고 있었는지 놀랐다고 한다. “유기농, 친환경 채소가 마치 우리 건강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생각돼서 비싼 돈을 들여서 사잖아요. 사실은 유기농 채소도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충격적이었어요. 이번에 책을 번역하면서 환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고 많은 것을 배웠어요.”

요즘 슈는 주말이면 농구선수인 남편 임효성씨와 함께 양평에 있는 텃밭으로 간다. 그곳에 가지·쑥갓·토마토·오이 등 온갖 채소를 심고 기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슈가 농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번역한 책 영향도 크지만 엄마에게 배운 것도 많다. 슈의 어머니는 5년 전부터 지리산 자락에 들어가 살고 있다. 그곳에서 직접 농사 지은 채소며 차며 농산물을 한 달에 한두 번씩 택배로 보내준다. 슈는 “택배비가 더 비싼데 왜 보내느냐고 말은 하지만 엄마가 보내준 것은 정말 달라요. 엄마가 집에서 직접 해주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내가 엄마에게 받은 것처럼 우리 아이에게도 똑같이 해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특히 이제 돌이 된 아들 유의 이유식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서 더 신경이 쓰여요. 표고버섯 말린 것을 가루 내서 이유식을 만들기도 하고 호두·잣·검정깨를 갈아서 만들기도 해요. 아이에게 먹일 것은 엄마에게 부탁해 지리산에서 나온 것만 써요. 아이가 아토피가 생긴 것이 내 잘못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속상하기도 해요.”

결혼 전 슈는 밥이라면 질색이었다. 주식이 밥 대신 빵이나 칼국수, 냉면 등 밀가루 음식이었다. 그런데 토속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결혼 후 완전히 ‘밥순이’가 됐단다. 슈는 “결혼하고 식성이며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일보다는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는 것이 최고의 목표이다. 환경에 대해서도 더 공부하고 싶다고 한다. 슈는 “책이 많이 팔린다고 돈을 더 받는 것은 아니지만 책의 내용을, 채소의 진실을 알리고 싶어서 열심히 홍보하고 다닌다”면서 “어떤 환경을 만들어주고 어떤 음식을 먹이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연재배 채소 고르는 법

1. 녹색이 흐리고 부드러운 색을 띤다.

채소가 녹색을 띠는 것은 초산성질소 때문이다. 질소를 많이 포함한 비료를 뿌린 채소는 녹색이 짙다.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재배 채소는 녹색이 흐리고 부드러운 색을 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채소의 녹색이 짙을수록 몸에 좋고, 흐린 것은 양분이 적어서 안 좋다고 생각한다.

2. 좌우대칭이 고르고 가지런하며 예쁘다.

자연재배 채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좌우대칭이다. 유기재배의 경우 유기비료를 주기 때문에 채소에 균등하게 뿌릴 수 없다. 위치에 따라 뿌리는 양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채소가 고르고 가지런하게 자라지 못한다. 유기재배 당근을 둥글게 썰어보면 잘 알 수 았다. 심이 중심에 있는지, 원형의 모양이 잘 그려져 있는지 등으로 판단한다.

3. 묵직하며 무겁다.

천천히 세포분열을 반복하면서 자라기 때문이다. 비료가 없으면 자기의 뿌리로 필요한 영양분을 찾는다. 자연적으로 자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놀라울 정도로 뿌리를 넓게 뻗고 있다. 또 토마토를 잘랐을 때 비료를 사용한 것은 안에 빈 공간이 있는 경우가 있다. 자연재배 잎사귀 채소는 끓는물에 데쳐도 무게가 변하지 않는다.

4. 데치면 색상이 선명해진다.

자연재배 채소는 일반재배보다 색상이 연하지만 데치면 색상이 오히려 선명해진다. 가설이긴 하지만, 채소 표면의 각피층에 코팅 막이 있어서 병원균이 들어가기 어렵고, 벌레나 병으로부터 채소를 보호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비료를 쓰는 채소는 속성으로 만들어서 각피층이 얇거나 없는 반면 자연재배 채소는 각피층이 두툼하다. 각피층은 물에 녹아버리기 때문에 데치면 각피층이 벗겨지면서 데치기 전보다 색깔이 선명해진다.

5. 모양이 세밀하며 표면이 부드럽다.

자연재배 채소는 모양이 세밀하며 표면이 매우 부드럽고 흙이 잘 털어진다. 흙이 잘 털어진다는 것은 표면에 흙이 많이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채소의 모양이 세밀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흙의 입자가 작아서일 수도 있다.

6. 산뜻하고 떫은맛이 없다.

분뇨비료를 사용한 채소는 단맛이 강한 편이다. 그에 비해 자연재배 채소는 단맛도 나지만 산뜻하고 떫은맛이 없는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이것이 채소 본래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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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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