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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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이제 한국인만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다. 아직 전 세계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한국 라면을 맛본 외국 사람 중에는 한국 라면 예찬론자가 많다. 한국 라면을 엄청 좋아하는 미국인 김미남씨를 만났다. 본명은 P J 로저스(P. J. Rogers)다.

김미남은 ‘김치를 좋아하는 미국 남자’의 준말이다. 한국 음식 중 김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이 뭘까? 당연히 라면이다. 김치를 잘 먹는 사람이 라면인들 싫어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라면 잘 드세요?” 하고 물어봤다. 답은 예상대로였다. “엄청 좋아해요.”

그는 한국말을 잘하고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정통하다. 나이를 물었더니 “제가 1969년생인데 원숭이띠예요. 띠는 음력으로 따지잖아요. 1969년생은 닭띠인데 제 생일이 2월 15일이라서 음력으로 하면 원숭이띠가 돼요.” 기가 막혀서 속으로 “미국 사람 맞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라면을 되게 좋아한다. 라면을 먹는 모습을 표 안 나게 유심히 봤는데 그는 김치를 듬뿍 얹어서 라면을 탐스럽게 먹었다. 먹고 나서 콧물이 나온 것을 보고 그에게 휴지를 건넸더니 그가 하는 말이 걸작이다. “(먹을 때) 콧물이 나와야 맛있는 라면입니다.”

‘라면도사’답게 좋아하는 라면도 확실하다. “신라면을 제일 좋아하고 나가사끼짬뽕이 두 번쨉니다.” 라면 끓이는 비장의 레시피(조리법)도 있다. “신라면을 끓일 때는 감자, 양파, 계란을 넣고 김치는 안 넣어요. 김치는 라면을 먹으면서 반찬으로 먹습니다. 라면에 고구마를 넣어서 끓여도 맛있습니다. 약간 단맛도 있어서 좋거든요. 다만 고구마를 너무 오래 넣어두면 안 되고 딱 익을 정도로만 끓여야 맛있습니다.” 그는 기회가 되면 자신만의 라면을 개발하겠다는 야심도 갖고 있다. “내가 개발하면 내 고향 텍사스의 바비큐 맛을 살려 바비큐 라면을 개발할 겁니다.”

가족들도 라면을 좋아한다. 미8군이 설립한 학교의 체육교사인 부인은 다섯 살 연하인데 장인이 미국인이고 장모는 한국인이다. 그는 윤중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인 두 딸 등 다섯 아이와 부인과 함께 서울 여의도에 살고 있다. 김미남씨 가족은 1주일에 라면을 2~4번 먹는다. 이 집에서는 라면을 아빠가 끓인다.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해서 라면은 물론 다른 음식도 90% 이상 제가 해요. 아직 어린아이가 있어서 신라면은 물을 많이 타서 끓여주고 주로 순한맛의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많이 끓여줍니다. 우리집 애들은 짜파게티를 ‘블랙 스파게티’라고 불러요.(웃음)”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 직전에 한국에 선교사로 왔다. 그는 한국 라면을 높이 평가한다. “라면은 한국이 20세기에 개발한 음식 중에 최고입니다. 내 주위의 외국인 중에 라면 안 먹는 사람이 있다는 말 못 들었고 안 좋아하는 사람 있다는 말도 못 들었습니다. 저는 한국하고 라면을 분리할 수 없습니다. 라면은 한국 문화의 중요한 일부가 됐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 라면을 왜 좋아하는지 물어봤다. “첫 번째는 맛있습니다. 가격도 쌉니다. 종류도 많아요. 나가사끼짬뽕을 처음 먹어봤을 때 어떻게 이런 음식까지 라면으로 개발했는지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면서 이런 말을 했다. “한국 사람이 외국 갈 때 무조건 라면 몇 박스 사서 가잖아요. 한국에 살던 외국 사람이 한국을 떠날 때도 라면을 박스째로 사갑니다.(웃음)”

그는 1996년부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이스트웨스트컨설팅이란 경영컨설팅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경력을 살려 미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회사,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 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박영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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