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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372호] 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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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전시]40여만 명을 울린 어머니 서울 송파에 오다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展’

강달해  인턴기자·연세대 신방과 4년 

엄마는 새벽에 나가 하루 온종일 일하시고 밤 열한 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오곤 하셨으니까요.
   어떤 날은 어머니는 오자마자 허기진 배를 허겁지겁 달랜 뒤 잠자리에 들기도 하셨습니다.
   덜렁 김치 한 사발을 발 앞에 내려놓은 채,
   밥솥에서 누렇게 변색되어가는 밥을 대충 퍼 담아 제대로 씹지도 않고 꾸역꾸역 삼키곤 하셨던 엄마.
   그 소리는 자정이 넘은 시간, 한 칸 방 안에 가득히 울려 퍼졌습니다.
   
   …
   
   엄마의 밥 먹는 소리, 저는 그 소리가 너무나 듣기 싫었습니다.
   마치 ‘이것이 내게 남은 유일한 삶의 소리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몸서리치게 끔찍했습니다.
   마침내 저는 제 가슴에 깊이 박혀들 가시를 세우고 말았습니다.
   “엄마! 지금 꼭 그렇게 밥을 먹어야겠어? 잠 좀 자자!”
   그 말을 끝으로 점점 목구멍 안으로 삼켜 들어가던 엄마의 밥 먹는 소리를 기억합니다.
   주섬주섬 밥그릇과 김치사발을 챙겨들고 부엌으로 나가 부엌바닥에서 마저 식사를 마치셨던
   그 동선의 흐름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어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닥 밥상’ 중 - 조지희

   
   
   지난 8월 20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하나님의교회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 전시회장에 내걸린 조지희씨의 수필 ‘바닥 밥상’ 앞에서 전시를 구경하러 온 김정희(49)씨는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던 김씨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자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반찬이 없어도 대충이라도 먹고 더 건강해져서 자녀들을 먹여살려야 하잖아요. 자정까지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참 힘들었을 텐데…. 그런 와중에도 엄마에게 모질게 말하는 딸을 보면서 자녀가 부모의 마음을 다 이해해줄 수는 없다는 것을 느꼈어요.”
   
   어머니. 생각만 해도 가슴 뭉클해지는 단어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당신의 몸을 빌려 세상을 보여준,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해준 존재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소중한 마음을 너무도 당연히 여기는 듯하다. 시간이 흐르고 쭈글쭈글 주름에 덮인 어머니의 손을 잡는 날, 웬일인지 가슴이 시린 이유다.
   
   8월 20일부터 열리고 있는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은 바쁜 일상에 치여 그간 잊고 살았던 ‘어머니’라는 존재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가 주최하고 ㈜멜기세덱출판사가 주관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여러 작가들과 일반인들이 ‘어머니’를 주제로 창작한 글과 사진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013년 서울 강남에서 첫선을 보인 후 호응이 크자 전국을 돌며 순차적으로 열리고 있다. 현재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송파, 수원 팔달, 강릉을 비롯해 현재까지 전국 35개 지역에서 열렸다. 송파 전시회는 10월 18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광주에서도 오는 9월 3일부터 전시회가 시작된다.
   
   전시회를 주관하는 멜기세덱출판사의 이신아 대리에게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물었다. “전시회의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세대가 이렇게 아날로그적인 콘텐츠를 좋아할 것인지 걱정이 많이 됐는데 놀랍게도 강남에서 열렸던 첫 전시회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세대를 초월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거겠지요.”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주최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어머니’라는 인류 공통의 키워드로 관람객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 전시회에는 10대 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누적관객 42만여 명이 방문했다. 군부대가 있는 춘천이나 평택에서는 어머니를 자주 볼 수 없는 군인들이 찾아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고, 어떤 지역에서는 인성교육 차원에서 한 학교 전체가 단체관람을 오기도 했다. 전시회를 관람한 중학생 이다현(15)양은 “전시회를 통해 엄마의 삶을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우리 엄마가 나중에 늙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어요. 저에게 엄마는 ‘공기’예요. 늘 곁에 있는 게 당연한데 없으면 살기 힘든 소중한 존재.”
   
   송파 전시회는 크게 5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모든 구역이 기본적으로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각 구역별로 나름의 특색이 있다. A구역부터 E구역에 이르기까지 순서대로 전시를 감상하다 보면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A구역 - 엄마
   

   어머니와 관련된 따듯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글과 사진에 녹아 있다. 마음속 한편에 잠겨 있었던 어머니에 대한 향수가 서서히 고개를 든다. 입구에 배치된 도종환 시인의 시 ‘어머니의 채소농사’는 굳게 닫혀 있던 관람객들의 마음을 훤히 열어젖힌다. 멜기세덱출판사 사진편집부의 ‘고추 빛으로 붉게 물든’이라는 제목의 사진은 어머니뿐 아니라 유년시절에 대한 추억을 되뇌게 한다. 그 외에도 수필 ‘따뜻한 온돌방의 비밀’, 김용석의 사진 ‘유년의 해 질 녘’ 등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을 감상하던 김현미(43)씨는 철없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어렸을 때는 엄마한테 받는 사랑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니 엄마의 사랑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그때는 몰랐던 엄마의 사랑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도 ‘엄마한테 받았던 사랑을 우리 자식들한테 해줘야지’라는 다짐을 하고 가네요.”
   
   
   B구역 - 그녀
   
   어머니도 누군가의 어머니이기 이전에 한 명의 ‘여인’이다. 어머니를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조명해보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코너다. 여자이지만, 자녀들을 위해 여자로서의 삶을 내려두어야 했던 어머니의 삶에서 무한한 사랑과 희생을 느낀다. 이를 잘 드러내는 작품들 중에서 유난히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던 작품은 박효석 시인의 시 ‘오래된 사과’였다. 오래돼 물러버린 사과를 보면서 화자는 쭈글쭈글한 어머니의 손등을 떠올렸다. 화자는 베어 먹던 사과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어머니의 삶을 이렇게 갉아먹어 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참 동안이나 이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관람객 이은지(21)씨는 시를 읽고 가슴이 저렸다고 한다. “사실 ‘엄마’ 하면 잔소리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나도 어머니의 희생을 통해서 성장하고,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C구역 - 다시, 엄마
   

   B구역에서 ‘여인’으로서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C구역에서는 다시 어머니를 ‘엄마’로 바라본다. 그 누구보다 따뜻한 사랑을 주었던 어머니를 회상하며 자식들은 깊은 반성에 빠진다. 조지희의 수필 ‘바닥 밥상’과 오송월의 수필 ‘Dear 그리운 엄마!’를 읽어 내려가며 콧등이 찡해진 관람객들은 손수건을 꺼내기도 했다. 외국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에 온 지 8년차에 접어든 중국인 원연(30)씨는 황수동의 사진 ‘어머니의 노을’을 보며 눈물지었다. “엄마가 평생 30년 동안 농사를 지으셨어요. 농사일은 허리를 구부리고 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요. 저는 딱 1년 정도 농사일을 도와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정말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제는 엄마가 농사일을 쉬고 계시지만 그동안 그 힘든 일을 어떻게 하셨을까 싶어요. 엄마한테 더 잘해드리고 싶고, 자주 보고 싶어요.”
   
   
   D구역 - “그래도 괜찮다”
   
   용서를 구하는 자녀에게 어머니가 하는 말이다. 자녀를 향한 어머니의 무한한 용서와 신뢰, 끝없는 사랑이 느껴지는 코너다. 이서원의 사진 ‘당신이 웃으시는 이유는’과 멜기세덱출판사 사진편집부의 사진 ‘어머니의 기억 속에서’ 등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객 김혜영(56)씨는 멜기세덱출판사 편집부의 수필 ‘어머니의 문자메시지’가 가장 감명 깊었다고 말했다. 문자 메시지 보내는 법을 꼬치꼬치 캐묻는 어머니에게 화를 냈던 자녀에게 어머니는 처음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한참을 노력해서 보낸 엄마의 첫 문자 내용은 ‘아들, 사랑헤.’였다. “저도 어렸을 때 어머니가 새로운 기기에 대해 물어보시면 나만 아는 것처럼 콧대 높게 굴었는데 이제는 제가 어머니의 입장이 됐네요. 자식을 두고 어머니의 입장이 되어 보니까 어렸을 때 잘못했다는 반성이 들었어요.”
   
   
   E구역 - 성경 속 ‘어머니’ 이야기
   

   교회에서 열리는 전시회이기에 종교적 내용이 깃들어 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도 있지만 사실 전시회 작품 전반에 종교적인 내용은 거의 없었다. 다만 전시회 끝자락의 E구역에서는 성경 속에 어머니와 모성애가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가 짤막하게 소개된다. 모성애를 시험해봄으로써 아이의 진짜 생모를 찾아냈던 솔로몬의 명판결 등, 성경 속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어머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전시회의 모든 구역에는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각종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소품은 그동안 열렸던 전시 지역에 따라 다른데 송파 전시장에는 어머니가 손수 써주신 편지나 손수 떠주신 조끼 등이 전시돼 있었다. 한 자 한 자, 한 땀 한 땀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본 전시회가 끝나면 영상문학관에 들러 영상 문학 작품을 시청할 수도 있다. 전시회의 작품들을 영상화해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사랑의 우편함 ‘사랑해요, 미안해요, 감사합니다’ 부스에서는 평소 어머니에게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엽서에 담아 보낼 수 있다. 전시회 측에서 엽서 발송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어머니’라고 말해요”라는 이름의 포토존에서는 관람객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김치’나 ‘치즈’ 대신에 ‘어머니’라고 외치며 사진을 찍고 무료로 사진 인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북카페에서는 작품들이 수록된 문학집을 감상하며 다과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전시회에서 흘린 눈물을 닦거나 고조된 마음을 추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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