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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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텝은?

필요한 시공만 똑똑하게! 도배, 장판, 필름 등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세분화해 시공상품을 파는 온라인 개별 시공 플랫폼. 전통적인 오프라인 산업을 온라인 안으로 끌어들이고, 가격을 표준화해 불투명한 인테리어 시장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데꾸테리어(데스크 꾸미기+인테리어), 집꾸족(집꾸미기족), 홈루덴스(집에서 놀기) 인테리어, 베터파크(베란다+워터파크). 모두 홈인테리어 관련 신조어들이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집을 소개하는 ‘랜선 집들이’도 유행이다. 홈인테리어 시장의 폭발 성장을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은 물론이고 한샘, 현대리바트, 이케아 등 가구업계의 올 매출이 수직상승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집을 꾸미고 고치는 수요가 늘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영향도 크다. 재건축 규제로 리모델링 수요가 늘어나고, 전월세 세입자도 집 고치기에 나섰다.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은 멀어지고 전세 기간이 4년으로 늘면서 ‘내 집이 아니라도 고치고 살자’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2000년 9조1000억원에서 2016년 28조4000억원으로 급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41조5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은 폭풍성장하는데 어느 곳보다 정보 비대칭이 심한 곳이 인테리어 시장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믿고 맡길 인테리어 업체를 찾는 것도 어렵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셀프 인테리어를 하자니 막막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곳이 ‘하우스텝’이다. 하우스텝은 개별 시공을 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도배, 장판, 마루, 필름, 창호, 몰딩 등 리모델링 분야를 세분화해서 개별 상품으로 만들었다. 각각의 상품은 ‘자재와 시공’이 세트로 이뤄져 있다. 예를 들어 ‘도배’ 상품을 구매하면 벽지부터 시공까지 해결된다. 소비자는 필요한 상품만 골라서 구매하면 된다. 자재의 종류는 가장 인기 있는 기본 라인을 갖추고 있다. 동네 업체에 통째로 맡기는 ‘맞춤정장’ 시장에 기성품 브랜드가 등장한 셈이다.

견고한 인테리어 시장에 균열을 내다

하우스텝의 출현은 견고한 인테리어 시장에 혁신을 몰고 왔다. 오프라인에 기반한 전통 시장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이면서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인테리어 시장에는 표준가격이 없었다. 집 구조, 자재, 인건비 등 변수가 워낙 많다 보니 업체마다 고무줄 요금이었다. 가격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온라인 사업으로 만드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시장이었다. 누구나 필요로 했지만 아무나 만들 수 없는 사업이었다. 불투명한 구조는 불신을 낳는다. 소비자는 거품을 의심하고, 업체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하우스텝은 아예 ‘3초 견적’을 통해 비용을 공개했다.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적정가격에 따라 소비자는 필요한 시공별로 3초 만에 ‘자재’ ‘시공비’가 포함된 견적을 받아볼 수 있다. 표준 시장가를 만든 것이다. 또 하나는 이쪽 용어로 ‘반장님’이라고 부르는 작업자들의 플랫폼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우스텝에는 시공 파트너인 ‘반장님’이 800명 등록돼 있다.

서울 강남구 서초구 하우스텝 본사에서 이승헌(41) 대표를 만났다. “해외여행 트렌드가 패키지 위주에서 자유여행으로 이동해가는 것처럼 인테리어 시장도 고객 주도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만만하게 집수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하우스텝은 2016년 1월 홈페이지를 론칭하고 현재까지 수주한 공사가 2만여건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8월 판매액이 15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월 대비 3배 가까운 수치이다. 고객층은 30~40대가 가장 많고, 전세자 비율도 점점 늘어 40%에 이른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인테리어 시장이야말로 바뀔 여지가 가장 많은 곳이라고 보고 있다. “전통 시장이 굳건하고 온라인이 침투하지 못한 영역입니다. 산업은 큰데 아직 넘어오지 않은 곳이 많으니 그만큼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택시 기사들이 모바일 앱에 편승한 것처럼 시장의 방향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변화를 누가 이끄느냐가 관건입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시장이 하우스텝의 표준가격을 따라오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79㎡(24평) 아파트 기준 도배, 마루, 필름, 창호 등 기본적인 리모델링을 하는 데 1000만원 안팎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실제 하우스텝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시공 사례가 소개돼 있다. “셀프인테리어를 몇 달간 공부했다”는 성남의 한 고객은 33평 리모델링에 ‘실크도배 208만2000원, 실속 강마루 158만원으로 총 366만2000원’이 들었다. “생애 첫 내집이라 직접 꾸며봤다”는 수원의 고객은 31평에 ‘합지도배 139만원, 1.8밀리미터 장판 29만원(방), 실속형 강마루 117만원(거실), 바닥철거 35만원, 창호 715만원, 문 246만원, 총 1281만원’이라고 공개했다. 각 사례는 자세한 시공 비용이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다. “전세지만 꾸미고 싶었다”는 수원의 다른 고객은 33평 기준 ‘합지도배, 장판, 필름에 224만7000원’을 투자했다.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 셀프인테리어를 선택했다는 리뷰도 많다. 온라인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쇼룸도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모든 자재를 확인할 수 있다. 바닥, 도배지 등 색깔을 비교하며 매칭해볼 수도 있다.

거친 현장의 문법에 익숙하던 ‘반장님’들도 변했다. 시공 현장은 폐쇄적인 영역이다. 작업자는 대부분 도제식으로 키워지고 ‘독립군’처럼 움직인다. 이메일도 안 쓰고 전화로만 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반장님’들을 모셔와 앱을 사용하게 만들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이 대표가 직접 작업현장마다 찾아다니며 한두 명씩 섭외해야 했다. 작업자마다 시공 품질이 차이가 나다 보니 고객 불만이 이어지기도 했다. 고객 리뷰, 불만 접수 등을 토대로 문제의 작업자들을 걸러내고 평가가 좋은 ‘반장님’들을 우선배치했다. 매달 ‘이달의 반장님’도 뽑았다. 고객평점, 기술, 서비스마인드 등 3개 항목을 토대로 선정하고 포상금도 줬다. 고객 리뷰를 통해 소속감과 보람을 느끼면서 ‘반장님’들의 마인드도 바뀌고 있다. 이 대표는 이들이 전문직으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당장은 힘들지만 그의 큰 그림 속에는 기술자들을 양성하는 아카데미도 들어 있다.

이 대표는 현장과 IT가 공존하는 일이다 보니 양쪽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어렵다고 했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 무너집니다. 물류창고도 있고 공사도 돌아가고 다른 쪽에선 IT로 혁신을 만들어내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지물포를 온라인에 넣은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시스템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계약부터 자재 선택, 시공자, 이사날짜 등을 조율하려면 자동화가 돼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하우스텝’의 쇼룸. 온라인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곳에서 자재들을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photo 하우스텝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하우스텝’의 쇼룸. 온라인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곳에서 자재들을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photo 하우스텝

가슴 뛰는 일을 하다

하우스텝은 이 대표의 세 번째 창업이다. 그에게는 ‘창업’ DNA가 있었다. 부모님은 동대문에서 의류사업을 했다. 집 지하에 옷 공장이 있다 보니 새벽부터 한밤까지 사업에 올인하는 부모님을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대학 졸업 후 신의 직장이라는 공사에 취업했는데 일의 호흡이 달랐다. 두 번째 직장인 외국계 IT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숨 가쁘게 움직이는 현장을 보고 자란 그에게 조직의 속도는 너무 느렸고 자신의 역할에 만족할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가 그린 미래는 사업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첫 번째 창업을 했다.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자녀와 집에 있는 부모가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게 무슨 사업 아이템이냐 하겠지만 2009년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이었다. 네이트온처럼 버튼을 누르면 엄마가 ‘짠’ 하고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실패했다.

“투잡처럼 해서는 턱도 없다”는 교훈을 얻고 사표를 냈다. 본격적으로 사업 아이템을 찾은 끝에 2011년 ‘멘플’을 창업했다. ‘멘플’은 ‘멘토링 피플’의 약자로 현직자와 취업준비생을 연결해주는 사업모델이었다. 주변 친구나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좋다고 했다. 주변 반응만 보고 일단 일부터 벌이는 오류를 범했다. 반응은 좋았지만 수익모델이 약했다. 1년 반 만에 결국 접었다. “벌이는 것보다 접는 것이 훨씬 힘들다”는 두 번째 교훈을 얻었다. 시작할 땐 혼자지만 끝낼 때는 혼자가 아니었다.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아팠다. 망한 소문은 특히 빨리 퍼졌다.

사업 때 인연을 맺은 ‘한인텔’ 사무실을 비집고 들어가 협업을 하다 아예 조인했다. 해외 게스트하우스 예약 서비스인 ‘한인텔’을 하면서 인테리어 발주를 하다 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견적서를 받아도 잘 모르겠고 선택의 기준이 없었어요. 10년 뒤면 분명히 달라질 것 같은데 무주공산의 영역이다 싶었습니다.” 일단 산업을 배워보자 싶어 인테리어 업체를 찾았다. 일을 배우는 대신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기로 하고 현장을 따라다녔다. 현장은 그의 체질에 맞았다. 벽지 나르고 ‘반장님’들과 부대끼는 일은 그의 가슴을 뛰게 했다. 인테리어 시장을 들여다보니 상상 이상으로 컸다. 일단 파일럿으로 도배만 해보자 생각하고 ‘두번째 도배’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는 몰라서 실패하기 쉬우니 두 번째처럼 합리적인 소비를 하라는 뜻”이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오픈하자마자 주문이 들어왔다. 그가 “창업 첫날부터 매출이 발생한 회사”라고 자랑했다. 그만큼 시장의 욕구가 컸다는 말이다. 도배에서 시작해 장판, 마루로 하나씩 확장한 것이 현재의 하우스텝이다.

하우스텝의 확장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재는 가장 기본적인 라인만 있지만 프리미엄 라인도 만들 생각이다. 최근에는 화장실을 통째로 고치는 상품도 만들었다. 서울·경기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도 가까운 숙제다. 이 대표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성장속도가 빨라질수록 그의 고민도 커진다. “조직이 커지면서 과거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안 맞은 것이 있습니다. 리더십, 조직운영의 방향이 달라져야 하는 거죠. 제가 먼저 바뀌어야 하는데 어려운 일입니다.” 그는 퇴근길이 하루 중 가장 힘든 시간이라고 했다. 매일 퇴근하는 차 안에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하루에도 몇 가지의 결정을 내려야 하고 한 끗 차이가 큰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는 “힘들지만 짜릿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창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얼마나 잘 아느냐”라고 말했다. “대표와 일의 성향이 맞을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세 번째 창업에서 자신과 가장 닮은 일을 찾은 듯했다.

다음 추천 주자는?

삼분의일 전주훈 대표

추천 이유 인생의 3의 1에 해당하는 수면시간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이 좀처럼 진출하기 어려운 매트리스 시장에서 확실한 제품 철학과 실행력으로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혁신적인 행보의 뚝심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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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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