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평화로운 얼굴을 한 케이티 홈스(42)는 수줍어하는 소녀처럼 미소를 지어가며 질문에 대답했다. 사람이 맑고 밝아 보였는데 가끔 “하하” 하면서 크게 웃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스하게 했다. 케이티 홈스는 로맨스드라마 ‘시크릿: 데어 투 드림’에서 남편을 잃고 혼자 세 아이를 키우는 미란다로 나온다. 미란다는 뉴올리언스의 태풍 시즌에 자신을 찾은 비밀스러운 호남형 남자 브레이(조시 루커스 분)를 통해 삶에 큰 변화를 맞는다. 케이티 홈스는 톰 크루즈의 전처로 둘 사이에는 14살 딸 수리가 있다. 케이티 홈스는 뉴욕의 자택에서 영상 인터뷰에 응했다.

- 영화의 원작인 베스트셀러 ‘시크릿’을 읽었나. “물론이다. 난 저자인 론다 번의 팬이다. 그런데 책의 내용을 질서정연하게 서술되는 영화로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 당신을 찾아온 정체불명의 브레이는 매우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생활태도를 지닌 남자인데 당신은 얼마나 긍정적인가. “나도 긍정적인 것을 믿는 사람이다. 올해는 긍정적인 자세가 시련을 받은 해이다. 긍정적인 것을 찬양하는 이 영화가 코로나19로 모두가 시련을 겪고 있는 올해 나온 것에 대해 행복감을 느낀다. 마음을 고양시키는 영화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따스한 작품이다. 우울한 분위기에 싸여 있는 사람들에게 경쾌한 기분을 가져다줄 것이다.”

- 코로나19 환란 속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이번 재난으로 매우 긍정적인 일들을 볼 수 있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주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인간성을 믿게 되었다. 그들의 활동은 나를 희망에 잠기게 만들었다. 그들에게 감사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친구들과 연락하면서 지낸다. 그동안 우리의 삶은 분주하기 짝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작은 것들마저 고맙게 수용할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 요리도 하고 평소 등한시하던 작은 일들을 하고 있다. 그런 순간들을 즐기고 있다. 이 질병으로부터 무사한 우리들은 참으로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미란다 역에 끌린 이유는. “미란다는 처음에는 남편을 잃고 세 아이를 키우면서 삶에 실망하고 좌절감 속에 사는 여자였으나 끝에 가서는 마음의 기운을 되찾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희망적이 된다. 세상에는 미란다처럼 역경을 견뎌낸 여성이 많다. 나도 극단적인 도전을 이겨낸 여성들을 알고 있다. 연기를 하면서 그런 여성들로부터 영감을 구했다. 미란다와 같은 간난을 경험한 여성들이 미란다를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려고 애썼다. 이렇게 일반 사람들이 영화 속의 인물을 자기와 같은 실제 인물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 배우의 일 아니겠는가.”

- 미란다와 브레이는 필연적으로 운명이 맺어지는데 당신도 그런 로맨틱한 운명을 믿는가. “물론이다. 처음에 나는 감독 앤디 테넌트와 영화에 대해 얘기하면서 미란다와 브레이의 결합을 절대 서둘러 진행하지 말자고 했다. 미란다의 삶의 경험을 모두 보여주면서 두 남녀가 서로에게 이끌리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진짜 로맨스는 결코 서둘러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과 같이 천천히 두 남녀 간에 사랑이 싹트는 구식 로맨스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 당신은 감독으로도 활동하는데 연기보다 연출이 더 좋은가. “내 첫째 사랑은 연기다. 그러나 연출도 즐긴다. 나는 어떤 구상을 구체화하는 경험을 좋아한다. 처음 감독을 할 때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를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 후 함께 일한 감독들과의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두 번째 영화를 연출할 것이다. 강한 개성을 지닌 두 여성의 드라마다.”

로맨스드라마 ‘시크릿: 데어 투 드림’의 한 장면
로맨스드라마 ‘시크릿: 데어 투 드림’의 한 장면

- 영화에서 브레이가 당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른다면 그것을 어떻게 바라겠는가’라고 말하는데 당신은 늘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가. “언제나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자라면서 배우와 예술가가 되기를 원했는데 그 꿈을 현실화한 것에 대해 감사한다. 배우로서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역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는데, 시의에 맞고 정신을 고양하는 역을 하고 싶다. 때론 역사물에도 나오고 싶다. 되도록많은 역을 영화에서 보여주기를 열망한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긴 하나 때론 그것을 모르는 것도 필요하다. 기다리면 알게 되기 마련이다. 좀 쉬다 보면 깨닫게 되는데 그래서 난 나를 재촉하진 않는다.”

- 당신은 가톨릭 여고를 나왔는데 학교에서 배운 것 중에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 있는 것이 있는가. “난 가톨릭신자로 자랐고 14살 때부터 가톨릭 여고에 다녔다. 학교에서 경험한 것 중에 지금도 내게 남아 있는 것은 과제나 학습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면에서 경쟁하기보다 서로 돕는 것을 우선으로 삼은 것이다. 누군가가 날 필요로 할 때면 곁에서 그 사람을 돕는 걸 중요시했다. 그것이 내 삶 전체의 기본이 되어왔다. 그래서 나는 여성을 후원하고 함께 일하기를 즐긴다. 또 그들을 존경하며 믿는다. 학교에서 경험한 의식들은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는데 실제로 그것을 행하든 아니든 나 자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영화에서 브레이는 태풍으로 망가진 미란다의 집을 말끔히 고쳐주는데 집에 고장난 것이 있으면 손수 고칠 줄 아는가. “난 고장나거나 망가진 것을 꽤 잘 고친다. 남의 도움이 필요 없다. 브레이 역을 맡은 루커스와 함께 일한 것은 참으로 훌륭한 경험이었다. 앤디 테넌트와는 늘 함께 일하고 싶었다. 그의 영화들은 마음을 기분 좋고 따스하게 만든다.”

- 10대인 당신의 딸에게 어머니로서 어떤 도움을 주는가. “내 딸에 관해선 인터뷰에서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내 생활태도에서 우러나는 힘이 딸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만 말하겠다.”

- 당신은 본능과 자기 내면의 나침반을 잘 따르고 있는가. 삶이 불공평하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느낀다. 본능을 많이 따르는 편이다. 그러다가 잘못을 저질러도 자신을 나무라기보다 용서한다. 그리고 계속해 나아간다. 나는 모든 것에서 좋은 점을 찾고 희망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깨달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한다. 내게 이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 당신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아주 잘 알고 있다. 경험을 많이 할수록 더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보다 더 편안해진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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