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4일 유엔본부에서 연설하는 우피 골드버그. ⓒphoto 뉴시스
지난해 6월 4일 유엔본부에서 연설하는 우피 골드버그. ⓒphoto 뉴시스

우피 골드버그(64)는 두 손을 앞으로 모아 잡은 채 입을 크게 벌리고 미소를 지으면서 굵은 음성으로 차분하고 진지하게 답했다. 인자한 모습이었다. 골드버그는 오스카상을 탄 배우요 코미디언이며 TV 토크쇼 호스트요 작가이자 정치적 행동파이다. 최근 음악이 있는 만화영화 ‘피에르 더 피전-호크’에서 음성 연기를 하는 골드버그를 영상으로 인터뷰했다.

- 당신은 딸과 손녀와 증손녀가 있는데 코로나19 재난의 시기에 그들과 어떤 대화를 하면서 보내는가. “내 손녀들은 20대와 30대이고 증손녀가 여섯 살이다. 그 아이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외출할 수 없는 현실을 크게 괘념치 않는다. 집에서 내게 이것저것을 묻는다. 경찰 체포 과정에서 살해된 조지 플로이드가 누구인지, 그리고 왜 사람들이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지 물었다. 난 이런 대화를 통해 그 아이에게 가급적 많은 정보를 주려고 애쓰고 있다.”

-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는 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늘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주지시키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응, 또 그거야’ 하는 식의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와 다르다. 사람들은 피부 색깔을 불문하고 직접 눈으로 조지 플로이드가 죽어가는 과정을 목격하면서 자기도 플로이드와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은 경찰에 의한 살인은 이제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다면서 시위에 참여한 것이다. 사람들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식축구팀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이름을 고치기로 한 것이 좋은 예다.(‘빨간 피부’라는 이름이 아메리칸인디언을 비하한다는 이유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변화는 분명 일어나고 있는데 현재의 변화는 과거보다 속도가 빠르다.”

- 당신이 진행하는 토크쇼 ‘더 뷰’에 게스트로 참석한 사람들 중에 더러 터무니없는 발언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당신은 침착성을 잃지 않는다. “모두가 미친 소리를 한다 해도 누군가 한 사람은 침착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그럴 때마다 나마저 미쳐 날뛴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곤 한다. 나도 때론 고함을 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어른답게 굴자면서 참는다. 큰 그림을 보지 않으면 꼴불견이 되게 마련이다. 난 그래서 방송 내내 큰 그림을 생각한다.”

- 당신은 독서광인데 요즘 무슨 책을 읽는가. “난 표지가 흥미 있는 책을 고르는데 97% 경우 표지가 좋으면 내용도 좋게 마련이다. 난 가끔 내 마음을 퍼날라 날 어딘가 다른 곳으로 데려다주는 책을 원한다. 그런 책으로는 존 윈덤의 ‘데이 오브 더 트리피즈’가 있다. 또 때론 나를 생각하게 만들고 웃게 만드는 책을 원한다. 그럴 때면 D. L. 휼리와 마크 트웨인을 읽는다. 내가 책을 선택하는 것은 순간적인 결정인데 내면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할 때이다.”

- 당신이 고마워하는 공인들은 누구인가. “바른 일을 하는 경찰과,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이다. 그리고 음식을 배달하고 상점과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들로 인해 난 외출하지 않더라도 집에서 안전하게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이 사람들이 내가 경탄하는 영웅들이다.”

- 코로나19 재난으로 인해 극장이 문을 닫고 영화 제작이 중단되고 있는데 앞날을 어떻게 보는가. “우린 지금 모두 같은 상황에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자면 협조해야 한다. 요즘에도 한정된 공간에서 창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테일러 스위프트가 새 앨범을 냈고, 비욘세도 새 비디오를 내놓았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서서히 정상을 되찾을 것이다. 이들 외에도 많은 사람이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창작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참을성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린 모든 것이 천천히 진행되던 휴대폰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영화 ‘사랑과 영혼’(1990)에서 데미무어, 패트릭스 웨이지와 함께 출연한 우피 골드버그(왼쪽부터).
영화 ‘사랑과 영혼’(1990)에서 데미무어, 패트릭스 웨이지와 함께 출연한 우피 골드버그(왼쪽부터).

- 당신은 30년 전에 패트릭 스웨이지가 나온 ‘사랑과 영혼’에서 귀신 역으로 오스카 조연상을 탔다. 스웨이지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그는 참으로 즐거운 사람이었다. 내가 그 역을 맡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스웨이지가 주연으로 발탁된 후 영화 제작진에게 나를 캐스팅하지 않으면 자기도 출연하지 않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내가 선택된 것이다. 난 그때 그를 처음으로 만났다.”

- 그는 개인적으로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오빠의 잘생긴 친구’와도 같은 사람이라고 하겠다. 날 보면 늘 내 턱을 부여잡기를 좋아했는데 참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나이 먹은 큰오빠 같은 사람이었다. 인간성이 아주 좋았다. 정말로 이타적인 사람으로 그런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 스티븐 스필버그의 ‘컬러 퍼플’은 당신의 첫 화제작이었는데 그 영화가 그렇게 될지 알았는가. 영화에 같이 출연한 오프라 윈프리와는 자주 만나나. “윈프리와는 가끔 볼 뿐이다. 누구도 그 영화가 그렇게 화제작이 될 줄은 몰랐다. 우린 그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에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입이 찢어질 정도로 큰 미소를 지었을 뿐이다. 스필버그와 출연진이 다 훌륭했다. 내가 브로드웨이에서 쇼를 하고 있을 때 스필버그가 쇼가 끝나면 LA에서 보자고 해서 그때 그를 만났다. 난 그때만 해도 그가 날 ‘컬러 퍼플’의 주인공인 셀리 역으로 생각하고 있는 줄 몰랐다. 스필버그가 내게 셀리 역을 맡으라고 제의했을 때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랬더니 스필버그가 ‘뭐요?’라며 놀라기에 나는 셀리보다 작은 역을 달라고 말했다. 이에 스필버그가 ‘걱정 마라. 당신에게 딱 맞는 역이다. 힘들면 내가 도와주마’라고 말해 출연하게 된 것이다.”

- 사람들이 당신을 괴짜라고 부르던데 진짜로 괴짜인가. “그렇다. 난 굉장한 괴짜다.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낫지 않은가. 괴짜들은 아무것에서나 즐거움을 찾을 줄 안다. 우린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우린 다른 사람들이 지루하고 흥미 없다고 여기는 것들에 흥미를 느낀다. 나를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들을 사랑한다.”

- TV 토크쇼 호스트인데 TV를 많이 보는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난 TV를 별로 많이 안 본다. 녹음된 책을 많이 듣는데 그것이 내 도피처다. 난 대마초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마시기 때문에 듣는 책을 통해 비상한다. 오디오북이 내가 가고픈 곳으로 데려다준다. 때론 공포소설도 듣고 때론 우스운 책도 듣는다. 때론 인도의 재미 있는 탐정소설도 듣는다. 쾌적한 방의 매우 큰 의자에 앉아 듣는데 내 몸집이 상당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큰 공간이 필요하다.”

- ‘시스터 액트’ 3편을 만들 생각은 없는가. “많은 사람이 보고 싶어 하지만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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