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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인 뉴스]  김해 ‘위험한 활주로’ 내버려두고… 가덕도 공항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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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36호] 20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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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김해 ‘위험한 활주로’ 내버려두고… 가덕도 공항의 딜레마

▲ 부산 김해공항의 남북 방향 기존 활주로를 이륙 중인 비행기. photo 뉴시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부와 여당이 오는 2029년 개항을 목표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면서 기존 김해공항의 처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여당, 부산시 등은 산지절개와 해상매립, 주변 도로와 철도 구축으로 인해 어림잡아 10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드는 가덕도신공항의 공사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가덕도신공항에 1개 활주로만 놓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기존 김해공항의 국내선은 그대로 두고, 국제선만 가덕도신공항으로 옮겨 와 현재 유치작업 중인 2030년 부산월드엑스포 직전에 개항하는 방안이다. 부산시 역시 대외용 ‘가덕신공항’ 건설자료에서 “가덕 3500만명, 김해 1800만명의 여객을 처리한다”고 밝히고 있다. 가덕도신공항과 김해공항의 동시 운용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기존 김해공항의 치명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남풍 시 ‘서클링 어프로치(선회 접근)’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김해공항에 계속 잔류하게 될 국내선 항공기와 군용기 등은 계속적으로 이착륙 시 산악충돌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를 수행한 세계 3대 공항설계 전문그룹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이미 제안했었다. 기존 김해공항의 남북 방향 활주로를 기준으로 ‘V자’ 형태의 남동~서북 방향 활주로를 놓아서 남풍 시 서클링 접근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이 1개 활주로를 놓아 국제선만 옮겨 가는 방식으로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할 경우, 기존 김해공항의 근본적인 안전문제는 해소할 수 없는 본말(本末)이 전도된 대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를 완전 해소하는 방법은 김해공항의 국제선은 물론 국내선, 군공항 기능까지 모두 가덕도로 옮기고, 김해공항을 완전 폐쇄하는 방법이 사실상 유일하다. 하지만 이 경우 가덕도에 활주로를 최소 2본(本) 이상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해 활주로 1본 건설에도 천문학적인 건설비가 들어가는 가덕도신공항의 경제적 타당성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ADPi의 사전타당성 연구 검토 때는 가덕도신공항 조성 시 활주로 1본 기준으로는 8조5850억원, 활주로 2본 기준으로는 11조5890억원이 든다고 추산한 바 있다. 2016년 물가 수준에 근거해 책정한 금액으로, 가덕도 활주로 방향을 서북쪽으로 살짝 틀어 해상매립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전체 공사비를 줄인다고 해도, 문재인 정부 들어 폭등한 지가상승분 등을 감안하면 2016년 추산한 금액과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ADPi는 김해공항 V자형 새 활주로 신설에는 4조7320억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가덕도신공항의 2분의 1, 3분의 1(활주로 2본 기준) 비용에 불과하다. 다만 부산시 측은 “활주로 방향을 살짝 틀어 해상매립을 대폭 줄이는 식으로 7조5400억원 정도면 가덕도신공항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불완전한 가덕도 1본 활주로
   
   김해공항의 남풍 시 ‘서클링 접근’은 신공항 논의의 출발점이 된 2002년 4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보잉 767기의 김해 돗대산(해발 381m) 추락사고 때부터 논란이 됐던 문제다. 항공기의 경우, 대개 앞에서 불어오는 앞바람을 맞으면서 이륙과 착륙을 한다. 이륙 시 앞바람을 맞으면 무거운 동체를 하늘로 들어올리는 양력을 일으키기가 좋고, 착륙 시 앞바람을 맞으면 공기저항을 통해 제동거리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김해공항의 기존 활주로 북쪽에는 고정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는 돗대산이 병풍처럼 서 있어 항공기 운신의 폭을 좁게 한다.
   
   2016년 ADPi가 사용한 김해공항 기상관측소의 풍향 데이터에 따르면, 김해공항은 연중 83%의 기간에 북풍이, 17% 기간에는 남풍이 분다. 김해공항 착륙 시 북풍이 불 때는 사실 큰 문제가 없다. 항공기가 남해 상공에서 김해공항 남북 방향 활주로를 목표로 앞바람(북풍)을 맞으면서 착륙하기 때문이다.<그림1 참조> 김해공항으로 접근하는 항공기 중 십중팔구는 대개 이런 식으로 착륙을 한다. 남쪽인 제주도에서 북상한 항공기는 물론, 북쪽인 서울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으로 남하하는 항공기 역시 거제도와 가덕도 상공에서 크게 유턴을 한 다음 앞바람을 맞으며 남쪽에서 북쪽으로 접근하는 경로를 택한다.
   
   하지만 연중 17%에 불과한 여름철 남풍이 불 때는 활주로 방향이 문제가 된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부는 뒷바람(남풍)을 맞으면서 착륙할 수 없기에, 거제도와 가덕도 상공에서 선회(서클링)해서 김해공항 북쪽으로 접근한 뒤 돗대산 인근에서 또다시 선회한 다음 북쪽에서 남쪽으로 앞바람(남풍)을 맞으면서 착륙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림3 참조>
   
   2002년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한 중국국제항공 보잉 767기가 착륙 중 돗대산을 들이받고 추락한 이유도 20~30대 신참 중국 조종사들이 서클링 접근을 미숙하게 처리한 ‘조종사 과실’ 탓으로 항공사고 조사 결과 밝혀졌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업이 급성장해 짧은 경력으로도 채용되는 중국 파일럿 가운데 계기착륙장치(ILS)가 없으면 눈뜬 장님이 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했다.
   
   반대로 김해공항에서 이륙 시에는 남풍이 아니라 북풍이 문제가 된다. 남풍이 불어올 때 항공기는 활주로 북단에서 남단으로 앞바람(남풍)을 맞고 남해 해상 쪽으로 이륙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그림3 참조> 반면 북풍이 불어올 때는 활주로 남단에서 북단으로 앞바람(북풍)을 맞고 이륙해야 하는데, 북쪽 끝의 돗대산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이륙 즉시 기수를 서북쪽으로 틀어야 한다.<그림1 참조> 남풍 시 서클링 착륙에 비해서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하지만, 바람 방향에 따라 활주로 운용이 제한되는 김해공항의 기존 남북 방향 활주로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콜럼버스의 달걀’ 이착륙 활주로 분리
   
   ADPi가 제안한 남동~서북 방향 새 활주로는 남북 방향 활주로 운용의 한계를 일거에 해소하는 획기적인 방안이었다. 우선 북풍 시 이륙 때는 남동~서북 방향 새 활주로를 이용해 앞에서 불어오는 앞바람(북풍)을 맞으면서 서북 방향으로 곧장 이륙할 수 있다. 이 경우 활주로 북쪽 끝에 돗대산이 자리한 남북 방향의 기존 활주로와 달리 별다른 고정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기수를 서북쪽으로 크게 틀어야 할 필요도 없다. 반대로 북풍 시 착륙 때에는 남북 방향의 기존 활주로를 이용해 남쪽에서 북쪽으로 앞바람(북풍)을 맞으면서 안전하게 착륙이 가능하다.<29쪽 그림2 참조>
   
   남풍 시 착륙 때는 남동~서북 방향 활주로를 착륙 활주로로 이용해 서북쪽에서 남동쪽으로 앞바람(남풍)을 맞으면서 착륙이 가능하다. 서북 방향 활주로 북단에 안전상 걸림돌이 되는 고정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기존 남북 방향 활주로를 이용한 남풍 시 착륙 때 돗대산을 피하기 위해 수행하는 서클링 접근도 필요없다. 남풍 시 이륙할 때는 남북 방향의 기존 활주로를 이용해 북쪽에서 남쪽 방향으로 앞바람(남풍)을 맞으면서 안전하게 이륙할 수 있다.<29쪽 그림4 참조> 바람 방향에 따라 김해공항의 이착륙 활주로를 분리해 사용하는 것이 ADPi 제안의 핵심이었다.
   
   ADPi는 당시 “남동~서북 방향의 신설 활주로는 북측의 산악으로부터 회피된 운항경로를 제공할 것”이라며 “과거 검토에서는 착륙용으로만 검토된 것과 달리 교차활주로를 기존 활주로와 혼용하여 도착과 출발용으로 사용함으로써 신공항은 군공항 운영능력을 포함한 장래 요구되는 수용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최종보고서에 밝힌 바 있다. 김해공항에 남동~서북 방향 새 활주로 1본만 추가하면, 기존에 문제로 지적되던 남북 방향의 기존 활주로 2본까지 살릴 수 있는 기막힌 묘수를 ADPi가 제안했던 셈이다.
   
   이 경우 돗대산 충돌 위험도 해소되고, 남풍 시 서클링 시간이 단축되면서 부산까지 항공거리 단축은 물론, 서클링에 따른 불필요한 연료소모를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당시 이를 두고 ‘콜럼버스의 달걀’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김해공항은 계속 절름발이 공항으로
   
   반면 가덕도신공항으로 국제선만 이전해 갈 경우, 김해공항 남북 방향 활주로를 계속 이용해야 하는 국내선 항공기는 계속적으로 돗대산 충돌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가덕도신공항의 동서 방향 활주로를 이용하는 국제선 항공기와 김해공항의 남북 방향 활주로를 이용하는 국내선 항공기의 공역(空域) 충돌 문제도 생긴다. 서울 등 북쪽에서 김해공항으로 접근하는 항공기가 거제도와 가덕도 상공에서 선회해 남북 방향 기존 활주로로 접근하는 까닭에 이는 심각한 문제다. ADPi 역시 “(가덕 후보지는) 김해공항과 근접해 있어 두 공항의 항공교통업무 관리상 보다 복잡하고 긴밀한 조정이 요구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국제선·국내선의 동시 이전과, 김해공항의 완전 폐쇄가 전제되지 않으면 반쪽짜리 공항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선 이용이 불편해지는 부산시민들과 군(軍) 당국이 김해공항 완전폐쇄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부산 동쪽의 해운대나 기장은 울산공항이 가덕도신공항보다 시간상으로 더 가까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또한 공군 공중기동정찰사령부가 있고 동북아 최대 항공기 정비창(대한항공 테크센터)이 있는 김해공항은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도 함께 후방작전을 수행하는 곳이다. 2016년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를 수행한 ADPi 역시 “신공항 개항 시 기존 공항들이 폐쇄될 것인지의 여부가 정해지지 않고 과업이 시작되었다”며 “기존 공항들은 어느 입지가 최종 선정되든 현실적으로 폐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에 적시한 바 있다.
   
   이 경우 가덕도신공항은 국제선과 국내선이 분리돼 겉돌고 있는 전남 무안공항과 광주공항의 전철을 똑같이 밟을 가능성이 크다. 민군(民軍)공항으로 사용 중인 광주공항은 1993년 아시아나항공 보잉 737기의 전남 해남 추락사고 이후 목포공항의 민항 기능을 폐쇄하고, 서남권 신공항으로 조성된 무안공항이 개항하면 한데 합치기로 했었다. 그런데 2007년 무안공항 개항 이후 10년이 넘도록 통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까운 공항을 선호하는 광주시민들의 반발 때문에 새로 설정된 2021년 통합 목표 역시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부산시 신공항추진본부 공항기획과의 한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은 활주로 1본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국제선만 들어가는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김해공항을 향후 어찌해야 할지는 고민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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