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 장현국 대표와 위메이드가 글로벌 론칭한 게임 ‘미르4’. ⓒphoto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와 위메이드가 글로벌 론칭한 게임 ‘미르4’. ⓒphoto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요즘 해외 언론에 주목받는 국내 게임사가 있다. 포브스나 블룸버그 등은 위메이드에 주목했다. 포브스가 이 게임 기업을 소개한 대목을 보자.

“지난 3개월 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던 온라인 게임회사 위메이드의 주가는 400% 이상 급등해 시가총액 약 5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주가상승으로 위메이드 창업자인 박관호 의장은 넥슨의 김정주, 크래프톤의 장병규 같은 다른 한국의 게임 억만장자들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지난 8월 23일 국내 게임회사인 위메이드의 주가는 3만8000원대였다. 11월 23일 이 회사 주가의 종가는 19만8700원을 기록 중이다. 석 달 사이 5배가 넘게 뛰었다. 위메이드 주가가 급등한 건 ‘플레이투언(Play to Earn·P2E)’ 방식을 비즈니스 모델에 도입한 대표적인 게임회사이기 때문이다.

게임 비즈니스 변곡점

지난 8월 위메이드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인 ‘미르4’를 해외에 출시했는데 이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미르4 유저는 게임 내 아이템인 ‘흑철’ 10만개를 채굴하면 게임 내 코인인 ‘드레이코’ 1개와 교환할 수 있다. 드레이코 1개는 암호화폐 위믹스 1개와 교환된다. 게임 내 흑철 10만개가 위믹스 코인 1개로 바뀌는 셈인데, 유저는 위믹스가 상장돼 있는 암호화폐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빗썸에서만 위믹스를 거래할 수 있다.

다만 미르4 국내 버전에서는 아이템을 위믹스로 바꾸지 못한다. 사행성 등을 이유로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에 등급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 기능을 빼고 출시해야 했다. 대신 미르4는 해외에서 인기를 얻었다. 세계 170여 나라에서 서비스되고 있는데 지난 10월 동시접속자 수가 130만명을 돌파했다. 처음 출시 때 열었던 11개의 서버는 현재 200개가 넘는다.

게임은 돈을 쓰면서 즐기는 놀이다. ‘현질’은 게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다. ‘이기기 위해 돈을 쓴다’는 ‘페이투윈(Pay to Win·P2W)’은 유저에게 즐거움을, 게임사에 수익을 안겨줬다. 조화롭게 적용한다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BM)이었다. ‘리니지’로 대표되는 한국산 MMORPG 대부분은 이처럼 돈을 써야 강해지고 이길 수 있는 ‘페이투윈’ 모델이다.

그런데 이게 좀 과하면 문제가 된다. 이용자들도 계속 지갑 열기에 혈안이 된 게임 시스템에 피로도가 높다. 리니지와 과금체계, 구조 등이 비슷한 ‘리니지 라이크(리니지유사)’ 게임이 업계를 잠식하자 성장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그럴 때 P2E 모델을 가진 미르4가 호응을 얻었다.

게임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개념에 주목하는 곳은 동남아와 남미 쪽이다. ‘구글 트렌드’에서 ‘mir4’를 검색해보면 글로벌 검색량이 가장 많은 곳은 필리핀,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쿠바 순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르4’에서 24시간 내내 흑철을 캐면 월 43만원을 벌 수 있다는 분석 자료가 있다. 이는 동남아 일부 국가의 평균 임금을 웃도는 수치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가 게임 시스템에 더해진다. NFT는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고유한 표식을 부여하는 신종 디지털 자산이다. 단 하나의 파일이다 보니 원본성과 희소성을 인정받는다. 이 특징 때문에 올해 초 NFT가 주목받았던 분야는 주로 예술 작품과 콘텐츠였다. 이미지, 동영상, 오디오 등이 주요 대상이었다.

NFT가 새롭게 영토를 넓힌 분야는 게임이다. 게임은 소유권 문제가 중요한 장르다. 내가 시간과 돈을 들여 키운 캐릭터에 대한 소유권, 내가 가진 아이템 소유권, 그리고 이것을 현금화할 수 있는 창구 등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기존 게임은 유저의 캐릭터나 아이템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 주요 게임사의 운영정책은 유저의 캐릭터나 아이템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막상 돈은 유저가 써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임대하고 있는 셈이다. 게임사가 언제든 수정이나 삭제를 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게임회사가 금지시킨다고 해도 캐릭터 거래나 아이템 거래가 사적으로 이뤄지는 사례들을 보면 게임 내 자산들을 현금화하려는 욕구는 매우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욕구에 불을 붙이는 건 게임회사의 수익 구조에도 활로가 된다.

암호화폐와 NFT가 게임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바꾸는 방식은 다양하다. 강석오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설명한다.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매출은 위믹스 생태계에 외부 개발사 게임이 추가될 때마다 증가하기 때문에 성장 한계가 없는 만큼 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 스팀과 같은 게임 플랫폼으로 평가를 받아야 할 시점이다. 특히 P2E를 위한 토큰과 거래소까지 갖추고 있어 외부 개발사들이 빠르게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진출하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다.”

캐릭터·아이템 NFT 거래소도 등장

위메이드의 계획을 보자. 블록체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를 흡수했는데 위믹스 플랫폼 확대를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게임 외에도 외부에서 블록체인 콘텐츠를 수혈해 위믹스를 글로벌 게임 플랫폼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100개의 게임을 자신들의 플랫폼 안에 두고 위믹스를 현실의 달러처럼 기축통화로 사용하게 한다면 위믹스 플랫폼의 크기는 거대해진다. 거래량이 커질수록 게임사가 취할 수 있는 수수료 수입도 증가한다. 위메이드는 2022년 말까지 100개 게임을 위믹스 블록체인 내에 포함할 계획을 갖고 있다.

NFT도 게임 내 거래의 대상이다. 위메이드의 경우 게임 이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통합거래소’를 준비하고 있다. 코인뿐 아니라 NFT도 거래할 수 있는 장소다. 조만간 ‘미르4’에서는 게임 캐릭터의 NFT를 거래할 수 있을지 모른다. 게임 내 레벨 60 이상의 캐릭터를 NFT로 봉인하고 이를 거래하는 모델을 도입하려고 한다. 게임 내에는 캐릭터, 아이템 등 NFT화할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캐릭터나 아이템을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어 현금화하는 건 유저나 게임회사 모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이제 게임회사들은 잇달아 블록체인과 NFT를 접목시키느라 분주하다. 주가가 급등한 게임빌 역시 지난 10월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원의 지분 21.9%를 539억원에 추가 인수해 2대 주주가 됐다. 위메이드에서 보듯 P2E 게임은 현금화를 위한 암호화폐거래소가 필요한데 코인원이 그 역할을 할 거라고 시장은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게임빌의 자회사인 컴투스는 미국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인 ‘미시컬게임즈’에 투자했다. 미시컬게임즈는 유저가 게임 내에서 NFT를 만들고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도 NFT 도입을 공개하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다만 P2E 게임은 아직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미경험의 영역이다. 규제 역시 변수다. 미증유(未曾有)의 산업은 규제 당국이 재채기만 해도 휘청거린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행성 금지 원칙 아래 블록체인 게임에 등급을 주지 않겠다고 최근 재차 공표했다. 국내 시장에서 NFT 기반 게임의 확산이 쉽지 않은 대목이다. 여기에 금융위원회도 가세했다. NFT를 원칙적으로 가상자산으로 규정하고 과세 대상에 포함시킨다고 밝힌 건 또 다른 장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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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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