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플로이드의 드러머 닉 메이슨. 현재 핑크 플로이드의 초기 노래들을 연주하는 밴드 ‘닉 메이슨스 소서플 오브 시크리츠’를 조직해 공연을 하고 있다.
핑크 플로이드의 드러머 닉 메이슨. 현재 핑크 플로이드의 초기 노래들을 연주하는 밴드 ‘닉 메이슨스 소서플 오브 시크리츠’를 조직해 공연을 하고 있다.

1964년 영국의 전설적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를 창설한 드러머 닉 메이슨(77)을 영상으로 인터뷰했다. ‘더 월(The Wall)’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 등의 빅히트 앨범으로 수많은 팬들의 열화와 같은 사랑을 받은 핑크 플로이드는 록뮤직에 혁신을 일으킨 사이키델릭 록으로 유명한 밴드다.

메이슨은 내년 1월까지 할리우드에서 열리는 ‘핑크 플로이드 전시회: 데어 모털 리메인즈’의 홍보차 영국의 시골 마을 미들위크의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전시회의 제목 ‘데어 모털 리메인즈(Their Mortal Remains)’는 앨범 ‘더 월’에 수록된 노래 ‘노바디 홈(Nobody Home)’의 가사이기도 하다. 이 전시회는 핑크 플로이드의 순회공연 모습과 악기, 일지 등을 영상과 함께 전시하는 청각과 시각의 여정이다. 이젠 나이가 들어 패기만만한 록드러머라기보다 인자한 아버지의 모습을 지닌 메이슨은 악센트가 있는 발음으로 조용하고 신중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핑크 플로이드의 전성기 시절 모습.
핑크 플로이드의 전성기 시절 모습.

- 당신이 2018년에 조직해 주로 핑크 플로이드의 초기 노래들을 연주하는 밴드 ‘닉 메이슨스 소서풀 오브 시크리츠(Nick mason's saucerful of secrets)’는 언제 다시 순회공연을 하나. “곧 연습을 실시한 뒤 내년 초에 미국 공연을 시작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 공연을 그야말로 몸살 나게 기다리고 있다. 미국 공연 후에 영국과 유럽 공연을 할 예정이다.”

- LA에서 전시회를 연 소감은 어떤가. “이 전시회는 이미 유럽 여러 나라에서 열려 큰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회는 다른 곳들과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마치 강렬한 리듬을 느끼는 것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매우 색다른 감을 풍기고 있다. 전시회에 진열된 ‘더 월’의 어떤 악보는 내가 본 적이 없는 것이어서 깜짝 놀랐다. 나 자신이 매우 즐긴 전시회인데 유감스러운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전시회에 직접 나가 팬들과 접촉하지 못한 것이다.”

내년 1월까지 LA에서 열리는 ‘핑크 플로이드 전시회: 데어 모털 리메인즈’.
내년 1월까지 LA에서 열리는 ‘핑크 플로이드 전시회: 데어 모털 리메인즈’.

-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이 여전히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모르겠다.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으쓱해진다. 50년 전에 우리 멤버들 중 그 누가 밴드 관련 전시회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겠는가.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로큰롤은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음악이라는 것이 밥 딜런을 비롯해 여러 가수들의 음악과 가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만 해도 처음에는 그 인기가 1~2년이면 사라지리라고 생각들 했었다. 내 경우만 해도 밴드 구성 후 1년 뒤면 중단한 대학 공부를 계속하리라고 생각했었다. 난 아직도 우리의 인기에 대해 놀랄 뿐이다.”

- 당신은 경주용 자동차 수집가로 알려졌는데 아직도 수집한 차들을 갖고 있는가. 유명한 자동차 경주 운전자들을 만나기라도 하나. “가끔 수집한 차들 중 한두 대를 바꾸긴 하지만 여전히 차들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오래된 페라리 자동차를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내가 만난 유명한 자동차 경주 챔피언은 마이클 슈마커와 니키 라우다가 있다. 라우다는 내가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는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다.”

-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을 사이키델릭 록이라고들 하는데 노래를 작곡하고 연주할 때 대마초나 LSD 같은 것을 사용한 적이 있나. “우리 음악을 사이키델릭하다고 이름 붙인 것은 음반회사와 미디어다. 우리 음악이 최면적이요 사이키델릭한 것은 밴드의 창립 멤버였던 시드 배릿의 영향이 크다. 그는 LSD를 상용하진 않았지만 그것의 영향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머지 멤버는 전혀 그런 것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시드가 밴드를 떠난 후 밴드의 리더가 된 로저 워터스가 지은 가사는 과거처럼 약물에 취한 듯한 것이 아니라 보다 평범한 것으로 변모했다. 사이키델릭한 음악은 밴드의 초기 특징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평범한 밴드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 핑크 플로이드의 멤버로 생존하고 있는 로저 워터스, 데이비드 길모어와 당신이 다시 한번 모여 공연을 할 생각은 없나. “우린 서로 가끔 연락은 하나 재결합해 순회공연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전시회에 출품된 것들 중에 어느 것이 가장 마음에 드는가. “일본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그린 그림이 프린트된 드럼이다. 근 50년 전에 프린트한 것으로 나는 그 그림을 여전히 좋아한다. 아주 특별한 그림이다.”

- 로큰롤이 아닌 다른 음악에도 관심이 있나. 요즘 젊은 록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보통 자기 세대의 음악에 집착하기 마련이어서 나는 언제나 나와 같은 시대의 노래들을 듣는다. 따라서 새롭고 젊은 가수들의 노래를 많이 듣지는 않는 편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념이나 기회를 북돋아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노래를 취입하는 수단이 비닐 레코드에서 카세트로, 그리고 8트랙에서 CD로 바뀌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들의 노래가 재수록돼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못하다. 요즘은 재주가 있는 젊은 사람들이 생존하기 위해서 자기가 음반회사 노릇까지 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그들은 제대로 음악 수업을 받은 사람들이어서 노래를 들어보면 놀랄 때가 있다.”

드러머 닉 메이슨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
드러머 닉 메이슨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

- 젊었을 때 어떤 음악인의 영향을 받았는가. “드러머들은 다 자신의 삶을 바꾼 그 누군가가 있는데 나도 여럿 있다. 제일 먼저 지대한 영향을 준 드러머는 진저 베이커이다. 나는 그가 밴드 크림과 함께 연주하는 것을 보고 드러머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밖에도 영향을 미친 드러머로는 미치 미첼과 키스 문, 그리고 블링키 데이비슨 등이 있다. 미첼은 아주 독특한 스타일을 지닌 드러머이다.”

- 유명한 것이 부담이 된 적이 있는가. “별로 그런 적은 없다. 나는 그렇게 남들이 금방 인식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편하다. 길에 나서도 날 따라오면서 뭘 요구하는 사람은 없다. 금방 사람들이 알아보는 유명인들을 보고 또 그들과 함께 있어도 봤는데 그들에겐 유명하다는 것이 부담이 되는 것 같더라. 그러나 나는 단 한 번도 경호인을 동반해본 적이 없다. 따라서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내게는 유명한 것이 부담이 된다기보다 오히려 긍정적인 것이 되고 있다.”

-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가. “어떤 것은 가좋아한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은 내가 듣는 음악의 10% 정도를 차지할 뿐이다. 정통 클래식 음악보다는 클래식도 아니요 록도 아닌 두 장르를 고루 넘나드는 음악을 듣는 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자기에게 깊은 감동을 준 클래식 음악을 한두 곡 정도 갖고 있게 마련이다. 내게 있어 그런 음악은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이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엔 들을 음악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 그동안 핑크 플로이드 멤버들이 여러 명 교체됐는데 당신은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 밴드를 지키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드러머이기 때문이다. 드러머는 독주자로 활동하기가 힘들다. 내가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의 드럼 부분을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한다면 청중이 있겠는가. 그래서 드러머는 가수와 기타 연주자와 달리 밴드가 필요하다. 나는 다른 밴드를 원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밴드를 떠나 다른 것을 찾기보다는 내 밴드를 지키고 연주하겠다고만 생각했다.”

-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은 무엇인가. “‘소서풀 오브 시크리츠’이다. 우리는 그 음반에 담긴 많은 요소들을 선택해 그 후의 삶에 적용했다. 특별히 그 안에 담긴 노래 중에 ‘저그밴드 블루스(Jugband Blues)’는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 밴드를 떠나는 시드에게 보낸 작별 인사와도 같은 것이다. 그 외에 초기 음반인 ‘아톰 하트 마더(Atom Heart Mother)’도 좋아한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