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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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를 받고 남들은 해외 유학을 갈 때 식물학자 정재훈 교수(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는 사정이 그렇게 안 됐다. 서울대학교 화학부 박충모 교수의 지도를 받아 박사학위를 받은 건 2008년. 그가 연구를 못한 것도 아니다. 당시 최상위 식물학 학술지인 ‘식물 세포(Plant Cell)’에 논문도 냈다. 지난 10월 28일 만난 정재훈 교수는 ‘왜 바로 안 나가고 4년을 보냈느냐’는 질문을 받고서는 “해외로 나가는 게 겁이 나기도 했고…. 그때 철이 없었던 거다”라는 식으로 말했다.

학교 선배이나 실험실(Lab)에는 늦게 들어온 김상규 박사(카이스트 교수)가 2009년에 유학을 갈 때도, 후배인 서필준 박사(서울대학교 교수)가 2011년에 독일로 떠날 때도 그는 환송모임만 열어줬다. 남들에게는 ‘하는 연구가 있어 마무리 짓고 나가려고 한다’라고 둘러댔다. 학위 받고 1년이 지나자 박충모 선생이 “너, 안 나가냐”라고 물어왔다. 그리고 2년이 지나자 아내가 화를 냈다. “유학 간다고 하더니, 뭘 하는 거냐. 그렇다고 한국에서 직장을 찾는 것도 아니고”라고 했다. 2011년부터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할 곳을 찾았고, 2012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로 갔다. 필립 위그(Philip Wigge) 교수 실험실에 들어갔다.

뒤늦은 유학에도 최상위 학술지에 논문

필립 위그 교수(현 독일 포츠담대학교 교수)는 원래 식물의 개화 연구자였다. ‘개화 연구’라는 말을 듣는 순간 몇 주 전 만났던 고려대학교 식물학자 안지훈 교수가 떠올랐다. 안 교수로부터 식물의 개화를 촉발하는 물질, 즉 화성소(florigen)가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한 식물학자들의 경쟁이 2000년대 초반 치열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 알고 보니, 필립 위그 교수는 그 레이스에 참여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필립 위그는 독일을 떠나 영국 케임브리지에 자신의 랩을 차리고서는 연구를 온도로 바꿨다. 정 교수는 필립 위그의 지도를 받아 2016년 사이언스에 한 편의 논문을 냈고, 성균관대학교에 와서는 2020년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했다. 최상위 과학학술지에 계속해서 논문을 내다니,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정재훈 교수는 자신의 연구와 관련해 “식물의 온도 인지 반응성이란 분야가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을 했다. “온도에 의해 식물의 형태가 바뀌는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다. 영어로는 ‘Thermo-morpho-genesis’인데, 한국어로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식물 열 형태 형성’쯤 될까 싶다.”

그에 따르면 식물과 온도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역사가 길다고 한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이래 식물이 자라는 데 중요한 요소가 온도, 빛, 물이라는 건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구체적으로 온도가 어떻게 식물에 작용하는지를 분자생물학으로 봐야 할 때가 됐다고 한다. “분자 수준에서 식물의 온도 인지 반응성을 보는 것이다. 식물 열 형태 형성 연구 분야는 2000년대 후반에 생겼다. 이미 많은 사람이 연구를 했지만 ‘나는 식물 온도 연구를 해’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식물 호르몬 연구를 하는, 개화 연구하는 사람 하는 식으로 얘기했다. 그런데 요즘은 온도 연구자가 많다. 아주 많은 이가 온도를 연구한다. 빛(photo-morpho-genesis)을 연구하는 식물학자가 온도 쪽으로 많이 넘어왔다. 예컨대 식물에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게 온도 조건이다. 열 스트레스(heat stress), 추위 스트레스(cold stress) 연구자까지 치면 아주 많은 이가 온도를 연구한다.”

분자 수준에서 식물의 온도 인지 반응 본다

‘식물 열 형태 형성’ 분야 탄생을 격발한 건 무엇이었을까? 정 교수는 “이 연구가 각광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게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구 기온이 평균 섭씨 1도 상승하면 곡물 작황이 4.1~6.4% 줄어들 거라는 연구가 있다. 학술지 ‘네이처 기후 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나온 논문 내용이다. 정 교수 설명을 다시 옮겨본다.

“피토크롬(Phytochrome)이라는 광(光)수용체가 있다. 광수용체는 빛을 인지하는 단백질이다. 식물에는 많은 광수용체가 있으며 각기 다른 파장에 반응한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단백질 중 하나가 망가지면 적색광과 녹색광을 구별하지 못한다. 그게 색맹이다. 피토크롬은 붉은 빛과 원적색광(far red light)을 인지하며, 그러면 비활성화 상태에서 활성화 상태로 바뀐다. 활성화하면 다른 물질들과 상호작용해서 일을 한다. 사람들은 그 물질들이 무엇일까를 찾았고, 피토크롬과 결합하는 단백질(전사인자)들, 즉 PIF(Phytochrome Interacting Factor·피토크롬 상호작용 인자)를 많이 확인했다. PIF를 찾는 연구는 광(光)생물학자들이 많이 했고, 찾을 때마다 논문이 나왔다. 1990~2000년 초반의 일이다.

그리고 2009년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PIF4 관련 논문이 나왔다. 저자는 영국 레스터대학의 마리아 코이니(Maria Koini). PIF4 유전자가 망가지면 식물이 높은 온도에서 잘 자라는 현상이 사라진다는 걸 알아냈다. 즉 고온에서 줄기가 길어지는 현상을 PIF4가 매개한다는 걸 확인한 거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고온에서 식물이 잘 자라는 건 알고 있었으나, 그걸 매개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랐는데 이걸 확인했다. 이후 식물 열 형태 형성이라는 분야가 급성장했다.”

이후 PIF4 전사인자에 연구가 집중됐다고 한다. PIF4 전사인자가 mRNA 수준에서, 단백질 수준에서 어떻게 조절되는지, PIF4가 빛·호르몬 등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등등이 연구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었다. PIF4는 대기온도 변화를 직접 감지하는 센서는 아니었다. 어떤 단백질이 온도 감지를 하는 걸까?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이 문제를 풀어낸 게 정재훈 박사후연구원이다. 그가 2016년 사이언스에 낸 논문 내용이고, 논문 제목은 ‘피토크롬이 애기장대에서 온도 센서로 기능한다’이다. 제목이 단순 명료하다.

어떤 단백질이 온도 감지를 할까?

온도 센서를 발견하려는 식물학자의 경쟁은 후끈했다. 사람들은 온도 센서로 기능하는 단백질을 찾기 시작했는데 정통적인 방법은 ‘돌연변이 조사(mutant screening)’였다. 온도 센서로 의심되는 후보 단백질 관련 유전자를 망가뜨린 유전자 변형 식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유전자 돌연변이 식물이 온도 반응성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반응이 나타나면 그건 특정 단백질이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그 단백질이 온도 센서냐 아니냐를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온도에 반응하는 단백질들을 연구자들이 찾아냈고, 관련 논문이 수백 개가 나왔다. 하지만 이들 단백질은 온도 센서의 신호를 받아 작용하는 인자(factor)였을 뿐 온도 센서는 아니었다. 정 교수는 “고전적인 방법으로는 온도 센서를 찾기 힘들었다. 나와 위그 교수는 다르게 접근했다. 직관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냈다”라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2013년 그날 저녁을 기억한다. 장소는 케임브리지대학 보타닉가든(Botanic Garden)의 세인즈버리연구소(The Sainsbury Laboratory) 내 위그 교수의 연구실. 정재훈 박사후연구원은 필립 위그에게 “피토크롬이 아무리 봐도 온도 센서 같다. 관련 논문을 읽어보니 의심이 든다. 조사해봐야겠다”고 말했다. 피토크롬은 광수용체인데, 이게 온도 센서이기도 한 듯하다라는 얘기였다. 그래서 연구를 시작했고 정재훈 박사후연구원은 잭팟을 터뜨렸다. 그는 피토크롬이 온도 센서라는 걸 확인했고, 그건 식물에서 최초로 발견된 온도 센서 단백질이었다.

다른 사람은 피토크롬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왜 온도 센서일지 모른다는 질문은 갖지 않은 것일까? 정 교수는 “피토크롬은 광수용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그게 온도 센서로도 기능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은 듯하다. 광식물학자는 특히 그랬을 거다. 나는 피토크롬 연구자가 아니기 때문에 피토크롬을 온도 반응성과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피토크롬이 있는 야생형은 기온에 따라 생장에 변화가 있다. 반면에 피토크롬 단백질이 없으면 추운지도 모르고 마구 자란다.(12℃의 경우 ①, ②) 이는 피토크롬 단백질이 온도 센서임을 보여준다.
피토크롬이 있는 야생형은 기온에 따라 생장에 변화가 있다. 반면에 피토크롬 단백질이 없으면 추운지도 모르고 마구 자란다.(12℃의 경우 ①, ②) 이는 피토크롬 단백질이 온도 센서임을 보여준다.

피토크롬이 온도 센서란 걸 확인하다

연구의 시작은 피토크롬 유전자가 망가진 유전자 변형식물 구하기였다. 갖고 있는 사람이 있었기에 그는 유전자변형 애기장대를 만드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 피토크롬 유전자를 보니 5종류가 있었다. A·B·C·D·E형 5개를 다 망가뜨린 유전체를 가진 식물을 심었다. 5개가 다 망가졌어도 식물은 죽지 않았다. 온도에 따라 표현형에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봤다. 그리고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유전자 발현 변화가 피토크롬에 의한 것인지를 확인했다.

정재훈 교수가 컴퓨터 화면에 애기장대 식물이 주위 온도에 따라 어떻게 줄기 생장이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사진을 띄웠다. 다음날 발표가 있어 마침 준비한 슬라이드 자료라고 했다. 슬라이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애기장대 사진 4장이 있고, 사진들 밑에는 성장 온도가 쓰여 있다. 12도, 17도, 22도, 27도로 5도씩 차이가 난다. 그림을 보니, 5도 차이가 날 때마다 애기장대의 줄기 길이는 2배씩 차이가 났다. 피토크롬이 망가진 식물과, 망가지지 않은 식물이 온도에 따라 어떻게 생장이 달라지는지를 알 수 있었다. 피토크롬이 망가지지 않은 식물은 온도 조건에 따라 생장이 달라지나, 피토크롬이 망가진 식물은 온도를 느끼지 못했다. 약간 추운 22도에서나, 약간 더운 27도에서나 생장이 같았다.

정재훈 교수의 경력에 또 다른 빈칸이 있다. 그는 케임브리지대에서 7년 가까이 머물렀다. 2019년에야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부임했다. 케임브리지에서는 또 왜 6년8개월이나 있었을까? 보통은 박사후연구원으로 빠르면 2~3년 일하고 좋은 논문을 써서 대학교에 자리를 찾는다. 그는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최상위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했다.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후연구원으로 이미 4년의 시간을 보냈음을 감안하면, 직장을 잡지 않고 모두 11년을 보낸 셈이다.

정재훈 교수는 “사이언스 논문이 2016년 11월에 나온 직후부터 직장을 알아봤다. 마침 포항공과대학교가 식물학자를 뽑았다. 이 채용에서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사이언스 논문을 쓴 연구자라면 대학이 거의 그냥 뽑는 거 아닌가 싶었다. 정재훈 교수는 “처음이라서 내가 준비가 좀 안 되어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 뒤로는 식물학자를 뽑는다는 공고가 한국 대학에서는 없었다. ‘생물학 전반’이라는 식으로 채용공고가 나왔다. 생물학 전반이라고 하면 주요 분야가 신경과학이나 면역학이니, 그쪽 사람을 채용할 거라는 뜻이라고 했다. 한국 대학에 식물학 연구자는 몇 명 안 된다. 2019년 성균관대학교가 ‘식물학’이라고 분야를 명시해서 교수 모집 공고를 냈을 때 지원한 후에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성균관대학교에는 식물학 연구자가 정재훈 교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음해인 2020년 9월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선정 ‘2021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순수 기초-인프라’ 분야) 안에 들었다. 정재훈 교수는 “다른 온도 센서를 찾아낸 연구인데, 첫 번째 연구보다 임팩트가 더 있다. 피토크롬이 온도 센서로 기능한다는 결과는 식물학자에게만 관심 있는 내용이었는데, 이건 파급 효과가 크다”라고 말했다.

‘프리온 유사 단백질의 상 분리’ 연구

과기부가 정재훈 교수 연구를 압축한 표현은 ‘프리온 유사 단백질의 상 분리(phase separation)에 의한 식물의 온도 인지 메커니즘 최초 규명’이다. 그는 “이 연구에서 중요한 개념은 상 분리”라고 말했다. 올리브 기름과 발사믹 식초는 둘 다 액체인데 섞이지 않는다. 액체 안에 물방울이 추가로 생긴 듯한 모양을 보여준다. 액체인데도 상 분리가 일어난 거다. 액체와 액체가 상 분리를 보이는 현상을 LLPS(liquid-liquid phase separation)라고 한다.

정 교수에 따르면 특정 단백질이나 RNA분자는 일정 농도 이상이 되면 자발적으로 이런 물방울 구조를 형성한다. 상 분리라는 개념은 물리화학에서 수십 년 되었으나, 생물학에 적용된 건 2009년이다. 세포 안에 액체 물방울이 존재하고 그게 생물학적으로 중요하다는 걸 최초로 알린 연구가 이때 사이언스에 보고됐다. 이 연구를 한 두 사람이 유명하다. 영국인으로 독일 막스플랑크세포생물학유전학연구소에서 일하는 안소니 하이만(Anthony A. Hyman)과 클리퍼드 브랭귄(Clifford P. Brangwyne)이다. 그러다가 2015년 즈음부터 상 분리 연구 붐이 일었다. 네이처, 사이언스가 상 분리 관련 특집호를 냈다. 정 교수는 “세포생물학에서 상 분리가 현재 최고의 토픽”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상 분리로 기존에 설명하지 못하던 걸 설명할 수 있었다. 이 분야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하이만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 이야기를 들어본다.

“세포 안은 물이 70%다. 세포 안에서 단백질은 물에 녹아 있다. 수용액 상태인 단백질은 끼리끼리 모여든다. 어떤 형태가 만들어진다. 주변과는 다른 구획이 된다. 이게 상 분리다. 상 분리를 통해 특정 단백질이 국소적으로, 특정 지역에 축적되면 그 지역에서의 특정 단백질 반응이 급격하게 빨라질 수 있다. 또는 액체 방울이 원래 기능하는 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걸 ‘격리’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면 원래 기능을 못 하게 된다. 나는 상 분리를 보이는 단백질을 연구했다.”

그가 연구한 단백질이 프리온 유사 단백질이다. 프리온 단백질은 광우병으로 악명 높다. 광우병 때도 프리온 단백질은 상 분리를 보인다. 프리온 단백질이 갖고 있는 일부 단백질 서열(도메인·domain)을 갖고 있는 걸 ‘프리온 유사 단백질’이라고 한다. 프리온 유사 단백질은 3차원 구조를 잘 못 이룬다. 그러니 상 분리가 잘된다. 정 교수가 연구한 건 프리온 유사 단백질 중에서도 ELF3다. ELF3는 식물의 생체 시계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식물이 하루 24시간을 인지하는 데 중요하다. ELF3가 온도 반응성에서도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다른 사람은 연구하지 않았다. 정재훈 교수는 연구해서 ELF3가 온도 센서라는 걸 알아냈다.

그러면 이 연구가 파급 효과가 크다라는 건 무슨 뜻일까? 식물이 온도를 감지하는 메커니즘에서 상 분리가 나타난다는 걸 처음 밝혔기 때문이라고 했다. 온도가 올라가면 ELF3가 상 분리를 통해 격리되어 유전자 전사(transcription)를 억제하는 단백질 복합체가 형성되지 않아 고온반응성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고, 온도가 내려가면 상 분리가 되지 않은 ELF3가 단백질 복합체를 온전히 형성함으로써 유전자의 전사를 억제하게 된다. 정 교수는 “프리온 도메인이 들어 있는 ELF3 단백질을 물에 녹이고 그 물을 27도 이상으로 데우면 뽀글뽀글 물방울이 올라온다. 이게 진짜 감동이었다. 프리온 단백질 서열이 없는 경우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상 분리가 안 된다. 상 분리가 온도에 의해 좌우된다는 걸 눈으로 직접 본 것이다. 식물이 온도를 인지하는 메커니즘의 핵심이 상 분리라는 걸 증명했다”라고 말했다.

애기장대만 해도 프리온 유사 단백질이 480개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ELF3단백질은 프리온 유사 단백질이기에 온도 센서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다른 프리온 유사 단백질은 어떨 것인가? 이들도 온도 센서일 걸로 추정된다. 정 교수는 “더 나아가 다른 환경 센서로 작동할 수 있겠다는 시사점을 내 연구가 준 거다. 그래서 네이처에 논문이 실렸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프리온 유사 단백질이 다른 환경 센서라는 논문들이 최근에 계속 보고되고 있다. 물이 있는지 없는지, 병균이 들어오는지 아닌지를 감지하는 환경 센서라는 내용들이다. 정재훈 교수는 상 분리 연구에 지금 집중하고 있다. 그는 “좋은 연구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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