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 일본을 방문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양 정상 뒤로 ‘쿼드’를 상징하는 4개국(호주, 미국, 일본, 인도) 국기가 보인다. photo 뉴시스
지난 5월 24일 일본을 방문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양 정상 뒤로 ‘쿼드’를 상징하는 4개국(호주, 미국, 일본, 인도) 국기가 보인다. photo 뉴시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방문 일정이 끝났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하강기에 들어선 글로벌 경제로 인해 전 세계가 요동을 치는 상황에서 단행된 방문이다. 미국 내부를 들여다보면, 눈앞의 중간선거와 역대 최하라는 38% 지지율 속에서 이뤄진 79세 노(老)대통령의 외유다. 바이든이 만사를 제쳐놓고 서울과 도쿄에 들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과 일본, 나아가 동아시아와 세계 전체에 어떤 의미로 새겨질 방문일까? 모든 것이 그러하듯, 한발짝 옆에서 관찰해 보면 한층 더 넓고 깊게 살펴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을, 한·미는 도쿄에서, 미·일은 서울의 관점에서 떨어져 비교 분석해본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떠난 직후부터 신문·방송에 등장한 ‘윤석열 외교, 한·미 동맹 업그레이드’란 말이 떠오른다. 필자의 판단이지만,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대륙을 향한 사대주의 ‘쇄국 외교’로 비친다. 윤석열 정권의 경우 다시 바다로 향한 글로벌 외교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지지하고 동의한다. 외교를 아이돌 이벤트 무대급 수준으로 여긴 우물 안 개구리식 행적을 기억한다면, 윤석열 외교의 변화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5년 전인 2017년 12월 등장했던 ‘만절필동(萬折必東)’이란 말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주중 한국대사가 중국 외교부 방명록에 남긴 말로 ‘작은 나라는 대국 중국의 뜻에 맞춰 결국 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라는 것이 행간의 의미라고 한다. 윤석열 외교는 그 같은 대중(對中) 용비어천가와는 무관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동맹 업그레이드 아닌 리셋 그쳐

북한과 중국을 상수(常數)로 한 쇄국 외교가 얼마나 무모하고 무지한 것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윤석열 외교의 무게중심은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해양 파워에 있다. 출발이 좋다. 그러나 한국 측의 적극적인 자세와 달리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보면 업그레이드란 말을 쓰기가 어렵다. 일종의 쇄국을 깨고 개국으로 나선 출발점이란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윤석열 외교가 이번에 보여준 한·미 동맹 성적표는 업그레이드가 아닌 ‘리셋(Reset)’ 정도에 그쳤다고 판단된다. 문재인 정권이 역주행했던 마이너스 외교를 플러스로 완전히 바꾼 것이 아니라 출발점인 제로에 맞춘 것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이자 평가라고 판단한다. 물론 한·미 정상이 서로 신뢰를 주는 친숙한 관계로 들어선 것은 분명하다. 삐걱거렸던 양국 간의 관계도 빠르게 복구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친하고 가까워도 국가 관계를 우정과 신뢰 단계 정도로 묶어둘 수만은 없다. 문서로 표현되는 ‘구체적인 증거’만이 양국 관계의 나침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전 세계에 공표하는, 국가 간 약속이다. 한·미 공동성명에 나타난 구체적인 증거들 가운데 크게 두 가지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핵 문제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북한 핵 문제는 2022년 한반도, 나아가 일본, 미국, 전 세계로 연결될 최대의 이슈다. 북한만이 아니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핵공격 위협도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다이너마이트 1000t의 파괴력을 가진 1㏏ 미니 핵폭탄 사용 가능성이 곳곳에서 점쳐지고 있다. 버섯구름도 생기고 방사능 오염도 뒤따르지만, 대량살상이 아닌 반경 500m를 초토화시키는 족집게 공격이란 점에서 푸틴 대통령이 실행할 최종 무기로 언급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이 푸틴을 흉내내면서 미니 핵폭탄을 카드로 내세울 가능성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북한 핵 나아가 푸틴의 미니 핵폭탄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응은 어떨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애매하고 불안하다. 한때 취업시험에도 자주 등장했을 법한 문구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CVID)’이란 말이나 비슷한 용어 자체가 ‘싹’ 사라졌다. 윤석열 정권은 출범 직후인 5월 11일 뉴욕 유엔본부의 안보리회의에서도 북한 핵에 대한 CVID를 강조했다. 그러나 한·미 공동성명서 안에는 이런 용어나 개념이 ‘전혀’ 없다. CVID를 강조한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미국의 반향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국제정치의 현실이자 눈앞의 상황이지만, 더 이상 북한핵을 CVID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라 볼 수 있다.

 

공동성명 속 ‘한반도 비핵화’의 딜레마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의 명문화는 엎친 데 덮친 격의 불안한 현실이자 증거다. 한·미 정상 기자회견을 자세히 지켜봤지만, 윤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한·미가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에 양국이 동의했다는 말을 분명히 했다. 두 정상이 다른 말을 하기에 한국어와 영어로 된 공동성명서를 자세히 살펴봤다. 양국 모두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으로 명기돼 있다. 북한만이 아닌 한국 내 핵무기도 반대한다는 얘기다. 비핵화의 영역이 북한에 그치냐 한반도 전체에 미치느냐는 문제는 1992년 이후 계속된 논쟁이다. 노태우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촉발된, 1992년 1월 남북 간의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이 비핵화 영역에 관한 논란의 출발점이다. 미국이 어떻게 보느냐가 문제가 됐다. 문재인 정권은 미국 측에 북한만이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시종일관’ 주장했다. 북한 핵개발에는 무심하면서 자체 무장해제에 앞장선 셈이다. 이번 공동성명서에서의 ‘한반도 비핵화’는 그동안의 논란을 종식시키는 출발점이 될 듯하다. 한반도 비핵화 문구는 미·일 간 공동성명서에도 등장한다. 양국이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국제적 약속으로 진화된 상태다.

‘한반도 비핵화’가 한·미 나아가 미·일 사이의 입장으로 정착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핵무기의 한국 내 반입이나 자체 개발에 대한 논의 자체가 어렵게 됐다. 북한 핵 위협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북한에 대한 핵반격을 명문화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그러나 국제법에도 어긋나는 북한 핵에 당할 수만은 없다. 결국 애매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 공동성명서에 나타난 핵에 관한 조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게 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하였다. 또한 양 정상은 가장 빠른 시일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하였다.’

영어 원문을 한글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너무도 복잡하게 변한 문장이지만, 핵심을 꿰뚫어보면 간단히 이해할 수 있다. 먼저 ‘확장억제’ 공약 확인이다. 확장억제는 핵 문제와 관련된 키워드 중 하나다. 영어로는 ‘Extended Deterrence’로 표기된다. 원래 ‘Direct Deterrence’로 표현되는 직접억제의 하부 개념이 확장억제다. 직접억제는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막는 군사적 행위를 의미한다. 확장억제는 미국과 이해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의미한다. 공동성명서에서 주목할 부분은 확장억제 공약의 주어, 즉 주체다. 양국이 아닌, 바이든 대통령 한 명에 그친다. 한국이 포함된 양국 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극단적으로 볼 때, 확장억제의 가동 여부는 미국이 결정할 사안이란 의미다. 한국도 주체자로서 직접 행동으로 나설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윤석열 외교는 미국만이 아닌 한국도 확장억제의 주체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일 온도차 느껴지는 ‘확장억제’ 주체

공동성명서는, 확장억제에 관한 구체적 개념과 운영을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 맡기고 있다. 한국이 바라는 확장억제가 어디까지 갈지는 EDSCG에서의 규정과 약속에 따른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2022년 5월 기준으로 미국이 한국에 보장할 확장억제는 미래에 활용될지 모를 구두 약속에 불과하다. 필자가 글을 쓰는 순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CNN 브레이킹 뉴스로 뜬다. 윤 대통령이 ‘한·미 확장억제 조치 이행’이라면서 긴급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 한국이 당장 북한에 대응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없다. 북핵과 관련된 공동성명서 끝부분에 등장하는 ‘필요 시 미군의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하는 데 대한 미국의 공약’이 활용될 듯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미군의 항모나 핵투하 전폭기 발진과 같은 전략자산도 ‘필요 시’라는 전제하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울한 현실이지만, 전략자산 전개가 필요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는 한국이 아닌 미국이다. 한국이 미국 항모 투입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최종 결론은 미국의 손에 

있다. 

핵 문제에 관한 한·미 간의 미묘한 간격은 이웃 일본의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서를 보면 한층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양 정상은 ‘미국의 확대억지가 신뢰할 수 있고 강력하게 지속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안전보장협의위원회(SCC)와 확대억지협의회를 포함해, 확대억지에 관한 미·일 간 협의를 강화해나가겠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일 안전보장조약 제5조가 센카쿠(尖閣) 열도에 적용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일단 확대억지를 단행할 주체가 미·일 두 나라라는 점에서 다르다. 한국의 경우 앞으로 EDSCG를 통해 논의가 될 예정이지만, 일본은 이미 구축된 SCC에서의 재확인만 남겨두고 있다. 일본은 센카쿠와 같은 구체적인 분쟁지역을 미·일 안보조항에 연결시켜 공동성명서에 명문화하고 있다. 중국이 센카쿠를 침략할 경우 미군의 직접적인 개입을 기정 사실화하도록 한 조항이다. 한·미 관계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조항이다. ‘북한이 한국 주권지역 내에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한·미 안보조약이 곧바로 적용된다’는 조항은 역대 한·미 공동성명서 그 어디에도 없다. 일본과 비교할 경우 더더욱 간격이 벌어지지만, 각론 차원에서 본 한·미 간 안보구도의 현실은 결코 낙관할 수준이 아니다. 한·일 모두 미국과 동맹관계이기는 하지만, 결코 동등하지 않다.

 

중국은 적! ‘쿼드’ 외교의 본격화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에 들른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5월 24일 도쿄에서 열린 제2회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정상회의가 주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한·일 방문과 정상회담은 쿼드 일정에 따른 부산물이다. 쿼드는 미국·일본·인도·호주로 이어진 대중 포위망 협의체다. ‘쿼드=반(反)중국’이란 말이다. 아직은 안보가 아닌 경제와 인도주의에 주목하고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 중국의 목을 죄는, 조지 케넌의 21세기판 해양 봉쇄정책의 첨병이 될 전망이다. 이번 쿼드 회의에서는 최근 총선을 통해 총리로 당선된 호주의 앤서니 알바니스도 직접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총리로 선출된 날 모든 행사를 접고 곧바로 도쿄로 달려왔다. 국내 정치보다도 한층 더 중요한 회의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호주가 그러하듯, 중국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현안 중 하나다. 외교 차원에서만 본다면 우크라이나 문제보다 한층 더 중요한 것이 중국 문제다. 대만은 중국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미국 국방성은 중국의 대만 침략을 5년 내 일어날 발등의 불로 보고 있다. 쿼드를 통해 중국의 야심을 꺾자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 최대 목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 내용을 보면 미국의 생각에 대한 한국 측 대응이 미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중국 문제를 미·일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로 다룬 탓도 있지만, 특히 일본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의 대응이 다소 미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자기만족이겠지만, 워싱턴에까지 가서 ‘중국 호위무사’로 나섰던 문재인 외교팀에 비하면 괄목상대할 변화라 볼 수 있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쿼드 참가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같은 열의에 비해, 중국 나아가 대만을 대하는 자세가 수동적이고도 소극적으로 비친다. 남중국해와 주변 하늘의 자유에 관한 얘기와 대만해협 문제도 공동성명서에 나오지만, 정작 중요한 주체인 중국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여러 상황을 감안한 결과겠지만,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흐름에 못 따라가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려는 것이 2022년의 현실이다. 적이 누군지,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는 것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의 국제정세다. 일본은 성명서 곳곳에 중국을 명시한 것은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관한 중국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는 미·일 정상의 ‘요구’도 첨가했다. 한·미 정상이 중국이란 나라를 명시하면서,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식의 대응이다. 그러나 한·미 공동성명서만을 본다면 아시아에서의 문제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공동성명서에서 중국·대만에 관한 언급이 가장 아래 들어섰다는 것도 이상하다. 바이든 대통령을 배려했기 때문이겠지만, 일본은 러시아·중국 문제를 공동성명서 머리에 두고 양국 간 현안은 그 아래에 두는 식으로 배치했다.

 

‘안보동맹에서 기술동맹으로 진화.’

삼성 반도체 공장으로 직행한 바이든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한국 신문·방송의 평가다. 듣기도 좋고 반도체 생산대국 한국의 자부심이 묻어난 평가다. 그러나 안보라는 각도에서 보면 달라진다. 반도체가 안보를 보장한다고 보는 생각 자체가 시대착오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직후 이탈리아에 등장한 유행어가 하나 있다. 총리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가 이탈리아 국민에게 던진 ‘평화냐 에어컨이냐?’라는 물음이다. 유럽의 평화를 원한다면 러시아발 에너지 수입을 줄이거나 중단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이 질문에 이탈리아 국민의 80% 정도가 에어컨이 없는 평화를 선택했다. ‘반도체냐 평화냐’는 한국인에게 던져질 질문이다. 반도체로 따지자면 대만의 질적·양적 생산수준이 한국을 압도한 지 오래다. 오해하기 쉬운데, 미국의 대만 수호 결의는 결코 반도체 때문만이 아니다. 반도체가 없으면 잠시 고생하고 경제도 당분간 추락할 것이다. 그러나 대만 평화가 사라질 경우 중국의 태평양 무력진출, 주변국에 대한 폭정,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경제동물 일본이 돈이 아닌 중국을 가상 적으로 삼아 미국과 적극적인 공조에 들어간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반도체를 통한 안보가 아닌, 총과 피를 통한 동맹이 우선이다.

중국은 미래가 아닌 현실의 적으로 이미 등장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 침략 시 미군 투입을 당연한 약속이라고 공언했다. 80세를 눈앞에 둔 노인의 실언으로 몰아가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워싱턴에 흐르는 공기는 ‘대만 유사시 미군 투입’이다. 물론 ‘미군 투입=일본 참전’ 나아가 동맹국인 ‘한국 개입’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세계의 발빠른 변화를 보면, 문재인 정권이 남긴 ‘부(負)의 유산’을 비판할 시간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필자 판단이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는 윤 대통령의 자신감 회복에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 대통령이자, 서방 자유세계가 함께하기를 원하는 민주주의 수호 지도자로 각인시키기 시작한 셈이다. 북핵만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외교를 이제 열어젖힌 것이다. 의지와 정열은 한국인의 최대 장점이자 세계 어디에도 통하는 대한민국의 자산이다. 역주행을 끝내고 이제 겨우 ‘리셋’ 상태로 돌아왔다. 빠른 시일 내에 업그레이드될 윤석열 외교의 내일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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