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7월 24일 서울시 종로구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필명 빠숑)은 부동산 분야 대표 ‘인플루언서’다. 부동산 채널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블로그 이웃 14만명, 팟빵 청취자 주 평균 50만명, 유튜브 구독자 9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부동산 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하고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을 지낸 통계조사 전문가이기도 하다.

김 소장을 처음 만난 것은 5년 전으로 당시 부동산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싸우던 시절이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일본식 부동산 폭락이 온다” “동탄이 똥값이 된다” “금리가 오르면 경매물건이 쏟아진다” 등 비관론이 강세였다. 하지만 김 소장은 그때부터 “내 집 하나는 지금 꼭 장만하라”고 일관되게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제목에 담아 저서를 내왔는데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 등을 펴냈다. 지난 7월 말 새로 출간한 책은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이다.

-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10년 동안 가격이 계속 오른 곳이 있다. 서울, 분당, 과천, 하남, 광명 같은 곳이다. 이유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당연히 공급을 늘려야지 규제를 하면 안 된다.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을 공급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신호로 이해해야 하는데 투기꾼들 때문에 올랐다면서 누군가에게 시장 문제 발생의 책임을 전가할 생각만 하니 문제가 계속 생기는 것이다.”

- 요즘 전세 가격이 우려할 정도로 오르고 있다. “다주택자를 공격하면 전세 공급할 사람이 줄어든다. 이들을 규제할수록 전세 물량은 줄어든다. 전세는 100% 민간 임대업자가 공급하는 것이다. 다주택자가 있으니 전세가 있는 것이다. 입주물량이 줄어들고 다주택 규제를 하다 보니 전세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올 하반기 전세시장은 폭등할 것이고 내년은 입주 물량까지 줄어들 전망인데 전혀 대책도 없다.”

- 급작스러운 세금 인상으로 조세저항이 생기지 않을까. “세금이라는 것이 한번 오르면 잘 안 내린다. 다만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은 정권이 바뀌면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종부세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나왔던 것처럼 말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합헌 결정이 났지만 시간이 흐르고 한 번 더 헌재에 가면 바뀔 것 같다. 재건축 2년 거주 의무의 경우도 거주 자유를 침해한다. 무엇보다 소급입법의 경우 헌법(13조 2항,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에 ‘하지 못한다’고 못 박혀 있다. 공공의 이익도 아닌데 소급입법을 통해 세금을 늘린 경우는 시장이 안정되면 다음 정부에서는 1순위로 없어질 것으로 본다.”

-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다음 정부에도 이어질까. “어떤 정부든 부동산 가격이 안정적으로 오르기를 원한다. 빠지기를 바라는 정부는 없다. 사실 부동산 세금은 정부에는 불로소득 아닌가? 민간 돈으로 만든 아파트에서 세금을 걷는 것이다. 결국 증세를 위해서도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것이 좋은 것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크게 오르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으로 민심이 나빠지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불만을 달래는 선에서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본다.”

- 세종시로 수도 이전이 논의되고 있다. 시장에 미칠 전망은. “세종시도 호재, 서울시는 더 호재다. 세종이야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서 당연히 좋을 것이다. 지금의 국회, 청와대, 법원 등은 사실 공간을 넓게 쓰고 있다. 이곳에 업무시설, 상업시설이 들어오면 서울은 더욱 좋아진다.”

- 세금으로 집값 잡는 정책의 가장 큰 부작용이 뭔가. “일단 집값 자체를 못 잡는다. 내 집 하나 가진 사람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서울 집값이 많이 오른 것은 다주택자가 많아서가 아니라 실수요가 너무 많아서다. 대기 수요가 그만큼 많다.”

- 3기 신도시 계획이 나오자마자 2기 신도시 지역의 불만이 폭등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광교가 지금 3.3㎡당 4000만원이다. 처음 분양가가 1300만원이었을 때는 미분양이었다. 하지만 지금 신분당선이 뚫려 37분이면 강남에 간다. 그러니 올라가는 것이다. 이런 곳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김포, 파주 운정, 양주 옥정, 평택, 화성 등 일부 지역은 아직 용지도 다 분양을 못 했다. 분양에 자신이 없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입지가 좋은 3기 신도시를 분양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절대가격이 빠진 파주, 일산, 김포 등등에 3기 신도시를 집단 투하하는 것은 문제다. 인천 서구 검단의 경우 5분의 1도 분양을 안 했는데 인근에 3기 신도시가 온다는 것은 망하라는 것이다. 가격이 많이 오른 하남, 성남, 과천, 광명 등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 잘못하면 2기 신도시는 미분양의 섬이 될 수 있다.”

- 한국 경제가 좋지 않은데 오직 부동산 가격만 오르는 것이 정상인가. “빠지는 곳이 더 많다. 오르는 몇 개 때문에 착시가 생기는 것이다. 강남에도 3.3㎡당 1000만원대 아파트가 있다.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는 아파트가 생각보다 많다.”

- 대출을 막아도 집값이 오른다. 현금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많나. “중요한 포인트다. 요즈음 3.3㎡당 1억원에 거래되는 아파트 매물이 얼마나 될까? 10개 안팎이다. 그러면 전국에 현금 10억원 이상이 있는 부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 KB국민은행이 매년 부자 리포트를 발표하는데 작년을 보면 32만4000명 정도이고 이들의 평균 현금 재산이 30억~50억원이다. 중산층은 재산의 90%를 부동산으로 가지고 있고 부자는 70%가 부동산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을 합쳐 200억~500억원 자산을 가진 사람이 전국에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만 명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수만 명이 돈을 싸들고 강남 부동산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린다고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 20억원이 넘는 아파트도 강남에 많은데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보나. “가치만으로 따질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를 테면 사치재가 그렇다. 에르메스 버킨백이 4000만원이라도 정부가 ‘거품 가격’이라며 임의로 가격 규제를 하지 않는다. 강남아파트, 신축아파트란 그런 것이다.”

- 일본식으로 거품이 꺼질 가능성은 없을까. “없다. 우리는 일본처럼 거품이 생긴 적이 없었다. 일본은 돈이 남으니까 수요도 없는데 무리하게 집을 지었다. 한국은 그렇게 아파트를 많이 지어왔으나 아직까지도 남아도는 아파트가 없다. 한국은 거품이 생긴 적이 없는 것이다. 1997년 IMF, 2008년 금융위기는 거품 문제가 아니라 외부충격이었다.”

- 증여가 늘어나고 있다. 부작용은 없을까. “중산층에 기회가 줄어든다. 공급이 늘어나 부유층, 중산층, 서민층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전체 파이가 계속 늘어나야 원하는 아파트에 살 수가 있는데, 공급 자체가 축소되고 있어 새로운 유입 자체가 차단되고 있다. 결국 대출 없이 현찰로 살 수 있는 ‘그들만의 세계’가 더 공고해지고 있다.”

- 집 없는 사람에게 조언을 한다면. “내 집 하나는 무조건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대출받고, 부모님 도움을 받아 보금자리 한 채 마련하면 망하지 않는다. 주식이나 다른 투자의 경우와는 다르다. 아파트는 가격이 설령 떨어져도 조정기간을 거치고 다시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IMF, 금융위기에도 20% 이상 빠지지 않았다. 안정된 보금자리가 있어야 사업이든, 주식투자든 다른 경제활동을 해도 안정을 찾는 것이다.”

키워드

#인터뷰
이정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