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경제·사회·외교·남북문제 등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는 판국에도 특유의 너털웃음과 선한 미소를 지으며 ‘다 잘되고 있으니 그저 우리 하는 일 도와 달라’는 식의 레토릭으로 일관하고 있다.

과연 그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본래 천성이 그런지, 아니면 우리가 걱정하는 것보다 상황을 낙관하고 있어서 그런지, 그도 아니면 미증유의 난국을 헤쳐나갈 복안이라도 갖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역대 대통령을 보면 이승만·박정희·김대중은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가로 국정 운영에서 노련한 역량을 보여주었고, 김영삼과 노무현은 자신을 솔직담백하게 보여주는 직정적 태도로 국민의 신뢰를 받았다. 전두환·노태우는 군 출신으로서 국력을 늘리는 데 강했고, 이명박은 정책 해결 능력, 박근혜는 애국적 이미지와 권위주의에 능했다. 그렇다면 과연 문재인은 어떤 유형의 지도자일까.

우선 문 대통령이 지금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부터 궁금하다. 그의 언행을 놓고 보면 스스로 3년 집권기간 동안의 정책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런 태도는 지난 4월 총선 압승으로 더욱 고무돼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많은 이들은 그의 현실 인식 판단 능력에 이의를 제기한다. 3년 전 집권하면서부터 밀어붙인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창출, 탈원전 정책, 부동산 정책 등 그 어느 것도 효과는커녕 후퇴를 거듭하며 혼돈 그 자체인데도 대통령은 오히려 천문학적 나랏돈이 들어가는 ‘한국판 뉴딜사업’이란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한다.

자신의 성과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은 그의 ‘유체이탈(遺體離脫)’적 언행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해 집권 2년이 지나도 정책적 효과가 나지 않자 마치 자신이 제3자인 양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말이 있지만…” 식의 화법을 통해 빠져나갔고, 측근들은 나쁜 경제 실적 지표를 통계청, 언론, 야당 탓으로 돌렸다. 문 대통령은 정책적 과오를 인정한 적도 없고, 비판적 여론을 설득하려 한 적도 없다.

집권 3년이 다 돼 경제정책에 대한 밑천이 드러날 즈음에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수렁에 빠지자 그는 “이제 막 경제가 회복되려는 마당에…”라는 말로 빠져나갔다.

거듭 실패한 부동산 정책, 일자리 없는 청년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원 1902명 정규직 전환도 마찬가지다. 상황을 제대로 보고 있다면 부동산을 이런 식으로 때려잡는다고 해결되지 않으며, 비정규직을 무조건 정규직으로 해준다고 일자리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자명한 이치를 모를 리 없건만 문재인 정권은 오불관언하고 있다. 오죽하면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함께 일했던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현 이화여대 교수)까지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이 정확한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비판하겠는가.

이 모든 혼돈의 와중에 대통령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듣기 좋은 의례적인 레토릭만 되풀이할 뿐이다. 첨예한 국정 이슈에 대한 자신의 의견 대신 그 공백을 참모진과 여당 의원들이 맡아 하고 있다. 조국 사태에서 보듯 정부 공권력이 사분오열돼 싸우는 사태가 1년이 다 되도록 일어나도 그는 사태의 주역인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에게 한마디 질책도 없다. “과감한 개혁방안 마련해 달라”는 뻔한 레토릭만 반복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개혁’이고 ‘적폐청산’이고 ‘인권 원년’인가.

그는 예의 선하고 천진스러운 표정을 짓고 여기저기 오가면서 온갖 좋은 소리를 다 한다. 6·25전쟁 기념일, 현충일, 천안함 기념식을 찾아가서 말이다. 하지만 정작 문 정권 사람들은 국군을 폄하하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훼손하는 언행을 버젓이 행한다.

문 대통령이 집권 후 가장 심혈을 기울인 남북문제는 어떤가. 최근 김여정을 비롯 평양 식당 주방장까지 나서서 우리 대통령을 향해 온갖 막말을 퍼부은 것이 좋은 예다. 그들의 망종적 행동에 분노가 치밀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 입장을 전혀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왜냐하면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도 온갖 좋은 말을 했지만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매우 싫어하는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 당국의 제지 조치는 정작 문재인 정부 때는 1회에 그친 반면, 이명박 정부 3회, 박근혜 정부 8회로 나타났다. 과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전단 살포를 막은 셈이다. 문 대통령의 언행이 늘 이런 식이니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조현병 환자 같다”는 막말들이 나오는 것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 제2공화국 총리를 지낸 장면(1899~1966)이 생각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광복 후 정계에 입문, 초대 주미대사를 거쳐 국무총리, 부통령을 지내다가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몰락하자 2공화국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적지 않다. 우선 정치적 뿌리가 민주당 계보다. 문재인이 촛불혁명, 장면이 4·19혁명 덕택에 정권을 잡았다. 둘 다 가톨릭 신자에다 외견상 인품 좋고 겸손해 보인다.

장면은 집권 후 민주당 내부 갈등을 비롯, 가난, 무질서, 혼란 등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결국 군사쿠데타를 불러들여 9개월 만에 쫓겨난 비운의 인물이다. 사실 장면 아니라 그 누구도 당시 사회 혼란과 민주당의 무능을 극복하기 어려웠을 텐데 그가 시대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5·16군사정변이 일어나자 그가 총리실을 빠져나가 일절 연락을 두절한 채 40시간 동안 서울 혜화동 수녀원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일국의 지도자로서 해선 안 되는 행동이었다.

지금은 장면 정권 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 국력이 커졌다. 그래서 지금 전 세계가 어려운 가운데도 우리는 잘 버티고 있다. 그리고 그 공은 지난 60년간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살아온 우리 모두의 헌신 덕분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이 그러하듯 위기가 언제 우리에게 닥쳐올지 모른다. 정말 그런 위험한 순간이 온다면 그때 우리 문재인 대통령은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action)을 취할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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