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대선은 처음 본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역대급 비호감 후보들에다 네거티브 선거전은 그렇다 쳐도 도대체 판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조차 종잡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날그날 이슈에 따라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살얼음 판세가 이어지는 건 맞는데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실 이번 대선에서는 ‘여론조사는 과학’이라는 주장을 무색게 하는 ‘이상한’ 조사 결과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같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조사 결과가 의뢰기관에 따라 다릅니다. 지지율 차이 정도면 괜찮겠는데 지지율 1위와 2위가 예사로 뒤바뀝니다. 저 역시 기자생활을 하면서 7번째 치르는 대선이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봅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전문가들에게 낭패를 안기는 이런 변덕스러운 민심이 젊은 세대들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른 세대와 달리 2030세대는 특별한 이념 지향 없이 그때그때 사안별로 판단하는 ‘스윙보터’ 성향이 짙다는 겁니다. 이들이 어떤 이슈에 반응하고 안 하느냐에 따라, 이들이 언론에 비친 특정 후보의 캐릭터에 호감 혹은 비호감을 갖느냐에 따라 수시로 여론이 요동친다는 얘기입니다. 정당, 이념을 넘어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느냐 마느냐를 잣대로 투표를 하기 때문에 2030이 스윙보터가 되는 건 당연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주간조선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지난주 칼럼에서 ‘MZ세대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거대담론은 좀처럼 믿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스스로 MZ세대이기도 한 김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MZ세대는 아무리 좋은 정책을 제시하더라도 당장 내게 닥친 작은 불편함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면 쉽게 관심 밖으로 벗어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MZ세대가 정치 무관심층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 듯합니다. 김 위원장은 ‘젊은 세대는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어 정권을 몰락시킨 경험이 있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한 정치참여를 통해 여론을 주도할 만큼 정치효능감이 대단히 높다’고도 썼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벚꽃 대선’ 승패의 키를 쥔 우리의 2030세대는 얼마나 투표장에 갈까요. 스윙보터든 뭐든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으면 애당초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역대 투표율로만 보면 젊은층이 투표장에 몰려나올 확률은 그리 높아 보이질 않습니다. 14대부터 19대 대선까지의 2030세대 투표율을 보면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역대 최고인 80.7%의 투표율을 기록한 15대 대선의 경우 20대 전반(20~24세)의 투표율은 66.4%, 20대 후반(25~29세)의 투표율은 69.9%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19대 대선(전체 투표율 77.2%)의 경우 20대 전반의 투표율은 77.1%로 전체 평균에 거의 근접했지만 20대 후반(74.9%), 30대 전반(74.3%), 30대 후반(74.1%) 등은 아버지 세대에 비해서는 투표율이 낮았습니다.

이번 대선에 2030세대는 ‘응답’해야 합니다. 여론조사에만 응답해서는 현실은 아무것도 바뀌질 않습니다. 진짜 스윙보터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이 비판해온 ‘꼰대’들의 손에 미래를 맡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투표장에 몰려나가야 합니다. 안 그래도 정치혐오증을 부추긴 이번 대선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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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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