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측 “회사 돈으로 투자할 수 없어 부인 이름으로”
안철수 부인, 38명 주주 중 유일한 여성 멤버
최태원·정용진·신동빈·정몽규 지분 각각 3.88%
 ⓒphoto 이준헌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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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2001년 9월 재벌가 2·3세 및 벤처기업인들과 함께 만든 ‘V소사이어티’에 자신의 명의가 아닌 아내 김미경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이름으로 지분투자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V소사이어티에는 김미경 교수 외에도 안랩(구 안철수연구소)의 대표인 김홍선씨도 지분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안철수 원장은 자신의 이름으로는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다. 부인 김미경 교수의 지분(3.88%)과 김홍선 대표의 지분(1.08%)을 합하면 사실상 안철수 원장 측 인사들이 V소사이어티의 최대주주다.

이 같은 사실은 주간조선이 단독으로 입수한 V소사이어티의 주주명부(2010년 말 기준)를 통해 확인됐다. 그동안 V소사이어티 실체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부분적으로 알려진 것은 있지만, 정확한 주주명단과 지분율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

V소사이어티는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안 원장에 대한 검증과 관련해 핵심적인 부분이다. 현재 V소사이어티와 관련해 제기되는 의혹들은 대부분 안 원장이 직접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제기돼 왔다. 안 원장 또한 본인의 입으로 ‘부인 김미경 명의로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없다. 따라서 안 원장이 부인 이름으로 지분 참여를 한 배경에 대해 적잖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V소사이어티의 주주명부에는 총 38명의 주주가 등재돼 있다. 가장 많은 지분은 ㈜브이소사이어티가 자사주 형태로 6.68%(6만2000주)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37명의 개인주주들은 많게는 3.88%에서 적게는 0.11%까지 가지고 있다. 이 중 안철수 원장의 아내인 김미경 교수는 개인주주로는 가장 많은 3.88%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 수로 따지면 총 3만6000주이며, 주당 5000원으로 계산하면 총 1억8000만원 규모다.

지분을 가지고 있는 다른 개인주주들은 모두 재계나 벤처업계 관계자들로, 유일하게 김미경 교수만 재계나 벤처업계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안 원장과의 관계가 아니고서는 김 교수가 이 모임에 지분을 투자한 이유가 잘 설명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또한 V소사이어티 주주 중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처음 V소사이어티가 참여할 때는 주주로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V소사이어티가 2001년 9월 설립됐을 때는 총 21명이 투자자로 참여했다가 이후 투자자 규모를 늘려 총 38명이 주주가 됐다. 김 교수는 V소사이어티가 주주를 늘리는 과정에서 참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교수는 2002년부터 5년간 워싱턴주립대 법학과로 유학을 떠났기 때문에 그가 투자에 실제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은 적다. 결국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감안하면 안 원장이 김 교수를 통해 V소사이어티의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가능하다. 안 원장은 2001년 V소사이어티 설립 이후 이번에 주주명단이 확인된 2010년까지 자신의 이름으로는 지분을 한 번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안 원장은 어떤 이유로 자신이 아닌 김 교수의 이름으로 주식을 보유했을까. 이에 대해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회사 돈을 개인적인 일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부인의 돈으로 투자를 하게 된 것”이라며 “일부러 차명으로 보유하기 위해 아내의 이름으로 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활동들은 언론을 통해 ‘클리어’하게 공개됐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뿐만 아니라 현재 안랩의 대표이사인 김홍선 대표가 1만주(1.08%)의 V소사이어티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김 대표는 안랩의 대표이사가 되기 전인 시큐어소프트 대표이사였던 2001년 설립 초창기부터 V소사이어티에 참여해 김 교수와는 다른 시기에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김홍선씨는 2007년 안랩 대표로 영입됐다.

재벌개혁 적임자인가?

지난 8월 2일 서울대 학사위원회에 참석하는 안철수 원장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photo 이준헌 조선일보 기자
지난 8월 2일 서울대 학사위원회에 참석하는 안철수 원장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photo 이준헌 조선일보 기자

V소사이어티가 안철수 원장 검증과 관련해 주요 이슈로 떠오른 것은 그가 재벌가 자제들의 모임에 깊이 발을 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동안 쌓아왔던 ‘대중적 이미지’에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그간 MBC ‘무릎팍도사’나 SBS ‘힐링캠프’ 등에 출연해 서민적 이미지를 부각시켜 왔다. 안 원장은 지난 7월 출간한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에서는 재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선명히 드러내기도 했다. 안 원장은 이 책에서 ‘삼성동물원’ ‘LG동물원’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재벌의 행태를 비판했다.

V소사이어티는 재벌가 자제들과 젊은 벤처기업인들의 연구모임이자 그들이 공동투자했던 주식회사다. V소사이어티의 주주명단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철수 원장이 당시 재벌 2·3세들과 어울릴 때와, 유력한 대선 주자로서 재벌개혁을 말하는 지금의 모습 중 어떤 게 안 원장의 참모습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그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일단 V소사이어티에 참여한 재벌들의 면면을 보면 그가 실명으로 비판했던 기업의 재벌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 V소사이어티 지분을 가지고 있는 10여명의 재벌가 자제들은 삼성, 현대, SK, LG, 롯데 등 국내 5대 기업 창업주들과 혈연관계에 있는 인사가 상당수다.

먼저 V소사이어티 설립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김 교수와 같은 3.8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주의 조카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3.88%)과 조동만 한솔아이글로브 회장(0.43%)도 주주다.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현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또한 3.8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그룹 정주영 창업주의 조카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지분율도 3.88%다. 이외에도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의 아들인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3.88%), 김준 경방 대표이사(3.88%), 류진 풍산그룹 회장(3.88%),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3.88%) 등도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V소사이어티의 또 다른 축이었던 벤처기업인들 중에는 이재웅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3.88%),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이사(3.88%), 변대규 휴맥스 대표이사(3.88%), 박창기 팍스넷 대표이사(3.88%) 등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안 원장은 V소사이어티를 통해 이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처음 설립될 당시만 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포럼’ 형식의 모임을 갖고, 경영 사례를 공유하고 친목을 다졌다고 한다. 안 원장은 2001년 6월에 열린 1차 V소사이어티 CEO포럼에서 최태원 SK 회장과 함께 첫 연사로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럼은 이후에도 160~170회까지 진행될 정도로 활발히 운영됐고, 안 원장 역시 자주 연사로 발표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형승 전 V소사이어티 대표는 지난 8월 4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상생 경영하는 길을 찾아보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며 “대기업 쪽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벤처 쪽에서는 안철수 원장과 이재웅 사장 등이 주도했다”고 말했다.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도 8월 2일 MBC 라디오에 출연, “비공식적 사교모임이 아니라 새로운 경영기법을 가진 벤처 선발주자들과 자본을 가진 재계가 모여 후발 벤처업체들을 돕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투명한 운영을 위해 회사를 만들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구속과 함께 퇴색

이 모임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생경영’이란 의미보다는 재벌·벤처인들의 ‘이너서클’ 성격이 강해졌고, 모임 횟수 역시 줄어들었다. 지난 2003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구속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V소사이어티는 멤버 전원의 이름이 담긴 최태원 구명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런데 이 탄원서에 안 원장도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그의 V소사이어티 활동경력은 또 도마에 올랐다. 당시 최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같은 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났고 2008년 8·15 특별사면을 받았다. 안 원장이 책을 통해 반드시 바꿔야 할 관행이라고 지적한 ‘대기업 총수 봐주기’의 전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탄원서에 이름을 올린 사실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자 안 원장은 7월 30일 해명 자료를 내고 “당시에도 부담을 느꼈지만 적절한 일이었는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누구든 법을 어기면 공정하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 원장 측이 최 회장의 구명 탄원서에 ‘단순히 서명만 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과 달리 안 원장과 최 회장은 V소사이어티 핵심 멤버로서 적잖은 교류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간조선이 확인한 한 사례가 지난 2002년 SK 경영기획실에서 근무하던 임원 송모씨를 안철수연구소 경영전략실 이사로 영입한 것이다. 안철수연구소의 지난 2002년과 2003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송씨는 2002년 1월 안철수연구소에 입사했다가 2003년 후반에 퇴직했다. 우연의 일치일지 몰라도 그가 안철수연구소에서 일했던 시기는 최 회장에 대한 구명운동과 법원 재판을 전후했던 시기다. SK 측에서는 송씨가 안철수연구소로 옮겨간 것에 대해 “단순 이직”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사업적으로도 특수관계였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조원진 의원(새누리당)은 7월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안철수 원장은 탄원서 서명 3년 전인 2000년 7월, SK 최태원 회장과 합작을 통해 IA시큐리티라는 회사를 설립한 바 있는 등 이때부터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IA시큐리티는 최 회장이 100여개 벤처기업에 100억원 이상 투자한다는 계획에 따라 안철수연구소와 함께 설립한 무선인터넷 보안회사다.

최 회장에 대한 구명운동 외에도 안 교수가 V소사이어티 멤버들과 이런저런 사업을 시도했던 흔적이 적잖다. 당시 V소사이어티 회원들인 SK와 롯데, 코오롱, 신세계 등 대기업 및 벤처기업 20여곳과 함께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인터넷 전용 은행 ‘브이뱅크’를 설립하기로 하고 ‘브이뱅크 컨설팅’이라는 회사 설립에 참여했다.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은 그때나 지금이나 대기업들의 오랜 염원이었다. 안 교수는 당시 안철수연구소의 자회사인 ‘자무스’를 통해 증자 과정에서 3000만원 정도를 투자했다. 그러나 당시 브이뱅크는 SK나 롯데 등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 발판을 마련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자금 확보와 금융실명제법 문제 등에 부딪히며 설립이 무산됐다. 이에 대해 안철수 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는 “인터넷 보안을 담당하는 안철수연구소의 자회사가 업무상 관련성 때문에 3000만원이 들어간 것”이라며 “설립에는 전혀 관여를 안 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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