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일 백악관에서 향후 25년간 암 사망률을 최소 50% 이상 줄이겠다며 ‘캔서 문샷’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일 백악관에서 향후 25년간 암 사망률을 최소 50% 이상 줄이겠다며 ‘캔서 문샷’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최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새로운 ‘캔서 문샷(cancer moonshot)’ 구상을 발표하면서 과거 약속했던 암 종식을 재다짐해 주목을 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우주의학 연구로 암을 극복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알고 있는 모든 암을 종식시키는 게 목표라고 천명했다. 바이든은 왜 우주에서 암 정복 치료법을 찾으려는 걸까. 미국이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다수의 의학 연구를 진행 중인 이유는 무엇일까.

 

암 사망률 최소 50% 줄이는 게 목표

암은 현대인 4명 중 1명이 걸릴 만큼 만연한 질병이다. 암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제어 불능 상태의 암 세포가 증식과 분열을 반복해, 신체 조직에 침입하거나 전이되어 치명적 증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특히 우주비행사들은 인체 세포가 강한 자외선이나 우주방사선에 더 많이 노출돼 암 발병 위험이 높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 유인 탐사를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커다란 위험 요소로 암 발생을 꼽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향후 25년 동안 미국의 암 사망률을 최소 50%이상 줄이겠다며 ‘캔서 문샷(Cancer Moonshot)’ 프로젝트를 재점화했다. 부통령 시절이던 2016년, 그는 암 정복을 위해 캔서 문샷을 이미 추진한 바 있다. 2015년 희귀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으로 세상을 떠난 장남 보 바이든(당시 46세)의 죽음을 계기로 암 퇴치에 남다른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암 연구를 위해 2017년부터 7년간 18억달러(약 2조1711억원)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문샷은 ‘달 탐사선 발사’를 뜻한다. 1960년대 미국 케네디 대통령 때 쓰인 용어로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암 정복이 불가능에 가깝지만 암 퇴치를 위해 미국은 그에 필적하는 예산과 연구 인력을 투입하고, 우주 공간에서의 암 연구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첫 5년 예산으로 다시 18억달러를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캔서 문샷의 목표 달성을 위해 ‘암 내각(Cancer Cabinet)’을 구성했다. 그리고 지난 7월 14일 보건복지부·보훈부 등 미국 내 20개 이상 부처와 기관이 참여하는 ‘암 내각’에 빌 넬슨 NASA 장관을 새로운 위원으로 임명했다. 넬슨 장관은 “암을 종식시키는 것은 생명을 구하고 나라를 통합하며 세계를 고무시키는 힘이 있다”며 “우주는 미세중력(무중력에 가까울 정도로 중력이 낮은 상태) 상태여서 지구와는 다른 생명현상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우주 공간에서 암 관련 의학연구를 시도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우주의학은 무중력, 우주방사선 등 지구와 다른 환경의 우주에서 인체에 발생할 수 있는 의학적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우주 환경을 활용해 의학과 임상 연구 영역을 넓히는 것도 포함한다. 우주의학은 크게 ‘지상 우주의학’과 ‘궤도 우주의학’ 연구로 나뉜다. 지상 우주의학을 통해 도출된 연구 결과를 우주로 올려 보내 궤도 우주의학 연구로 검증하고 발견을 확장해 나가는 순환 시스템이다. 

문샷의 최종 목표는 암 백신 등 암 치료제 개발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2016년의 계획이 크게 수정된, 이전 방식을 넘어선 프로젝트다. 특히 국제우주정거장의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해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과 같은 혈액암을 포함한 암 치료법을 찾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뜻이자 NASA의 목표다. NASA는 암의 모든 것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과연 바이든의 ‘암과의 전쟁’은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겠지만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 기사를 다뤘다. 또 우주의학 전문가로 NASA와 협력하고 있는 미국 노퍽주립대의 윤학순 교수는 우주에서의 의학적 연구는 지상의 인류에게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주에서의 생명현상은 지구와 아주 다르게 나타나고 있고, 지구상에서는 중력의 존재로 불가능했던 실험이 우주의 미세중력 상태에선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역이용하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질병 치료 방법들과 암 연구의 획기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미세중력 활용한 우주의 암 치료법

미국, 일본 등 선도국가에선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주의학 연구를 진행해 왔다. 시드니공과대학 생물의학공학 조슈아 추(Joshua Chou) 교수팀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지상 연구실에서 우주 공간과 같은 미세중력 상태를 구현해 암세포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난소·유방·비인두·폐의 4종류 암세포가 무려 80~90% 무력화된 것으로 나왔다. 무력화된 암세포는 다른 암세포와 모이지 않았고, 약물 사용 없이 암세포 대부분이 무력화되어 종양 성장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실험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까지 얻어 향후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세계의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도 우주의학을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우주의학 기업인 테크샷(Techshot)이 대표적이다. 테크샷은 우주에서 심장근육을 3D 프린팅하는 데 성공했다. 프린터에 세포로 만든 잉크를 넣고 인쇄해 층층이 쌓고 배양해서 장기 조직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인데, 지상에서는 강한 중력 때문에 세포들이 바닥에 붙는 바람에 납작하게 퍼져 상하좌우 입체적으로 배양하는 게 힘들다. 하지만 무중력 상태에서는 장기의 조직이 찰흙으로 만지는 것처럼 층층이 잘 쌓이기 때문에 입체적 배양이 가능하다.

우주공간은 중력의 제약에서 벗어나 세포를 지구에서보다 빨리 키울 수 있어 인간의 세포나 조직, 장기를 대체하거나 재생시키는 의학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테크샷은 10년 안에 실제 인간에 이식할 수 있는 정도의 심장 조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의 대형 제약기업 머크사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고순도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제조에 성공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약물 제조과정에서 생기는 덩어리들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등 한곳으로 몰리지 않아 더 균질한 약물을 만들 수 있다. 순도 높은 약물은 인체에도 효과가 크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한 아스트라제네카(스웨덴 제약사와 영국 제약사의 합작사)도 나노입자와 무중력 상태를 이용한 새로운 약물 전달 기법과 약물 전달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우주의학 연구 성과를 나라별로 보면 미국이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스라엘,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등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머지않아 큰 도약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의 캔서 문샷 프로젝트가 우주에서 성공한다면 기존 암 치료를 뛰어넘는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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