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사이에서 인기 여행지인 몽골. photo 독자 제공
2030 사이에서 인기 여행지인 몽골. photo 독자 제공

"몽골 동행 구합니다."

요새 블로그, 카페, 인스타그램 등에 몽골 여행 동행을 구한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몽골 여행을 가기 전 사람들이 많이 가입하는 ‘러브 몽골’이라는 네이버 카페에는 ‘몽골에 함께 갈 사람!!!’이라는 게시판에 ‘추석 연휴 9.9~9.12 남는 자리 동행 구해요‘ 같은 제목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몽골 여행 동행을 구하는 글. photo 네이버 카페 '러브몽골', 인스타그램 캡처
몽골 여행 동행을 구하는 글. photo 네이버 카페 '러브몽골', 인스타그램 캡처

이 같은 게시글에는 본인 소개와 함께 주로 몽골의 어떤 여행지를 가고 싶어하는지 등이 적혀 있다. 소개 글에는 ‘20대 중반 여자 입니다! 사진도 잘 찍고, 예민하지도 않고, 어떤 분들을 만나도 잘 어울릴 준비 되어있습니다’와 같은 내용도 적혀 있고 본인의 MBTI가 무엇인지 밝히는 경우들도 많다.

최근 몽골을 찾는 2030세대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여행사 관련 통계에서도 알 수 있다. 모두투어에서 몽골을 찾는 여행객 중 2030의 비중은 2019년만 해도 18%정도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약 45% 로 증가했다. 이 수치는 모두투어에서 진행하는 다른 해외 여행지와 비교해도 높다.

대표적인 몽골 현지 여행사 중 하나인 데일리 몽골리아의 경우도 비슷하다. 데일리 몽골리아 직원 신호준 씨는 "대형 여행사는 모르겠지만 우리 여행사의 예약팀 10팀 중 8팀은 20대나 30대다. 코로나 전에는 승마하러 가는 비주류 여행지라는 인식이 많았는데 많이 바뀐 것 같다"라고 말했다.

몽골이 인기 있는 여행지로 떠오른 이유는 코로나 상황에서 여행자에 대한 문턱을 낮췄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이 입국할 때 아무런 제한이 없다. 코로나 음성 확인서나 격리도 필요 없다. 백신 접종 여부도 물어보지 않는다.

몽골 정부는 올해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신공항 ‘칭기즈칸 국제공항‘을 만들었을 정도로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기존 공항인 ’부얀트우카 공항’은 국내선 취항지로 바뀌었고 새로 지어진 공항에서 국제선 비행기들이 오가고 있다.

올해부터 몽골 운항을 시작한 저비용항공사(LCC). photo 조선DB
올해부터 몽골 운항을 시작한 저비용항공사(LCC). photo 조선DB

몽골을 가는 비행기편도 최근 들어 편리해졌다. 지난 30년간 몽골을 가려면 대형 항공사만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에어부산이나 제주항공, 티웨이 같은 저비용항공사(LCC)에도 몽골행 노선이 생겼다.

비행기 값도 상대적으로 싸다. 유럽과 미국 등은 코로나 이후 비행기 값이 많이 올랐지만 몽골은 코로나 전보다 비행기 값이 오히려 싸졌다.

코로나 전인 2019년만 해도 한국에서 몽골 가는 비행기 값은 왕복 60만원~80만원 정도였다. 지금은 LCC에서 40만원대나 50만원대에도 구매가 가능하다. 또 몽골은 물가도 상대적으로 싸다. 한국의 70~80% 수준이라 경비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덜하다. 손톱깍기와 같은 공산품은 한국보다 비싸지만 유제품이나 고기는 훨씬 저렴하다.

젊은 층에서 몽골 여행이 인기를 끄는 데는 SNS나 방송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데일리 몽골리아 직원 신호준씨는 "사막, 별, 초원 사진들이 SNS에서 많이 퍼지면서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또 "몽골 현지 사람들 사이에서는 '런닝맨'이나 '추블리네가 다녀갔다'와 같은 TV프로그램에서 몽골 여행이 다뤄진 이후 관광객이 급증했다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최근 몽골 여행 콘텐츠를 올린 여행 유튜버들. photo 각 유튜브 채널 캡처
최근 몽골 여행 콘텐츠를 올린 여행 유튜버들. photo 각 유튜브 채널 캡처

2030 유명 여행 유튜버들도 몽골 여행 유튜브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체코재, 노마드션, 여행가제이, 소풍족, 미미여고 등등 인기 여행 유튜버들이 올해부터 몽골 여행 영상들을 많이 올렸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2030에게 이런 콘텐츠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해외에 가고 싶어하는 여행자들의 선택지가 좁아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로 한국 근처 여행지들의 입국이 막힌 곳이 많기 때문이다. 몽골은 3시간 정도 걸리는 단거리 노선이다. 비슷한 단거리 노선으로 꼽혔던 러시아, 중국의 경우 코로나 이후 여행객 출입이 힘들어졌다. 일본도 단체 여행이 아니면 여행객을 받지 않는다.

몽골 여행에서 이동 수단으로 많이 타는 푸르공. photo 독자 제공
몽골 여행에서 이동 수단으로 많이 타는 푸르공. photo 독자 제공

몽골은 편한 여행지는 아니다. 우선 혼자서 이동이 자유롭지 않다. 가이드와 함께 '푸르공'이라는 8인용 러시아 승합차를 타고 차로 이동한다. 여행 내내 '게르'라는 움막에서 다 같이 생활한다. 게르는 여러 방이 아닌 하나의 큰 공간으로 이뤄져있다. 약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를 하루종일 붙어 있기 때문에 나이대나 성향이 비슷한 동행들을 직접 모아서 한국에서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직접 동행을 구해야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몽골은 여행지로 나날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탈시스템을 보면 7월 제주항공을 비롯한 국적항공사들은 몽공행 여객기156편을 띄워 2만6727명의 승객을 태웠다. 이는 올해 1월 항공편 24편에 2177명을 태운 것과 비교해 운항횟수는 550%, 탑승객은 1128%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도 몽골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은 매년 늘어나는 흐름이었다. 몽골 통계청을 보면 2019년 한 해 동안 몽골을 찾은 한국인 여행객은 10만1279명이었다. 이는 2016년 5만7587명에 비해 약 2배 증가한 수준이다.

인플루언서와 함께 떠나는 몽골 여행 상품이 1분 만에 매진 됐다. photo 모두투어
인플루언서와 함께 떠나는 몽골 여행 상품이 1분 만에 매진 됐다. photo 모두투어

여행사에서는 이런 인기에 발맞춰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몽골 여행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모두투어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판매한 컨셉투어 몽골 상품이 판매 개시 후 1분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컨셉투어란 다양한 분야의 여러 인플루언서들과 여행에 컨셉을 더해 진행하는 대표 기획 상품이다.

모두투어 홍보마케팅부 이윤우 매니저는 "1기가 1분만에 마감되어 몽골 컨셉투어 2기, 3기를 기획하고 있다"면서 "인플루언서 컨셉투어 참여자는 2030이 90% 이상이다"고 말했다.

하나투어에서도 최근 인플루언서 등산 전문가와 함께 가는 몽골 플로깅 여행 상품이 5분이 채 되지 않아 마감됐다. 플로깅이란 쓰레기를 줍는다는 뜻으로 친환경 흐름과 함께 주목받고 있다. 하나투어 조일상 홍보 팀장은 “9월 중에도 인플루언서와 함께 가는 몽골 여행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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