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날 유튜브를 통해 처음 공개된 AI 로봇 ‘피규어 01’ 동영상을 봤습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가 협력해 만든 이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존 로봇과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로봇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선 남성이 “지금 뭐가 보이냐”고 묻자 “테이블 중앙에 있는 접시 위에 올려진 빨간 사과가 보인다” “당신(인간)은 테이블 위에 손을 얹고 가까이 서 있다”고 또렷하게 말합니다. 이어 남성이 “뭐 좀 먹어도 되냐”고 묻자 “물론”이라면서 사과를 집어 건넵니다. 남성이 바구니에 든 쓰레기를 ‘피규어 01’ 앞으로 쏟아부으면서 “이 쓰레기를 줍는 동안 왜 방금 그 행동(사과를 건넨 것)을 했는지 설명해 줄 수 있냐”고 묻자 “사과가 식탁에서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먹을 것이기 때문에 제공했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이 동영상에는 “정말 미친 짓에 가깝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등의 댓글들이 달렸는데 이런 반응에서 보듯 영상이 꽤나 충격적입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앞으로 더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간 보다 뛰어난 AI 로봇의 등장은 이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하고 있다”는 말이 결코 과장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마침 ‘피규어 01’이 공개된 날 유럽연합은 세계 최초로 AI 기술 규제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이 ‘AI법’에 따르면, 앞으로 유럽에서 AI 기술은 ‘허용할 수 없는 기술, 높은 위험, 중간 위험, 낮은 위험’ 등으로 분류됩니다. 이 중 자율주행, 의료장비 등 ‘고위험’ 기술을 출시하려는 기업은 반드시 데이터를 공개하고 사전 시험도 거쳐야 합니다. 이 법은 AI를 활용한 실시간 원격 생체인식 식별 시스템 사용도 사실상 금지했습니다. 또 딥페이크 영상이나 이미지는 AI로 만든 조작 콘텐츠라는 점을 표기하도록 했습니다. ‘AI 법’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1.5%에서 최대 7%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AI를 잘못 사용했다가는 진짜 패가망신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법적 규제가 AI와 로봇을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간이 원하는 수준에서만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극히 불분명합니다. AI가 사람의 지능과 유사하거나 넘어서는 싱귤레러티(특이점)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날마다 발전하는 AI를 인간이 영원히 통제할 수 있다는 전망 자체가 너무 낙관적입니다. 또 인간이 선한 목적으로만 AI를 쓴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번호 송승종 교수의 기고문을 보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도 AI 기술은 나날이 발전  중입니다. 다급한 우크라이나가 전장을 AI 실험장으로 개방하면서 다양한 빅테크 업체들이 AI 무기를 시험 중입니다. 인간의 조종을 벗어나서도 목표물을 정확히 공격하는 AI 드론 같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또 개인정보 유출로 전 세계에서 숱한 소송을 겪어온 안면인식 소프트웨어 ‘클리어뷰’가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 전범을 식별하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클리어뷰 데이터베이스에는 지구상 모든 사람당 평균 5개의 이미지가 저장돼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클리어뷰와 AI가 장착된 로봇은 잘못하면 ‘인간 사냥꾼’이 될 수도 있습니다.

AI 로봇이 활개치는 시대가 되면 천국이 열릴까요, 지옥이 열릴까요. AI 로봇 시대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다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 같습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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