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권단체 동물자유연대가 KBS ‘동물은 훌륭하다’ 제작진을 향해 “개 식용 도살 업자를 미화한 내용을 담았다”며 항의하고 정정 방송을 요구했다.
동물자유연대는 27일 발표에서 “지난 23일 방송된 ‘동물은 훌륭하다’ 2회에서 과거 탕제원을 운영하며 35년간 식육 개를 도살해온 업자의 사연이 방영됐다. 방송에서는 이 업자가 현재 딸과 함께 애견 목욕샵을 운영하며, 과거 도난당한 개를 도살한 일에 죄책감을 느껴 목욕 봉사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에서 다뤄진 또 다른 사건은 2017년 유실견 ‘오선이’가 납치돼 건강원에 팔려가 도살당한 사건으로, 당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동물학대 사례였다. 가족이 있는 개임을 알면서도 잔혹하게 도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동물학대와 개 식용 관행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고 덧붙였다.
동물자유연대는 해당 방송이 “동물학대자를 미화해 피해자를 두 번 상처 입혔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체는 “지난 9월 프로그램 기획 과정에서 제작진으로부터 동물 식용과 신종 펫숍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하고자 한다는 설명을 들었고, 이를 통해 동물권 향상에 기여하길 바라며 자료 제공에 협조했다”면서 “그러나 방송 내용은 동물 피해와 고통을 외면한 채 가해자의 입장만 조명하며 애초 프로그램 취지와 배치됐다”고 비판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방송에 등장한 가해자가 운영했던 탕제원은 오선이 사건 이전에도 끔찍한 동물학대가 벌어진 곳이었다”며 “살기 위해 탈출한 개를 올무로 잡아 쇠파이프로 목을 조르는 등의 잔혹한 행위가 이뤄졌다. 만약 피해 대상이 동물이 아닌 사람이라면 방송에서 가해자를 이처럼 다루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의도였을 수는 있지만, 억울하게 살해된 오선이와 반려인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균형 잡힌 방송이 아니라 2차 가해”라며 “동물권을 제대로 다루는 방송이라면 학대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현재 KBS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해당 영상이 삭제됐으며, 시청자 게시판도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