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에 추진 중인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가 서해 안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상풍력발전 자료사진. ⓒphoto 연합
인천 앞바다에 추진 중인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가 서해 안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상풍력발전 자료사진. ⓒphoto 연합

서해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규모 해상 풍력발전 단지 중 일부가 군(軍)이 유사시 이용해야 할 안전항로를 침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정부는 인천 굴업도 서측 해역에 대규모 해상 풍력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 풍력단지가 들어설 해역의 좌표가 백령도 주민과 군이 유사시 이용해야 할 ‘안전항로’와 겹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의 도발 등 유사시 서해 주민들과 군의 안전에 직결된 지정항로가 침해받고 있다는 의미지만, 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항로 중간에 80㎢의 풍력단지 조성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인천 해수청)과 옹진군은 2019년부터 총 15곳의 풍력기설치업체에 사전입지조사를 위한 계측기 설치(24곳)와 관련된 공유수면 사용을 허가했다.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기 전 풍량 등을 조사하기 위한 계측기 설치로, 공유수면 사용 유효 지역은 계측기 한 곳당 반지름 5㎞ 이내다.

서북도서 선박운항 규정에 따르면 안전항로는 백령도와 연평도, 대청도 등 북방한계선 부근 해역에서 긴급상황이 발생하거나 긴장이 고조될 경우 모든 선박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인천~백령도 간에는 운항 속도를 기준으로 2가지 기본항로를 운용하고 있는데 안전항로는 이에 관계없이 모든 선박이 유사시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 안전항로는 ‘북방한계선 인근 해역에서 남북한 긴장고조, 국지전 발생 및 해군에서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 이용하는 항로’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풍황계측기 설치 허가가 난 공유수면 좌표에 따르면 이 항로 중간에 면적 80㎢의 대규모 해상 풍력단지 여러 곳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특히 풍력기설치업체 한 군데가 계측기 설치를 허가받은 공유수면 4곳의 좌표와 인천~백령도 안전항로를 비교해보면 상당부분이 겹치는 것으로 확인된다.<그림1·2 참조>

서해상 공유수면을 이용하도록 허가를 내줄 때 지자체는 해수부, 외교부, 산업부, 국방부와 해군 등에 협의를 거쳐야 한다. 실무적인 허가권은 옹진군 또는 인천 해수청에 있지만 이에 앞서 관계기관과 논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인근에 풍력발전기가 들어설 예정인 서해 안전항로는 해군 제2함대사령부가 통제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천 해수청은 해당 해역에 허가를 내줘도 될지 해군에 ‘작전성 검토’를 맡겼다. 해군은 해수청이 제시한 좌표 중 상당수가 서해의 선박 항로와 근접하다고 판단해 일부 이동이 필요하다며 ‘조건부 동의’를 했다고 밝혔다. 해군 함정들이 훈련하는 해역과도 인접해 긴급 군사작전 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군 관계자는 “지난 6월 해수청에서 공문을 통해 작전성 검토를 요청했고, 일부 해역에서 군 작전 훈련과 긴급 상황 시 작업 중지·사업 철수 등을 조건으로 걸어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후 해군의 ‘조건부 동의’가 실제로 반영 됐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군은 ‘조건부 동의’

해군의 이러한 의견을 일부 수용해 좌표가 수정된 곳도 있었지만 아예 협의를 거치지 않고 허가가 난 곳도 있다. 인천 해수청은 “현재는 계측기만 설치되어 있어 항로 이용에 큰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수청 관계자는 “계측기는 가로세로 각 5m 크기로 항로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면서 “향후 본사업에 들어갈 때 위치를 재조정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했다. 해상 풍력단지 건설에 들어가기 전 수면 사용 허가를 한 번 더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해당 지역에 해상 풍력단지를 조성 중인 A사의 관계자는 “해당 안전 항로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안보에 해가 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협의 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계측기 1기당 발전단지 개발 면적은 기존과 유사하게(80㎢ 이내) 설정할 수 있다고 한다. 계측기 1기의 유효지역은 반지름 5㎞ 이내로 정하고 있다. 계측기를 설치한 곳에서 아예 다른 곳에 풍력단지를 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해상 풍력단지가 안전항로를 침범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서해 주민들에게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서해 5도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해상 풍력단지가 인천~백령도 안전항로를 침범할 것이라는데 백령도 주민들은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군과 해수청의 안일한 판단에 주민들의 생명이 담보 잡혔다”고 비판했다.

인천 서해상에서 추진되고 있는 해상 풍력단지는 어민들에게도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대규모 풍력발전기가 들어서면 어업활동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은 풍력발전기 설치의 조건과 맞물려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풍력발전기는 수심 30~50m 지점에 세워야 하는데, 꽃게잡이를 주로 하는 서해 어민들 역시 수심 30~50m 해역에서 주로 조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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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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