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합친 말로 1980~2000년대 초반 출생한 20~30대를 아우르는 말
 ⓒ일러스트 허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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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좀 더 구체적으로 20대, 그중에서도 남성이 ‘보수화되었다’는 주장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 예로 중앙일보는 지난 11월 홈페이지를 통해 ‘초간단 세대 성향 판별기’를 공개했다. 통일, 복지 정책, 비정규직 문제 등에 관련된 질문으로 구성된 판별기는 비교적 진보적인 가치를 위주로 한 답변을 내놓으면 40대, 그러지 않으면 20대라고 응답자를 판별했다.

이 결과는 다소 논란을 낳았는데 MZ세대는 보수적이고 40대, 즉 X세대는 진보적이라는 통념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KBS에서는 지난 6월 보도한 ‘세대인식 집중조사’ 시리즈에서 20대 남성에게서 “보수 성향도 짙게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우석훈 성결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20대 남성들의 보수화로 인해 한국에서도 “그런(극우) 정당이 나올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MZ세대가 보수화되었다는 통념은 맞지 않는다. MZ세대, 특히 20대 남성은 보수화되지 않았고, 다른 세대에 비해 더 보수적이지도 않다.

MZ세대가 보수화되었다는 착각

우선 MZ세대 전체가 보수적으로 변했는지 알기 위해서 한국행정연구원이 매년 실시하는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이 조사에서는 매년 이념적 성향을 물어봤다. 2020년의 결과를 보면, 20대(이하 19세 포함)와 30대에서 스스로를 보수라고 응답한 사람은 각각 5.7%, 8.2%에 그쳤다. 2015년의 결과를 보면 오히려 줄어들었다. 2015년에 20대는 13.8%, 30대는 17.9%가 보수라고 답했다.

이 조사 결과는 여러 여론조사기관의 발표와 맥락을 같이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가 2018년 발표한 ‘한국인 정치성향 조사결과 분석’을 보면 보수주의자로 분류된 20대는 9.2%, 30대는 4.9%에 그쳤다.

특히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은 진보적인 동시에 국가의 개입을 강하게 반대하는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20대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기는 하나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6년 조사한 결과를 봐도 20대는 결코 보수적이지 않다. 이에 따르면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응답자는 전체의 15.3%였는데, 20대 남성의 경우 18.2%가 보수로 분류됐다.

여러 통계자료를 수치상으로만 봐도 MZ세대가 보수적이라는 데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MZ세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보수라고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여러 정치성향을 따져서 분류해봐도 다수가 보수주의자라고 말할 수 없다.

MZ세대 중에서도 20대 남성은 보수적이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주관적 정치성향’ 조사 결과를 보자. 2021년 1월, 자신이 보수라고 밝힌 20대 남성은 25%였다. 5년 전인 2016년 1월, 26%의 20대 남성이 자신을 보수라고 말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최종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선임연구원이 쓴 논문 ‘20대 남성 현상 다시 보기’에는 20대 남성을 결코 보수라고 말할 수 없는 근거가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최종숙 연구원은 한국리서치에서 2017년 실시한 시민의식종합조사 자료를 가지고 20대 남성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했다.

이 조사 결과에서 눈에 띄는 점은 20대 남성이 ‘안보는 보수, 경제·복지는 진보’ 성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즉 어느 한 면을 보고 20대 남성이 보수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20대 남성, 더 넓게는 MZ세대 남성들의 반(反)페미니즘적인 성향은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난다. 주간지 시사IN에서 2019년 4월과 5월에 걸쳐 보도한 ‘20대 남자’ 관련 일련의 보도에서도 마찬가지다.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 기사에서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다양한 응답을 보여줬는데,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다’라는 문장에 동의하는 20대 남성은 59.0%로 다른 연령, 성별 응답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였다.

더불어 최종숙 연구원은 이 결과가 20대 남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의식은 다른 세대 남성에 비해서 ‘조금 더’ 높은 수준이었고 특히 30대 남성과는 별 차이가 없었다. MZ세대 남성이 모두 반페미니즘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반페미니즘 의식을 두고 ‘MZ세대 남성이 보수화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것 역시 상당 부분 옳지 않은 말이다.

애초에 남성 대부분은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양성평등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 사회가 남성이 더 불평등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남성은 연령이 어릴수록 더 많기는 하지만 평균 21.6%였다. 말하자면 페미니즘과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만으로는 남성이 보수적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는 얘기다.

MZ세대는 진보적이어야 할까

MZ세대, 그중에서도 MZ세대 남성이 실제로 보수적인 것이 아니라면 ‘보수화되었다’는 주장은 왜 등장하는 것일까. 사실 이 주장이 최근 들어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20대 보수화론’이 고개를 들었다. 국민일보는 ‘보수화되는 20대’라는 기획기사를 1면에 냈고 매일경제 역시 “20대가 가장 진보적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 근거는 20대 유권자들이 당시 새누리당을 지지하면서 당시 민주통합당에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MZ세대 남성의 반페미니즘적인 인식을 제외하고는 이들이 특별히 보수적이라거나 보수적으로 변했다고 할 만한 근거는 없다. 그런데도 지금 다시 MZ세대 보수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MZ세대 중 진보 진영 정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건 하나의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문제다. MZ세대는 으레 진보 정당을 지지할 것이라 생각하는 선입견이다.

기성 세대, 특히 1980년대에 20대를 보냈던 86세대는 그랬다. 젊을 때는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다가 나이가 들어서는 사회 기득권층에 자리 잡은 86세대는 지금의 MZ세대가 자신들과 같은 길을 밟기를 원한다. MZ세대 보수화의 목소리가 커지는 시점은 보통 보수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는 시점이라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래서 ‘MZ세대 보수화’를 언급할 때는 문젯거리를 다루는 태도로 임한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보수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진다는 말은 보수적으로 이념 지형이 변화했다는 것과는 다르다.

반면 MZ세대가 보수화되었다는 말을 ‘옳은 길로 들어섰다’는 의미로 쓰는 것은 당연히 보수 진영이다. 이들이 MZ세대의 보수화를 이야기하는 이유 역시 MZ세대라면 진보적인 가치를 지향할 것이라 생각하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진보적이었던’ MZ세대마저 보수적으로 돌변했다는 주장은 진보 진영이 실패하고 있다고 공격하기에 좋은 논거가 된다.

그러나 MZ세대의 이념 성향을 살펴보면 이들의 이념 진영은 이전과 달리 크게 변하지 않았고, 연구결과에 따라서는 보수냐 진보냐를 가릴 필요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예컨대 20대 청년들의 이념 지향성을 살펴본 논문 ‘한국 20대의 보수와 진보’를 보면, 20대는 물론 MZ세대 모두 보수나 진보에 관계 없이 사회·문화 차원에서는 자유주의적인 경향을 보였다. 진보든 보수든 어느 정도 혼전동거, 낙태 등의 문제에 긍정적이고 동성애에 개방적이며 전통적인 성역할을 부정했다. 결론적으로 20대 내부에서 보수와 진보 간 차이는 오히려 세대 간 차이보다 적다는 것이 논문의 결론이다.

진보적일 수도 없는 MZ세대

말하자면 ‘MZ세대가 보수화되었다’는 말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MZ세대는 진보적이다’는 말이 옳다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MZ세대는 진보·개혁적인 이슈에 대한 관심이 떠난 세대다.

무엇을 진보라고 부르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종종 진보와 개혁이라는 단어가 혼용되는 것처럼 진보는 더 나은 삶을 위해 현실을 비판하고 바꾸려는 노력을 동반한다. 진보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인권, 평등과 공동체의 참여 같은 것들은 현실 순응적이지 않다. 그런데 MZ세대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비판하고 넘어서기에 너무 거대하다. 이를테면 신자유주의다.

MZ세대에게 신자유주의란 단지 경제적 논리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국가와 자본·기업의 헤게모니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지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는 정규직으로 취직해야 하고, 취업을 위해서는 스펙을 쌓아야 하며, 스펙을 쌓기 위해서는 정해진 틀에 맞추어 경쟁해야 하는 사회에서 MZ세대 개인의 저항이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저항이 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의미 있는 결과를 낳지 않는다.

그래서 MZ세대는 투쟁할 기력을 잃었다.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 속의 비합리를 비판하며 이를 개선해나갈 의지를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도 M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유독 사회참여 활동이 저조한 편이다.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MZ세대의 사회참여 활동을 전체적으로 보면 다른 세대에 비해 참여율이 낮지 않은데, 주로 친목단체 활동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Z세대는 정치단체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지역모임 등에도 적게 참여하는 편이다.

이런 점에서 MZ세대가 비(非)정치성 혹은 무(無)정치성을 띠고 있다고 분석하는 건 옳은 것일 수도 있다. 이전 세대의 무관심과는 결이 다르다. X세대의 정치적 무관심은 그 연령에 있을 법한 성향이라고 볼 수 있지만 MZ세대의 무관심은 나이가 들어도 크게 변하지 않을, MZ세대만의 성향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MZ세대는 보수화되지도 않았고, 반대로 진보적이지도 않다. 단지 비정치적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MZ세대는 정치와 이념이 삶의 조건에 앞서지 않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세대일지도 모른다.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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