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라는 말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MZ세대란 단지 기성세대가 편의상 청년세대를 묶어 만들어낸 단어일 뿐이라며, 정작 MZ세대로 묶이는 사람들은 MZ세대라는 말을 기꺼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일리가 있는 주장인 것이, 사전적인 의미에서 MZ세대란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에 출생한 이들을 가리키는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와 그 이후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사람까지 가리키는 Z세대를 모두 엮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1981년부터 1995년까지, Z세대는 1995년부터 2005년
MZ세대, 좀 더 구체적으로 20대, 그중에서도 남성이 ‘보수화되었다’는 주장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 예로 중앙일보는 지난 11월 홈페이지를 통해 ‘초간단 세대 성향 판별기’를 공개했다. 통일, 복지 정책, 비정규직 문제 등에 관련된 질문으로 구성된 판별기는 비교적 진보적인 가치를 위주로 한 답변을 내놓으면 40대, 그러지 않으면 20대라고 응답자를 판별했다. 이 결과는 다소 논란을 낳았는데 MZ세대는 보수적이고 40대, 즉 X세대는 진보적이라는 통념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KBS에서는 지난 6월 보도한 ‘세대인식 집
1996년생 박규현씨는 “아는 힙스터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말에 모두가 그를 떠올릴 만큼 전형적인 힙스터다. 박규현씨가 입는 옷차림은 거의 매일 같다. 정장 재킷에 트레이닝 팬츠를 색깔과 무늬만 달리 해 입고 다닌다. 대학교는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데 학교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인 박씨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신 싸온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박씨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 제일 싫어하는 것은 평화를 깨는 것이다.“저는 육식이 평화를 깨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인간과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최근 들어 브랜드 이미지를 ‘친환경’으로 굳혀가는 중이다.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 빨대를 쓰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개인용 컵인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주기도 한다. 문제는 이 ‘텀블러’에 있다. 고객들이 개인용 컵을 마련해 매장을 방문하라는 뜻에서 스타벅스에서는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텀블러를 판매하는데, 때마다 그 디자인이 바뀐다. 스타벅스 브랜드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은 이 텀블러를 디자인이 바뀔 때마다 구입하곤 한다. 환경을 고려해 오래 쓰라고 만들어진 텀블러가 자주 구입하고 버리는 소비재로 탈바꿈한 것이다
요즘은 ‘헬조선’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한민국이 ‘지옥 같은’ 곳에서 갑자기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다. 대신 등장한 신조어를 떠올려보자. ‘국뽕’은 헬조선이 과연 진짜 ‘헬(지옥)’인지 묻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는 증거다. 맹목적으로 한국을 찬양하는 모습을 가리킬 때 종종 ‘국뽕에 취했다’는 표현을 쓴다. 처음 이 단어가 생겨났을 때만 하더라도 국뽕은 그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하하기 위해서만 쓰였다.그런데 점차 긍정적인 상황에도 국뽕이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시상
모든 MZ세대에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어떤 MZ세대에게 ‘스터디카페’는 집처럼 익숙한 장소다. 대개 건물의 2, 3층에 있어 깨닫지 못할 뿐 사람들로 붐비는 장소라면 꼭 한 곳씩 있는 것이 스터디카페다. 지난 5월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스터디카페는 전국적으로 4만824곳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동(洞)은 모두 2079개니 말 그대로 골목마다 스터디카페가 있는 셈이다.스터디카페에 들어가보자. 보통 스터디카페는 무인으로 운영한다. 대신 들어가면 좌석을 선택하고 이용요금을 결제할 수 있는 패널을 마주하게 된다. 원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 미러’에는 모든 것이 점수화된 사회가 나온다.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사회에서 평점은 삶의 모든 것이다. 직장을 구할 때와 같이 중요한 일에는 물론 차를 빌릴 때에도 평점에 따라 차종이 결정된다. 평점이 높은 사람들은 그들끼리 어울리고, 그보다 평점이 낮은 사람들은 그 그룹에 끼지도 못한다. 누군가와 말다툼을 하면 평점이 깎이고, 결혼식에서 친구를 위해 축사를 하면 평점이 올라간다. 오죽하면 평점을 관리해주고 좋은 평점을 받게 도와주는 컨설턴트까지 있을 정도다.가상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 것
느슨한 실루엣의 티셔츠를 걸쳐 입고 느슨하게 가방을 들쳐 메고 느슨하게 풀어진 바지를 입고 다니는 MZ세대를, 길거리에서 목격하기란 어렵지 않다. 아니 아마 지금 골목을 다니는 MZ세대 중 한두 명은 이렇게 입고 다닐 것이다. 만약 여기서 멋을 부린다면 화려한 패턴을 덧댈 수 있다. 그러니까 편안한 핏이지만 노랗고 빨간 화려한 패턴이 새겨져 있는 셔츠를 입고 다니는 식이다. 더러 다리에 착 달라붙는 레깅스나 배꼽이 드러나는 크롭(기장이 짧은 옷) 티셔츠를 입긴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화려한 패턴의 옷을 입지 않는다. 단색의 레깅스,
코로나19 대유행은 모든 곳에 영향을 미쳤지만 MZ세대에게는 특히 그렇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부터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계속해 우울감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 세대가 MZ세대다. 특히 20대는 조사 초기에는 가장 덜 우울한 연령층으로 꼽혔었지만 이후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 지금은 30대와 더불어 가장 우울한 연령층이 되었다. 우울감은 심각할 경우 극단적인 생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살 생각을 해본 적 있다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도 MZ세대에게서 가장 높았다.이 조사 결과가 알려지자 M
MZ세대는 분열돼 있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양분돼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문화적으로 단절되어가고 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특정 세대에는 서로 공유하는 문화적 경험이 있었다. 딱히 시청하지 않더라도 ‘대세’인 예능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말할 수는 있었고, 또래집단에서 인기 있는 연예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영화든 노래든 또래집단이 듣고 보는 콘텐츠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웬만해서는 대화가 통할 만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그러나 지금 MZ세대는 좀 다르다. 친한 친구끼리도 완전히 다른 콘텐츠를 향유하는 일이 잦다. 건설회사에 재직
요즘에는 거의 모든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이 존재한다. 여성이면 ‘김치녀’, 학생이면 ‘급식충’이나 ‘잼민이’다. ‘김치녀’는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2010년대 초반부터 쓰인 단어다. ‘급식충’은 급식을 먹는 청소년 학생 집단을 일컫는 말인데, 접미사 ‘충’은 대개 ‘맘충’ ‘틀딱충’처럼 집단을 비하할 때 붙는 표현이다. ‘맘충’은 아이를 기르는 여성을, ‘틀딱’은 노인 집단을 비하하는 단어다. ‘똥꼬충’은 남성 성소수자, ‘개독교인’은 기독교인을 가리킨다.누가 이 단어들을 사용하는 걸까.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있다. 국가
가끔 통계자료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글을 읽고 쓰는 능력, 문해력에 대한 자료가 그렇다.얼마 전, ‘사흘’을 ‘4일’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 대한 논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번진 적이 있었다. ‘사흘’을 모르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논란부터 시작해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어휘력과 문해력이 낮은 것 같다는 주장들이 제기되면서 한국 성인의 문해력이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자료가 떠돌았다.그러나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최근에 실시한 2018년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를 보면 한국 성인들의 문해
한국의 합계출산율, 그러니까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0.84명이다. 0.84명이 얼마나 낮은 수치인지 가늠하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합계출산율과 비교해 보면 된다. 가장 적은 수치일 뿐 아니라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인 국가는 한국 하나뿐이다. 한국을 빼고 가장 출산율이 낮다는 스페인도 합계출산율이 1.26명이다. 한국과 달리 여성 한 명이 아이 한 명은 낳는다는 의미다.언제부터 합계출산율이 떨어졌을까. 통계 자료를 보면 1.2명을 전후로 오락가락하던 합계출산율이
대학생 박은서씨에게는 요즘 ‘남는 시간’이 없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일정이 꽉 차기 때문이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을 피해 두세 명씩 만나느라 도리어 약속 횟수만 늘어났다.“오붓하게 만나다 보니 친구들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왁자지껄 단체모임에서 실없는 소리나 했는데 두셋이 만나서는 속 깊은 이야기도 하거든요.”대학생 한지윤씨에게 박은서씨의 모습은 낯설기까지 하다.“‘아싸(아웃사이더의 준말)’인 저에게 코로나19는 치명타예요. 코로나19만 아니면 같은 수업을 듣는 동기라도 만나는데 원
MZ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국가는 어디일까. ‘일본’을 싫어하는 MZ세대도 많겠지만 MZ세대가 일본만큼이나, 아니면 일본보다 더 싫어하는 국가는 ‘중국’이다.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조사 결과를 보자. ‘한반도 주변국에 대해 평소 느끼고 있는 감정을 온도로 표시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온도가 낮을수록 그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큰 것이다. 지난 4월 8일 실시한 조사에서 20대가 중국에 대해 느끼는 온도는 12.8도, 30대가 느끼는 온도는 20.1도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무척 낮았다. 북한과 일본
MZ세대에게 여행은 여가(餘暇), 즉 다른 무엇을 하고 남은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여행에 대한 의미 및 인식’을 조사해봤다. 이 조사에서 “여행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 MZ세대는 10명 중 6명이 훌쩍 넘었다. 20대의 64%, 30대의 69.6%가 ‘그렇다’고 답한 것이다.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해보니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 2019년 한 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고 답한 MZ세대는 30%가 넘었다.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40대와 은퇴 후
대학생 유수연씨가 요즘 새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의 물꼬를 트는 방법은 MBTI다. 가장 널리 알려진 심리검사의 하나인 MBTI는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나누어 설명해준다. 외향적(E)인지 내향적(N)인지, 감각(S)이 먼저인지 직관(N)이 먼저인지, 사고(T)를 우선하는지 감정(F)을 우선하는지, 판단형(J)인지 인식형(P)인지를 따져 16가지 성격 유형 중 하나의 성격으로 개인을 설명하는 검사가 MBTI다. 유수연씨는 검사 결과 ‘ISFJ형’으로 내향적이고 현실적이며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성향으로 나왔다.“가장 친한 친구가 ESF
MZ세대를 사로잡은 음식 한 가지만 얘기하자면, 떡볶이다.지난 3월 20일 신선식품 배송업체 ‘마켓컬리’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떡볶이 판매량은 연평균 430%씩 늘어났다. 마켓컬리 이용자 중 MZ세대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떡볶이는 확실히 MZ세대에게 가까운 음식이다. 이는 빅데이터로도 증명된다.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홈페이지 21만개를 추려본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한식 메뉴는 떡볶이였다. 게시물 수만 382만건에 달했는데, 떡볶이 관련 게시물의 절반 이상(5
한국 방송 드라마 역사상 처음으로 일주일 만에 종영한 드라마가 생겼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다. 지난 3월 22일 첫 방영한 이 드라마의 막을 내리게 만든 건 MZ세대였다.조선을 정복하려는 악령과 그에 맞서 싸우는 인간을 그린 ‘조선구마사’는 박계옥 작가가 쓴 사극이다. 만들어낸 이야기지만 드라마에서는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이 거의 그대로 등장했다. 그러면서 역사왜곡 문제가 불거졌는데 실존인물을 비하하는 표현이 등장한 것도 문제였지만, 조선시대 인물이 중국식 복식을 한다거나 중국 음식을 먹는 것으로 표현된 것이 더 큰 공분을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친 말로 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한 20~30대를 일컫는 단어)의 대화 소재로 보통 좀 더 트렌디한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요즘은 MZ세대도 주식과 부동산 얘기로 열을 올린다. MZ세대의 모임에서도 누가 돈을 벌었고 잃었는지, 누가 집을 샀고 못 샀는지 이야깃거리가 쏟아진다. 분명 누군가 한 명쯤은 새로이 주식투자를 시작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급하게 대출금을 끌어 집을 샀을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던 사람이라도 그 자리에서 “나도 해야 할까?” 물어보면 “당연하지”라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