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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90호] 202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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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포 비즈니스’ 뒤에서 웃는 사람들…‘방사능 포비아’ 극복의 해로!

이현철  부산대 교수·원자력시스템  2022-01-06 오후 2:02:01

▲ 2021년 1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월성원전 비계획적 방사성물질 누출 사건’ 공동 기자회견. photo 뉴시스
2021년 1월 포항 MBC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서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방사성물질 누출 의혹을 보도하였다. 월성원전 지하배수로에서 71만3000㏃(베크렐)이 검출되었고, 부지 내 우물에서 최고 53만㏃이 검출되었으며, 이러한 삼중수소가 부지 외부로 확산되었을 수도 있다는 보도였다.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고 2월 초 경주시는 민관합동조사단을 출범시켰다. 3월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민간합동조사단 및 현안소통협의회를 출범해 조사에 착수하였다. 이러한 누출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공식 발표되면 밝혀질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주민들이 불안감을 갖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삼중수소의 방사능 특성상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 역시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다. 삼중수소는 대기 중에서 생성되기도 하고 원자로 내에서 생성되기도 한다. 특히 중수로에서는 경수로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삼중수소가 생성된다. 중수로는 감속재 및 냉각재로 중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삼중수소는 0.019MeV의 매우 낮은 에너지를 갖는 베타선을 방출한다.
   
   
   생명까지 앗아간 방사능 포비아
   
   이러한 삼중수소로 인한 방사능 피폭은 외부 피폭과 내부 피폭으로 나눌 수 있다. 삼중수소에 의한 외부 피폭은 거의 무시할 만하다. 삼중수소의 공기 중 최대 비정거리가 6㎜에 불과하고 물이나 플라스틱 안에서는 0.00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삼중수소에 의한 내부 피폭은 주로 삼중수소가 들어 있는 물이나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발생한다. 월성원전 주변 마을에서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에서 검출되는 삼중수소의 최대 농도는 대략 리터당 10㏃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이 1만㏃임을 상기하면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미미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미미한 수준의 방사능에 과도한 공포를 느끼는 것을 ‘방사능 포비아’라 부른다. 포비아는 객관적으로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극도의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일종의 불안장애를 말한다. 이러한 방사능 포비아의 예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에서 방사능 공포로 인해 수십만 건의 낙태시술이 있었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방사능에 의한 인명피해가 장기적인 암 사망자를 포함하여 43명에 그쳤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방사능에 대한 무지와 공포가 방사능 자체보다 수천 배 많은 인명피해를 유발한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에도 방사능에 의한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으나, 인근 주민 긴급대피 과정과 대피소에서의 열악한 생활환경으로 인해 노약자를 중심으로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정밀한 평가에 의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긴급대피가 필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역시 방사능 포비아로 인한 인명피해로 볼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방사능 포비아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TV 등 언론에서는 연일 방사능이 우리나라로 몰려온다고 보도하였다. 어느 TV 뉴스에서는 공기 중 방사성 요오드 농도가 이틀 만에 6배 증가하여 공기 ㎥당 1.15m㏃(밀리베크렐)로 치솟았다며 외출을 삼가라고 방송하기도 하였고, 국민들이 불안해하자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지기까지 하였다. 우리나라 실내 공기 중 라돈 농도가 공기 ㎥당 평균 약 100㏃ 정도 되는 것과 비교하면 실내 공기 중 방사능 농도의 10만분의1에 해당하는 방사능 농도 때문에 공포에 떨었던 것이다. 이러한 방사능 포비아 현상은 대부분 방사능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베크렐, 시버트와 같은 단위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만 하고 있어도 방사능 포비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성행하는 ‘원자력 공포 비즈니스’
   
   일반 국민들의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하여 부당하게 사익을 챙기는 ‘원자력 공포 비즈니스’도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원전에서 방사능 및 안전에 관한 이슈가 발생하면 원자력에 비판적인 일부 언론을 통해 지역 주민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공포를 부추긴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로 민간 조사단이 꾸려지면 조사단에 전문가위원으로 참여한다. 조사단의 전문가위원으로서 조사 과정을 설계하고 주도하면서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를 통해 조사용역을 수주한다. 물론 조사단의 활동비 및 조사용역비는 한수원이 부담한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몇몇 인사들은 모 지역 원전 민간 조사단에서 활동하면서 수십억원의 조사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관합동조사단에도 전문가위원으로 참여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하였다. 월성원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뻔했던 것이다.
   
   원자력에서 안전은 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고 엄격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누군가 일부 언론을 통해 과학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을 하며 원전 지역 주민과 일반 국민들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부추긴다면, 그들이 과연 어떤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의심해야 한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의 미온적 태도이다. 월성원전 삼중수소 사건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자체조사를 하는 대신 민간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조사 권한과 책임을 넘겼다. 경주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원자력안전기술원에 조사 참여를 요청했지만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를 회피하였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원자력 안전을 지키는 경찰과 같다. 사건이 발생했는데 경찰이 수사를 하지 않고 민간 자율방범대에 수사를 맡긴 꼴이다.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두 기관이 손 놓고 있는 동안 원자력 공포를 이용해 부당하게 사익을 취하는 독버섯들이 자라나고 있다. 2022년은 제발 ‘방사능 포비아’에서 벗어나는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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