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photo 김연정 조선일보 기자
이훈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photo 김연정 조선일보 기자

지난 총선에서 미투 의혹에 휘말려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훈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년 가까이 공석이었던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및 광물자원공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광물자원공사 사장추천위원회는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3일까지 사장 후보 공모절차를 진행했다. 위원회는 이 중 이 전 의원을 포함한 복수의 후보를 산업부에 추천했고, 산업부는 청와대와의 협의를 거쳐 이 전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물공사 사장에 정치인이 임명되는 것은 전신인 대한광업진흥공사 박양수 전 사장 이후 약 15년 만이다. 박 전 사장 이후에는 김신종·고정식·김영민 전 사장 등 산업부 고위공무원 출신들이 사장을 맡아왔다.

전남 신안 출신의 이 전 의원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의원 시절 비서관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했다.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정책특보와 문재인 대통령후보 공보특보를 하다 2016년 총선에서 서울 금천구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미투 의혹에 휘말리며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20대 국회에서는 상임위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맡으며 광물공사 관련 현안들을 많이 들여다봤다. 따라서 정치인 중에서는 그나마 광물공사 쪽 사정에 밝은 편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물공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전 의원 내정 소식에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광물공사는 산자부 출신들이 계속해서 사장직을 맡으면서 부처에 휘둘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부채만 6조원에 달할 정도로 자본잠식이 심각해진 데에는 산자부에 1차적 책임이 있는데도 사장들이 출신 부처에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광물공사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산자부 출신보다는 차라리 힘 있는 정치인이 낫다는 목소리가 많은 것이 솔직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이 현재 광물공사의 상황을 타개할 적임자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광물공사는 자본잠식 상태인 것은 물론이고 이자를 포함한 연간 금융비용만 1조원이 넘을 정도로 ‘혈세 먹는 하마’나 다름없다. 진행하고 있는 해외사업도 매각이 쉽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 강원랜드의 대주주인 광해관리공단과 통합을 시도하고 있으나 광해관리공단 임직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합병 작업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 전 의원은 2018년 10월 국회 상임위에서 “양 공기업의 통합은 광해공단마저 부실화시키고 광물공사의 구조조정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공기업은 부실경영을 해도 절대 안 망한다는 속설은 이제 끝났고 국민들도 공기업도 부실경영을 하면 회사가 공중분해된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공기업들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공공성에 더욱더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또한 이 전 의원의 미투 의혹에 대한 비판도 아직 적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미투 의혹으로 스스로 불출마를 선택했던 사람이 공기업 사장으로 오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사실상의 낙하산 인사이자 보은 인사로밖에는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훈 전 의원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공모에 응했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내야 할 서류를 냈을 뿐 임명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광물공사가 현재 굉장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가서 봐야 실제로 상황이 어떤지를 더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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