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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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구갑)은 지난 4월 20일 부산시청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최근 정치권 화두인 ‘이남자(20대 남자) 현상’에 대해 “(20대 남녀 간에) 젠더 간 갈등 문제가 있는 건 현실”이라면서도 “그걸 넘어 공정이라는 잣대에서 세대 간 문제로 봐야지 여성우선주의냐 남성우선주의냐로 접근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내가 주로 문제 제기해온 이슈들은 젠더 문제가 아니라 불공정 문제, 세대 문제”라고도 했다.

올해 53세로 3선 중진인 하 의원은 특히 20~30대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국회의원으로 통한다. 2~3년 전부터 청년세대의 관심사에 자주 목소리를 내온 영향이 크다.

최근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지난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 유권자들의 오세훈 후보에 대한 투표율이 유독 높았던 일명 ‘이남자 현상’을 두고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의 온라인상 설전이 대표적이다. 20대 남성의 득표율이 높았던 현상을 두고 ‘민주당이 여성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온 데 대한 반발’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오히려 여성을 차별해 온 기존 악습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진 전 교수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이준석 전 위원과 하태경 의원에 대해 ‘갈라치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정서가 갈리는 20대 남성과 여성을 성별로 갈라쳐 득표 창구로 이용한다는 비판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이런 논란이 불거지자 그동안 2030세대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하 의원이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하 의원은 이남자 현상을 수면 위로 부각시킨 20대 남성들의 오세훈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72.5%)와 관련해 “성별을 나눠서 보기보다 2030세대에 집중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의 투표 성향이 두드러지면서 언론과 정치권이 20대 남성에 주목했지만, 성별보다는 20대·30대 등 젊은 세대 전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 의원은 “젊은 세대 자체가 지금은 약자이고 피해를 받고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노동경직성이 심한 나라이다 보니 소위 ‘철밥통’이 많고, 그렇다 보니 젊은이들이 취업하기가 더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586세대가 대학생이던 시절에는 노동자 등 계급 문제, 분단으로 인한 민족 문제가 중심 화두였다면, 현재는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N포 세대’로 불릴 만큼 청년들이 취업과 연애, 결혼과 출산 등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진단이다.

하 의원은 남녀 간 성별 갈등으로 흐를 수 있는 최근의 논란에 대해서도 “세대별로 분리해서 봐야 한다. 40대 이상은 남녀차별이 강했지만 지금의 2030세대는 그때와는 다르고, 옛날 기준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며 “이남자 현상 역시 이슈별로 나눠서 봐야지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로 20·30대가 제보한 고민들이 빼곡하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하태경 의원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로 20·30대가 제보한 고민들이 빼곡하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노력하는 꼰대가 되겠다는 말 지키는 것”

하 의원이 2030세대의 사고방식 자체가 기성세대와 다르다고 뼈저리게 느낀 계기는 2019년 1월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병사들의 영내 스마트폰 사용 허용 사례다. 하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군대가 정신무장을 해제하고 있다. 4월부터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일과 후 자유롭게 사용한다는데 대한민국 군대가 당나라 군대 된다”는 메시지를 냈는데, 청년들로부터 “청년들의 고민과 병사들의 고통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 의원은 “딸아이가 ‘아빠가 잘못했다’고 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딸이 그러더군요. ‘아빠 때는 휴대전화가 여러 도구의 하나일 뿐이었지만 요즘 애들한테는 몸의 일부다. 아빠가 한 말은 그들에게 몸의 일부를 절단하라는 거랑 같은 얘기다.’ 그 얘기를 듣고 느꼈습니다. 아, 내가 꼰대구나. 청년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젊은이의 시각으로 보지 못했구나. 그래서 2030한테 반성문을 썼어요. ‘정말 미안하다. 앞으로는 노력하는 꼰대가 되겠다.’” 하 의원은 “그 사건을 계기로 청년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며 “그때부터 이슈를 많이 따라가고 입법도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 의원이 개입했던 이른바 ‘확률형 게임 아이템’이나 게임업계 노예계약 사건 역시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공론화하기 어려운 일이다. 기성세대들은 게임 문화를 과거 자신들이 하던 취미 정도로 취급하지만 20대에게 게임은 진지한 것이다. 대표적인 게 2019년 하반기 불거진 ‘카나비 노예계약 사건’이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의 유명 프로게이머 카나비가 소속팀과 ‘노예계약서’로 불리는 불공정 계약을 맺었는데, 하 의원은 카나비가 소속팀과 맺은 계약서를 입수해 언론을 통해 공개하면서 사건을 공론화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게임협회가 공정위원회를 만들었고, 게임판에서 벌어지는 불공정 문화를 없애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68년생으로 올해 만 53세인 그는 10~20대들의 관심사를 어떻게 발굴할까. 그가 밝힌 여론 수렴 창구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하태핫태 하태경’이다. 온라인 소통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이 채널을 통해 하 의원에게 어려움을 토로하는데, 이 중에서 여러 명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이슈의 경우 관심 있게 들여다본다. 그러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자체 분석 과정을 거쳐 공론화한다는 것이 하 의원의 설명이다. 특히 ‘불공정 문제’와 관련된 사안일 경우 우선 검토 대상이 된다. 현재는 하 의원의 채널이 유명해지면서 2030들의 메시지가 하루에도 수백 통씩 쏟아진다고 한다.

“당대표도 100% 일반 국민 여론조사 해야”

하 의원은 차기 전당대회 당대표 선출 방식에 대해서는 “100% 일반 국민 여론조사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해야 금태섭 등 지금 당 밖에 있는 사람들을 들어오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제3지대 창당 등을 거론하고 있는 금태섭 전 의원,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을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이려면 이 같은 경선 룰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국민의힘이 경선 룰을 바꿨는데도 신당을 만들 경우 국민들이 (새로 창당하는 인사들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라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대선후보가 아니라 당대표를 선출하는데도 당원이 아닌 일반 여론조사 위주로 하느냐”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하 의원은 “이건 분열지향적인 정당을 만들 거냐 아니면 통합지향적인 정당을 만들 거냐의 문제”라며 “쪼그라드는 당을 만들 거냐”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0%로 갈 경우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 우려가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이미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사실상 영향력이 없다고)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직에 도전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인수위가 끝나면 당권이든 대권이든 둘 중 하나에는 도전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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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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