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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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재보궐선거 바로 다음 날인 지난 4월 8일 이준석(36)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만났을 때 그는 “당분간 쉬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라고 했다. 그랬던 그를 두 달여 뒤 다시 만난 곳은 낙동강변 자전거도로가 아닌 부산 벡스코(BEXCO) 국민의힘 당대표 합동연설회장이었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2030 남성의 전폭적 지지를 얻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전 최고위원은 두 달여 만에 한국 정치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 됐다. 그는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2·3위 후보와 오차범위 밖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원내 경험이 없는 30대 정치인이 제1야당의 유력 당대표 후보로 떠오른 초유의 현상이다. 지난 6월 2일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마친 그를 후보 대기실에서 만났다.

- 지금까지 국회의원 선거와 당내 선거를 포함해 총 다섯 번의 선거를 치렀는데,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나. ‘이준석 현상’이란 말까지 나올 거라고 예상했나. “처음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할 때 3등 안에 들 수 있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초반부터 1등으로 치고 나올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일관되게 이야기해온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이준석 개인의 당락 여부와는 관계없이 대한민국 정치에 몇십 년 만에 한 번 오는 기회가 온 거다. 스스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보려 한다. 보수정당에서 조직선거를 하지 않고 문자메시지 살포 등을 최소화해도 이길 수 있느냐는 테스트다. 이런 것들 없이도 승리할 수 있다고 증명되면 더 많은 사람이 (보수정당에) 들어올 거다.”

- 오늘(6월 2일) 합동연설회에서 ‘부산 데이터센터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책적 메시지에 초점을 맞춘 것인가. “광주와 대구에선 정치적 메시지가 더 돋보일 것 같아서 정치 이야기 위주로 했다. 부산과 대전에선 정책적인 메시지를 냈다. 데이터센터 공약은 내가 예전부터 이야기해왔던 내용이다.”

- 이 후보가 ‘유승민계’라서 당대표가 되면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유 전 의원의 지원을 받은 게 있나. “없다. 당대표 선거 나오기 전에 유 전 의원과 상의도 안 했다. 유 전 의원도 깜짝 놀랐다.”

- 평소에 연락을 자주 하지 않나. “자주 하는데 당대표에 출마한다는 이야기는 안 했다. 내가 마포포럼 강연에 나가서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니까 유 전 의원이 깜짝 놀라 ‘준석아, 만나자’ 하고 문자가 왔다.”

- 만나서 뭐라고 하던가. “갑자기 상의도 없이 나간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하더라. ‘유승민 계파 논란’이 웃긴 게, 어떤 계파 정치인이 상의도 안 하고 출마하나?”

- 유 전 의원이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실제로 도움을 준 쪽은 김웅 의원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렇다. 유승민 전 의원 측 분들도 김웅 의원이 컷오프는 통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분들이 김웅 의원에게 여러모로 많이 지원했다. 나경원 전 의원이 그런 이야기(이준석이 ‘유승민계’라는 비판)를 아무리 해도 말이 안 된다. 늘 이야기했지만 유 전 의원이 누구를 당대표로 밀 힘이 있었으면 본인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겠나.”

- 이 후보와 안철수 대표 간의 악연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추후 국민의당과의 통합, 안 대표와의 대선후보 단일화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후보가 안 대표에게 악감정이 있어 일을 그르칠 거란 비판이다. “나경원 후보는 자신은 유승민 싫어하는 사람들을 이용하려고 그렇게 노력하면서, 나는 안철수 싫어하면 안 되나? 내가 안철수를 싫어한다고 해서 그게 공적인 판단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거다. 누구든지 버스에 탈 수 있다. 안 대표가 (교통카드 단말기에) 카드 찍으려고 하는데 ‘당신은 안 됩니다’ 이러지 않는다. 안 대표도 버스에 탑승할 수 있다.”

- 안 대표에게 버스 번호나 도착 시간 정도는 알려줄 건가. 화해의 제스처를 취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이다. “그건 아니다. 엄정하게 할 거다. 당 밖의 인사 누구에게도 편의를 제공할 수 없다. 다만 나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거부감은 없다. 내가 당대표가 되면 이른 시일 안에 안 대표를 만나 합당의 조건을 열거하고 ‘예스냐 노냐’ 물어볼 거다. 협상할 필요는 없다.”

- 안 대표가 ‘노’라고 한다면. “내가 비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해서 그렇게 된다면 내가 욕먹을 거고,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했는데도 거부한다면 안 대표가 욕먹을 거다.”

- 욕이야 둘 중 누군가 먹겠지만 야권 대선 후보가 분열되면 어떡할 건가. “지금 안 대표 상황에서 비합리적인 조건을 이야기해 더 욕먹으면 대선이 쉽지 않을 거다. 안 대표가 이성적인 정치 문법으로 대화했으면 좋겠다. 안 대표와 내가 틀어진 게 2018년 6·13 재보궐선거 공천 과정에서 사실상 나를 죽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나를 정치적으로 죽이려고 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그분의 정치 문법이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다.”

- 지지율 2위로 나오는 나경원 전 의원과 꽤 날카롭게 논쟁하고 있는데, 사적 관계는 어떤가. “최근 내가 언급한 내용을 찾아보면, 나 전 의원이 출마하냐 마냐 할 때 그분 편에서 발언을 많이 했다. ‘나 전 의원이 20년 정치를 했는데 원내대표 1년을 그렇게 했다고 강경보수라고 비판받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빠루’ 논란도 해명해줬고. 작년 총선 치르기 전에 아들 성적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도 내가 성적표를 분석하며 ‘얘는 영재다’고 말했다. 나 대표가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뭘 잘못했나?”

- 당대표 공약으로 ‘당직자 자격시험’이 주목받고 있다. “공직 후보는 국민들한테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공당이 구의원에 추천한다면 이 사람이 구의원감은 된다는 걸 보증 서는 것이다. 공천이란 제도가 국민들이 후보를 한 명 한 명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당의 신용도를 보고 그 후보를 평가하게 된다. 초기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정착되면 국민들이 우리 당 사람들을 신뢰할 것이다. 적어도 국민의힘은 컴퓨터도 할 수 있고 논리적 사고도 어느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인식을 국민들이 갖게 될 거다.”

- 별도의 선거 캠프도 없이 수행·공보 담당 보좌진과 둘이서만 다니고 있는데, 선거 비용은 어떻게 쓰고 있나. “며칠 전 시민들의 소액 후원으로 사흘 만에 후원액 한도 1억5000만원이 다 찼다. 후원해주셔서 감사한 만큼 막 쓸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푼이라도 아껴서 남는 돈은 우리 당에 귀속시킬 거다. 그 돈으로 나중에 ‘토론 배틀’ 같은 당 사업을 제대로 하는 데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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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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