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9월 9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여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서울 종로 지역구 의원직을 사퇴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정치1번지’로 통하는 종로 지역구의 향방이 주목받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가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서울 서초갑)의 사퇴와 함께 내년 1월 이전 본회의에서 처리될 경우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두 지역구에서도 새로운 의원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원외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거물급 인사들이 이 지역에 등판할 수 있다는 관측을 하고 있다.

1월 처리되면 대선과 함께 보궐선거

지난 9월 8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역구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충청권 지역 순회경선에서 당내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큰 차이로 패한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홈그라운드’인 호남 지역 경선을 앞두고 있다. 이 지역에서조차 이 지사에게 패할 경우 민주당 본선 후보는 이 지사가 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최후가 될 수 있는 승부처를 두고 이 전 대표가 사실상의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사퇴로 인해 종로 지역구에 때아닌 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은 술렁이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당장 원외인 이준석 당대표의 등판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원외인 이준석 대표가 종로에 나서야 하지 않겠냐”며 “여론조사 100%로 경선 룰을 정하면 이 대표가 종로에 나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 지역구는 ‘정치1번지’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당대표가 이 지역 보궐선거에 출마할 경우 대선 후보와 사실상의 ‘러닝메이트’를 이뤄 대선을 앞둔 당의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일각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원내 경험이 없다는 점이 그간 약점으로 작용해왔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103석의 거대 야당 국민의힘을 이끄는 당대표가 원내 경험이 없다 보니 경험이나 안정감 측면에서 부족한 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 대표가 종로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질 경우 본인의 정치 행보뿐만 아니라 대선을 앞둔 당을 위해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총선 때까지 서울 노원구에서만 3번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다가 모두 패했다. 서울 노원구는 국민의힘에는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지난 6월 당대표 당선으로 체급을 한껏 올린 이 대표는 이 지역 공략을 위해 최근 상계동 아파트를 매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준석 대표의 등판론을 두고 “‘셀프 공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다른 관계자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 원외에서 종로를 노릴 만한 다른 당내 주자들도 많다”며 “앞서 대선을 앞둔 경선 룰 가지고도 그렇게 시비가 있었는데 당대표가 종로에 나간다 하면 논란이 생기지 않겠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국민의힘은 대선 경선준비위원회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의 경선 룰 세팅 등을 두고 극심한 내홍을 겪어왔다. 이 같은 혼란을 겪은 당에서 대표가 직접 지역구 보궐선거에 나설 경우 당내 다른 원외 주자들의 반발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앞서 국민의힘은 대선 경선 후보가 12명이나 난립했던 만큼, 정치1번지로 꼽히는 종로 지역구에 출마를 원하는 주자들이 많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2016년 김종인 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는 말도 나온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을 비례대표 명단 2번째에 넣어 ‘셀프 공천’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김 전 위원장은 당초 이기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던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도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종로구 선거에 특정 후보를 전략 공천하는 것이 아닌, 경선을 통한 공천으로 선거를 치를 경우 이 같은 논란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앞서 언급한 고위 관계자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때는 자신에게 비례 앞번호를 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논란이 인 것이고 이번 종로 선거는 경선으로 후보를 뽑으면 다를 것”이라며 “당원 50% 대 일반 50%, 혹은 당원 100% 투표로 해도 이 대표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셀프공천’ 논란 뚫을 수 있나

대선을 앞두고 원외 인사인 당대표가 ‘정치1번지’인 종로 지역구에 나선다고 할 경우 다른 출마 의향자들이 이 대표를 위해 “자리를 비켜줄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도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가 종로 출마를 망설이자 민주당의 이낙연 전 대표에 맞서 종로구에 출마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다. 총선을 앞둔 당대표가 상대방 당대표와의 대결을 망설일 경우 선거 이전의 기세에서부터 압도당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다. 이는 종로라는 지역구가 갖는 상징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도 된다. 황 전 대표는 결국 이 지역에 출마해 이 전 대표와 맞붙었고 패배했다.

아직까지 국민의힘 당대표실은 “아무것도 확실한 건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당대표실의 한 관계자는 “그간 이준석 대표가 노원에서 쌓아온 자산이 있고 대표가 종로와는 별다른 연고가 없다”면서도 “종로 지역구 공백을 두고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종로 지역구에도 엄연히 현 당협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원외 인사이면서 대선에 출마한 이들이 많은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도부 차원의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민의힘 현 종로 지역구 당협위원장은 정문헌 위원장이다.

일각에서는 거대 야당의 ‘30대 당대표’로 여의도에 파란을 일으킨 이준석 대표가 종로 지역구에서 당선될 경우, 단숨에 대선주자급으로 체급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선거 피선거권을 만 40세부터로 제한하고 있다. 올해 만 36세인 이 대표의 내년 대선 출마는 불가능하지만, 그 이후 대선부터는 출마가 가능하다. 당대표실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종로 지역구에 상대가 누가 나올지도 봐야 하고 종합적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아직까지 특별히 고려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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