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월 29일 경북 경산시 경산농협 본점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영남캠퍼스 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월 29일 경북 경산시 경산농협 본점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영남캠퍼스 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치권에선 내년 대선의 향배를 가를 변수 중 하나로 2030 세대의 투표율이 꼽힌다. 특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에게 72.5%(지상파 3사 출구조사 기준)의 득표율을 얻어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국민의힘 입장에선 대선에서도 2030세대를 적극 공략할 필요성이 거론된다. 다만 득표율과는 별개로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2030세대의 투표율은 20대 35.3%, 30대 36.8%로 낮은 편에 속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30세대의 지지를 투표장으로 끌고 와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1차 컷오프는 신규 당원 반영 안 돼

국민의힘의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경선에서도 2030 당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부터 9월 27일까지 입당한 신규 당원 26만5952명 중 월 1000원 이상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은 23만1247명이었다. 이 중 2030세대 당원은 7만1055명, 40대 당원은 4만2924명이 늘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해당 기간 동안 20·30·40대 신규 입당자는 약 11만4000명으로 직전 4개월(2월 1일~5월 30일) 입당자 수(1만4817명)에 비해 7.7배 늘었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 체제 이후 신규 입당한 젊은 당원들의 표심이 국민의힘 대선주자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1차 컷오프 때는 사실상 이들의 여론이 반영되지 못했다. 1차 컷오프에선 책임당원 대상 여론조사 결과가 20% 반영됐는데,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책임당원은 1년 중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고 1회 이상 당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참석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준석 당대표 체제 이후 가입한 당원들의 여론이 반영되긴 어려웠다. 하지만 10월 8일부터 치러지는 2차 컷오프에는 이들의 표심이 나타날 수 있게 된다. 국민의힘은 2차 컷오프에서 당원 투표 30%, 국민 여론조사 70%를 반영한다. 최종 후보는 11월 5일 당원 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를 통해 결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대선 캠프에선 청년들을 앞세워 홍보하거나 캠프 내 주요 보직에 청년들을 앞다퉈 임명하고 있다. 일례로 홍준표 캠프에서는 여명(31) 서울시의원이 대변인직을 수행하고 있다. 보수성향의 청년단체 한국대학생포럼 회장을 지내기도 한 여 대변인은 캠프 내 유일한 대변인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로 서울시의원에 당선된 그는 지난 8월 캠프에 합류했다. 매일 아침 6시부터 홍 의원과 통화를 주고받으며 언론 보도, 논평 등에 관해 논의한다고 한다. 홍준표 캠프에서 청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경민 전 대구대 총학생회장은 올해 대학을 졸업한 27세 청년이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현재 청년본부에 속해 있는 임명직은 6명, 청년층 자원봉사자는 전국적으로 18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홍 의원은 정계를 잠시 떠나 있던 2018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TV’를 개설했다. 홍카콜라TV는 청년들이 촬영·편집 등을 맡아 제작에 관여해왔는데, 이들이 지금 대선 캠프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캠프 내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박진호 국민의힘 김포갑 당협위원장과 박왕철 제주특별자치도당 청년위원장이 공동으로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캠프는 전국 단위의 청년위원회 발족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캠프 측 설명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에 청년위원회와 대학생위원회 회원 가입을 받았고 오는 10월 3일 정식 발족한다. 청년위원회와 대학생위원회에 가입한 이들이 현재 3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각 위원회에는 도당위원장, 시의원 등의 경력을 지닌 청년층 인사들이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후보들의 청년 영입 경쟁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청년 인사는 장예찬(33) 청년특보다. 장 특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부터 만나왔을 만큼 신임을 얻고 있다. 장 특보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전국 단위로 청년·대학생위원회를 구성한 건 어느 대선 캠프에서도 보기 어려웠던 일”이라면서 “밑바닥부터 다진다는 의미를 갖고 윤석열 후보도 모집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했다. 장 특보는 “청년위원회 외에도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은 청년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캠페인도 따로 준비 중에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청년층 지지율에선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에 대체로 앞서는 분위기다. 여론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헤럴드경제 의뢰로 지난 9월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범보수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윤 전 총장은 29.7%, 홍 의원은 29.5%로 박빙이었다. 다만 청년층 지지율에서 윤 전 총장은 17.3%(18~29세), 13.5%(30대)를 얻은 반면, 홍 의원은 각각 37.2%, 34.6%로 더블스코어 이상 차이를 보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내부에선 당원 투표 비율이 ‘2차 컷오프 30%’→‘최종 투표 50%’로 늘어나는 것에 각기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통적 보수층의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윤 전 총장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2030세대의 지지도가 높은 홍 의원이 신규 가입한 젊은 당원들의 표를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근래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를 두고 “경선이 진행될수록 당원 투표 비율이 높아져 홍 의원이 본선에서 최종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평했다. 반면 윤 전 총장의 잇따른 설화와 가족 논란에 등을 돌린 청년층 당원들이 홍 의원에게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의 청년 당직자는 “윤석열 개인에게 마음을 돌린 청년들도 많은 데다가 캠프가 보여주는 모습도 청년들에게 썩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준석 대표를 보고 당에 들어온 당원들이 얼마나 투표에 나서느냐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에선 2030 당원들의 표심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본선에서도 젊은층을 투표장에 끌어모을 수 있는 후보가 결국 최종 후보로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이 이준석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15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 강연에서 “내일이 선거라면 결코 이기지 못하는 정당 지지율을 갖고 있고, 젊은 세대에게서 멀어지는 경향성을 가지는 후보들이 더러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전통적인 지지층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지금 모습만 보면 깃발만 안 들면 다행”이라며 “후보 간 조직 경쟁 등이 비치면서 젊은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진들이 잡히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순간부터 젊은 세대가 다시 한번 (국민의힘과) 괴리하는 현상이 이뤄질 것”이라고도 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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