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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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구에서 이른바 ‘대장동 여전사’로 불린다. 그의 지역구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갑으로 최근 로비·특혜 의혹을 사고 있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부지를 포함하고 있다. 대장동 의혹이 터지자 김 의원은 지역에서 주민들 목소리에 가장 먼저 귀 기울였고, 국회 안팎에선 의혹을 뒷받침할 굵직한 정황·증거를 연일 제시하며 초선의원 답지 않은 날카로운 면모를 보여왔다. 지난 경기도 국정감사에선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열띤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10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일련의 의혹과 이재명 후보의 연관성이 엿보이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청와대에서 마련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와의 차담 자리는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거나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황무성 전 사장, 참다못해 녹취록 공유”

김 의원은 지난 10월 25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과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해 또 한 번 파장을 일으켰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황 전 사장은 유한기 전 본부장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고, 여기엔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의 지시가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들이 나온다. 이들 대화에서 ‘정 실장’ ‘유동규’ ‘시장님’ 등이 다수 언급되는데, 정치권에선 대장동 의혹과 이재명 후보와의 연관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정황·증거로 평가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임명권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하급자가 자신보다 훨씬 높은 사장에게 사퇴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전례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승인이나 암묵적인 허가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웠다고 본다. 이들 대화에서 언급되는 ‘시장님의 명’이 이 후보의 관여 가능성을 가장 잘 나타낸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 녹취록은 약 40여분 분량이다. 녹취록은 지난 10월 25일 기자간담회를 30분 앞둔 시점에 입수됐고 간담회 자리에선 이 중 3분가량만 공개했다. “본래 황 전 사장이 녹취록을 공개할 의사가 없었으나 지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 지사의 질의응답을 듣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과 ‘대장동 사태에 진실을 밝혀줄 유일한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판단 등이 작용해 이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지난 10월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황 전 사장 사퇴 종용에 대한 질의에 대해 “그런 일 없다”라고 선을 그었는데, 이것이 황 전 사장의 심경 변화를 일으켰다는 이야기다.

주목할 점은 두 사람의 대화 시점이다. 이 녹취는 2015년 2월 6일에 이뤄졌다. 이날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자산관리 설립일이자 사업공모 지침이 확정되기까지 일주일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황 전 사장은 건설전문가인 데다 원리원칙주의자로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지분만큼 그 수익도 동등하게 나눠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련의 사업과정에 문제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유일한 간부급 직원으로 지목되기도 했을 거다.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수익을 몰아주려 했던 구성원들 입장에선 눈엣가시였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후보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황 전 사장은 2014년 사기죄로 기소됐는데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자진사퇴를 권유한 것은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김 의원은 이 녹취록 외에도 대장동 의혹과 이 후보의 연관성을 뒷받침할 증거는 곳곳에 있다고 말한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자치법규인 ‘사무전결 처리규칙’을 개정하면서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주요 결정에 대한 전결권을 자신에게 귀속시켰다. 모든 의사결정이 그를 통해서 이뤄지는 구조였다는 이야기다. 또 이 후보 스스로도 이야기하지 않았나. 대장동 설계는 본인이 모두 도맡았다고 말이다. 측근들이 자행한 행정처리를 그가 몰랐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 의원은 또 “하지만 이 후보는 지난 국감 때도 그렇고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공모지침서에서 빠진 경위 등을 비롯해 그 어떤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가 대장동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 칭하면서 이런 디테일한 내용을 모른다는 건 무능한 거다. 혹은 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애써 그 말을 하지 않는 식의 전략을 짰다고 본다”라고 했다.

“文·이재명 차담 사진은 수사 가이드라인”

김 의원은 일련의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기 위해선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최근 검찰은 마치 물에 뜬 기름만 발라내는 듯 언론에 나온 것만 포커싱해 수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늦장, 부실수사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문 대통령은 수사 대상자가 될 사람인 이 후보를 청와대로 불러 차담까지 하며 화답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만나고 있는 사진 한 장은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상황이 이러니 현재 검찰로부터 기소됐거나 기소될 예정인 피의자들은 향후 이재명 후보가 미래 권력을 쥘 것이냐 말 것이냐에 따라 그 진술을 뒤바꿀 여지도 크다고 본다. 꼬리자르기식 수사가 되지 않기 위해선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

여론조사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10월 26일 발표한 대장동 개발사업 특검 추진 찬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4%가 ‘찬성’, 27.1%가 ‘반대’, 8.9%가 ‘잘 모름’이라고 응답했다. 김 의원은 “공교롭게 이 비율은 더불어민주당 3차 선거인단 결과와 유사하다. 당시 이낙연 전 대표는 62.37%, 이재명 후보는 28.3%를 득표하며 1·2차 선거인단 결과와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국민들 입장에서도 대장동 의혹은 상식의 선을 넘었다고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규정하는 여권의 입장에 대해서는 “대장동 의혹은 진영, 정쟁의 문제가 아니다. 여권의 이런 프레임은 정치 피로감, 혐오만 가중한다. 우리의 삶이자 주거의 문제라는 의식에서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의혹으로 가장 큰 상실감을 느끼는 이들은 다름 아닌 대장동 주민들이라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원주민들은 헐값에 토지를 수용당했고 입주민들은 비싼 분양금을 내고 들어갔다. 근데 나중에 보니 그 돈들은 공공이 아닌 엉뚱한 곳에 쓰임과 동시에 이 후보의 치적에만 활용되고 있다. 우리 위에 나는 사람이 있고 ‘그들만의 리그’가 따로 있구나라는 박탈감이 지역구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선 이들 주민들의 목소리부터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 국민의힘 측은 김 의원이 공개한 황무성 전 사장 녹취록 등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를 허위위증, 직권남용, 허위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김 의원은 “이 후보가 훑고 지나간 곳은 모두 잡음과 의혹들로 점철돼 있다. 지금 드러난 곳만 성남 백현동과 위례신도시, 경기 평택 등 적지 않다. 대장동은 시작일 뿐이다. 성남을 비롯한 경기도 전역에서 이뤄진 개발사업 적절성 등을 지속해서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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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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