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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4호] 2021.11.22

서울·경기 표심 디커플링에 숨은 함수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ylhong@chosun.com 2021-11-19 오후 3:56:36

photo 뉴시스
전국 유권자의 절반이 모여 있는 수도권은 대선 승부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19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7차례 대선에서 인천·경기 지역의 승자가 모두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 서울에선 득표 1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못한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 선두 경쟁이 치열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민주당 계열 정당의 대선후보가 최종 승자였던 세 번의 대선은 모두 수도권의 우세가 승리의 발판이었다. 대선 승리에 수도권 민심의 지원이 필수적이란 의미다.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최근 실시된 각 여론조사에선 서울과 인천·경기의 민심이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진보진영 후보가 강했던 서울은 이번엔 보수진영의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비교적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인천·경기에선 두 후보가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고 있어서 서울과 온도 차가 있다. 수도권에서 서울과 나머지 지역의 ‘표심(票心) 디커플링(decoupling)’, 즉 탈동조화 현상이 보이는 게 20대 대선 초반 판세의 특징이다.
   
   

   표심 디커플링 가져온 서울의 보수화
   
   MBC·코리아리서치의 지난 11월 5~7일 조사에서 서울은 윤 후보(44.9%)가 이 후보(25.7%)를 19.2%포인트란 큰 차이로 앞섰다. 같은 날 실시한 KBS·한국리서치 조사도 서울에서 윤 후보(38.9%)와 이 후보(25.3%) 차이가 13.6%였다. SBS·넥스트리서치 조사(11월 6~7일) 역시 서울에서 윤 후보(37.6%)가 이 후보(23.3%)를 14.3%포인트 차로 앞섰다. 하지만 인천·경기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넥스트리서치 조사는 이 후보(34.1%)가 윤 후보(32.7%)를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섰고, 코리아리서치 조사는 윤 후보(36.6%)와 이 후보(35.9%)가 불과 0.7%포인트 차의 초접전이었다. 한국리서치 조사도 윤 후보 34.7%, 이 후보 32.4%로 지지율이 비슷했다.
   
   후보별 호감도 역시 서울과 인천·경기의 차이가 큰 편이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서울은 윤 후보 호감도(42.6%)와 이 후보 호감도(31.6%)의 차이가 컸다. 하지만 인천·경기에선 윤 후보(39.8%)와 이 후보(39.7%)의 호감도가 거의 같았다.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도 수도권의 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했다. 11월 둘째 주 조사에서 서울은 국민의힘(40%)이 민주당(33%)을 여유 있게 앞섰지만, 인천·경기는 국민의힘(33%)과 민주당(34%) 지지율 차이가 박빙이었다.
   
   서울과 인천·경기의 탈동조화 현상은 그동안 진보 성향이 강했던 서울에서 보수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의 영향이 크다. 서울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앞섰던 2007년 대선을 제외하고 나머지 6번의 대선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의 득표율이 모두 높았다. 1987년 대선의 경우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서울은 김대중 후보(32.6%)가 노 후보(29.9%)보다 득표율이 높았다. 1992년 대선도 서울은 전국적인 승자였던 김영삼 후보(36.4%)보다 김대중 후보(37.7%)가 우세했다. 2012년 대선도 대통령 당선자였던 박근혜 후보가 서울에선 48.2%로 문재인 후보(51.4%)에게 밀렸다. 1997년 대선의 김대중 후보와 2002년 대선의 노무현 후보는 서울의 우세가 전국적인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요즘엔 서울 민심이 달라졌다.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 서울의 윤 후보(44.9%)와 이 후보(25.7%)의 지지율 차이(19.2%포인트)는 전국적으로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가장 컸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정당 지지율에서도 서울의 보수화 경향이 확인된다. 11월 둘째 주 갤럽 조사에서 서울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34%로 전국 평균(37%)보다 낮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40%로 전국 평균(37%)보다 높았다. 정권교체론도 갤럽의 11월 첫째 주 조사에서 서울(61%)이 전국 평균(57%)보다 높았다.
   
   

   야당 험지서 강세 지역으로
   
   서울이 ‘야당의 험지’에서 ‘강세 지역’으로 바뀐 것은 불과 얼마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갤럽이 측정한 정당 지지율의 월별 통합 자료 추세를 보면 현 정부 들어 서울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지지율이 낮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 연초였던 지난 1월에도 민주당(35%) 지지율이 국민의힘(23%)을 크게 앞섰다. 서울의 민심 변화가 처음 뚜렷해진 것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의혹 사태가 불거진 3월이었다. 당시 민주당(30%)과 국민의힘(29%)은 지지율이 1%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4·7 재보선 전후로도 서울에서 민주당과 지지율 경쟁이 치열했던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른 9월부터 선두에 나서기 시작해서 10월엔 5%포인트 차로 민주당을 따돌렸다. 인천·경기 지역도 1월에는 민주당(36%)이 국민의힘(18%)을 큰 차이로 앞섰지만 10월엔 33% 대 31%로 좁혀졌다. 다만 아직까지는 서울과 다르게 민주당이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국민의힘과 경합 중이다.
   
   서울과 인천·경기의 민심 차이와 관련해선 유권자의 이념 성향 차이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입소스·한국경제신문 조사(11월 6~7일)에 따르면 서울은 보수층(33.8%)이 진보층(28.2%)보다 많았지만, 인천·경기는 보수층(29.9%)과 진보층(28.9%) 비율이 비슷했다. 연령별 인구 구성의 변화로 서울에서 여당 지지 기반이 취약해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은 최근 들어 여당 지지가 강한 40대 인구가 줄어든 반면 부동산 등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에 불만이 큰 20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 지난 4월 6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유세에서 몰려든 시민들. photo 뉴시스

   서울의 20대 인구 증가도 영향 끼쳐
   
   조일상 메트릭스 대표는 “내년 대선 결과를 좌우할 최대 정책 변수는 부동산 문제가 될 것”이라며 “서울의 민심 변화는 수년에 걸친 부동산 정책 실패의 여파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천·경기 지역도 이재명 후보의 경기지사 경력에 따른 영향으로 아직 여당 지지세가 남아 있지만 부동산 폭등과 대장동 의혹으로 예전보다 여당 지지가 약해지는 추세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 후보가 경기지사로서 행정력과 경제정책 수행능력을 인정받으며 지역 민심에서 앞서갔지만 최근에는 대장동 의혹을 명확하게 풀지 못하는 등 실점(失點)이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입소스 조사에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 중 다음 정부가 가장 먼저 바꿔야 할 정책’을 묻는 질문에 전국적으로 ‘부동산 정책’이 51.1%로 가장 많이 꼽혔다. 부동산 민심은 수도권에서 더 나빴다. 인천·경기에선 60.5%, 서울에선 56.7%가 ‘부동산 정책을 가장 먼저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다음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경제 정책’을 묻는 항목에서도 서울은 ‘집값 안정’(42.1%)이 ‘물가 안정’(22.8%)보다 훨씬 높았고, 인천·경기도 ‘집값 안정’(37.9%)이 ‘물가 안정’(23.0%)보다 시급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갤럽 조사에선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못한다’는 평가가 서울에서 83%에 달했고 인천·경기에서도 77%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한편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는 ‘주거안정 및 부동산 문제’를 잘 해결할 후보를 묻는 질문에 윤석열 후보가 31.3%, 이재명 후보는 30.6%였다. 지난 5월 엠브레인 조사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주거안정에 성과를 낼 후보’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항목에서 이 후보(54.5점)가 윤 후보(39.4%)를 크게 앞섰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런 수도권 표심에 직면해 민주당은 부동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도 최근 부동산 문제에 대해 “정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줬다”며 거듭 사과했다. 그동안 대선에서 계속 우위를 점했던 서울은 물론 이 후보의 ‘안방’이던 경기 지역을 야당에 내준다면 대선 판세가 확연하게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부동산 문제에 가장 민감한 지역인 수도권은 LH 사태에 이어 대장동 의혹으로 민심 이반이 더 심해졌다”며 “여야가 경합 중인 인천·경기 지역도 야당이 강세인 서울과 동조화 현상이 나타난다면 대선 승부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수도권은 부동산과 세금 등 공약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살펴보고 지지 후보를 정하는 중도층 유권자가 많은 곳”이라며 “표심의 방향이 확실하지 않은 부동층이 많아서 앞으로도 판세가 급격히 출렁일 수 있다”고 했다.
   
   ※ 여론조사의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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