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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5호]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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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李도 尹도 선대위 리스크… 與는 7인회 전면등장?

이성진  기자 reveal@chosun.com 2021-11-26 오후 12:01:17

‘제로섬(Zero-sum)’, 대선을 앞둔 지금의 여야 대결 구도를 나타낼 수 있는 단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10~11월 컨벤션효과와 함께 엎치락뒤치락 지지율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30~40%대 박스권은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당의 고정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 표심을 잡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한 진영의 ‘실수’나 ‘흠’은 상대 진영의 반사이익으로 돌아오는 분위기다. 지난 10월 주간조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당과 야당 지지층 비중은 각각 30%, 33%인 데 비해 아직 표심이 유동적인 중도층은 37%나 됐다. 현재까지 이 중도층 확보의 전기를 마련한 곳은 전무하다. ‘비호감 대선전’이란 오명을 들으며 자당 후보 및 캠프 안팎의 실수, 리스크가 상대 후보 및 캠프에 어떤 실익이 될지 계산기만 두드리는 것이 현 대선판의 실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여야 후보 진영의 삐걱대는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구성은 대선판의 제로섬 게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2일 국민의힘보다 한발 먼저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는 1·2·3차 인선을 거쳐 ‘매머드’ ‘용광로’ ‘드림 원팀’ 등의 수식을 달았지만, 보름도 안 돼 전면 개편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11월 24일 주요 정무직 당직자들이 일괄 사퇴한 것도 이런 과정에서였다.
   
   외관상 민주당 선대위 문제로는 ‘비효율’ ‘비전문’ ‘비대함’ ‘모호함’ 등이 거론되지만 실제 당내 인사들이 지목하는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다름 아닌 ‘당 화합의 실패’다. 이재명 후보가 선대위 준비 당시부터 ‘원팀’을 강조하며 이낙연계, 정세균계 인사를 고루 배치하는 데 집중했지만 실질적으론 그 반대 양상이 만들어지며 잡음만 터져 나왔다는 이야기다.
   
   돌이켜보면 선대위 출범 후 공식 일정마다 이 후보를 수행하는 주변 인사는 경선 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일부 의원은 급기야 선대위에 반감을 간접적으로 표하기도 했는데 그 대표적 인사가 당 공동선대위원장이자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설훈 의원이다. 설 의원은 지난 11월 초 2주간 남미 출장을 떠나며 선대위 회의를 모두 빠지기도 했다. 그는 출장을 떠나기 전 이 후보가 있는 앞에서 “지금 나온 대통령 후보들을 보면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발언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선대위 실무진들 사이에선 회의 체계나 실행 단위 등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내부 논의가 어려웠다는 평이 많았는데, 여기엔 각 캠프 인사 간 정보 교류가 거의 잘 이뤄지지 않은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선대위 출범 후 이재명 후보가 “혼자 뛴다”는 이야기가 돌았던 건 이런 맥락에서였다.
   
   민주당 한 전직 캠프 관계자는 “매머드급이라 해서 모든 의원을 다 들여놓았지만 사실 허울뿐이고 각자가 여기에 얼마만큼의 진정성을 갖고 있을지는 들여다볼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선거라는 것이 내 뱃속에서 태어난 자식들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같은 지금의 세상사 아니겠나”라며 “물리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여러 인사들이 화합하기까지는 시간이 또 필요하겠다”라고 밝혔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1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민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 발언을 듣고 있다. photo 뉴시스

   “후보 개인 문제를 조직 문제로 치환”
   
   이런 분위기는 경선 후 갈라지는 당원들을 그대로 두면서 당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은 지난 10월 14일 당 경선 투표 결과를 두고 법원에 ‘대통령 후보 선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사퇴 후보자인 정세균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 득표를 누적 투표수에서 제외한 것에 이의를 제기한 것인데, 이를 유효표로 처리할 경우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49.33%로 조정돼 결선투표 대상이 된다는 주장을 내놨다. 법원은 10월 29일 이를 기각했고 이 전 대표 지지자 188명은 이에 불복해 선대위 출범 이틀 후인 11월 4일 항고했다. 지지자들은 가처분 신청서와 항고 이유서에 당규와 관련 법령 규정, 선거권, 실례 등을 근거로 들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소송으로 실제 후보가 뒤바뀔 것을 기대한다기보다 적어도 당시 당 지도부가 행한 일방적 의사결정에 엄중한 경고성 메시지를 남기려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본다”며 “겉으로 표하긴 어렵지만 이에 공감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당원들은 이 소송을 두고 법원 판결이나 법리 내용보다는 1심 부장판사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 간 관계 등 그 이외의 것들에 더 집중하기도 했다. 이는 결국 이재명 후보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이재명계 의원들이 내부적으로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 대응을 두고 소신 발언을 내놓으면서 선대위 분위기는 더 뒤숭숭해졌다는 시선이 많다. 이 후보는 지난 9월부터 불거진 대장동 의혹에 대해 반박과 해명으로 일관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이것이 오히려 강성 이미지만을 부각시키며 지지율 저하를 가져온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결국 11월 20일부터 자신의 페이스북과 선대위 회의,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반성’ ‘사과’ 등을 여러 번 언급하며 과거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기에 이르렀지만, 이런 행보가 나타나기까지 당 내부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민주당 한 전직 캠프 관계자는 “당내 다수 인사들이 이 후보 자체에 대한 ‘불안감’, 이대로 가다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가면 어떻게 하지라는 ‘우려’를 동시에 했을 것”이라며 “결국 ‘양심’과 ‘당심’ 사이에서 고민한 것인데 이것이 선대위 체제를 흔들었다고도 본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1월 9일 선대위 3차 인선이 이뤄지고 일주일이 조금 지났을 당시 당내에선 후보 직속 의사결정기구인 ‘별동대’ 출범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는데, 이는 이재명 후보가 이런 상황에서자기 조직을 구성하려 한 시도로도 읽히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민주당의 선대위 문제는 후보 자신의 문제를 조직의 문제로 치환하면서 더 커졌다고 본다”며 “이 후보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민심에 영향을 미치면서 선대위가 방향성을 잃은 측면도 크다”라고 분석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 24일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사죄의 절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양심’과 ‘당심’ 사이에서 터진 위기
   
   이에 따라 재출범할 민주당 선대위는 간소화한 규모에 이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이 주축이 될 거란 관측이 많다. 일례로 거론되는 것이 오랜 기간 이 후보를 지원해온 7인회 및 경기·성남 출신 인사들이다. 7인회는 민주당의 정성호·김영진·김병욱·문진석·임종성·이규민·김남국 의원 등을 지칭하는데, 올 초 호남에서 가장 먼저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민형배 의원까지 포함해 ‘7+1인회’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여기서 김영진 의원은 지난 11월 25일 당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상황이다. 경기·성남 출신 인사로는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 김남준 전 경기도 언론비서관, 김현지 전 도지사 비서실 비서관,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 이화영 킨텍스 대표, 이재강 전 경기도평화부시장 등이 있다. 특히 정진상 전 정책실장은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부터 모든 결재 라인을 책임진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큰 틀은 바뀌지 않고 사람이 좀 상징적으로 바뀌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성남시 한 관계자는 “대장동 의혹 때마다 거론되는 정진상 전 정책실장이나 김용 전 대변인이 부담이 될 경우 이들을 비선으로 밀어넣고 현역의원들을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도청 일각에선 이 후보의 역점정책인 기본소득 정책을 지원하는 민간조직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가 선거 지원에 나설 거란 이야기도 돌고 있다.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는 17개 시도에 지역본부를 두고 있다.
   
   다만 당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거론되던 이해찬 전 대표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등판은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중론이다. 양 전 원장의 경우 지난 11월 17일 국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민주당 선대위는 희한한 구조” “절박함이 안 보인다” “권한과 책임이 모호”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가 없다” 등의 쓴소리를 쏟아내며 다시 존재감을 보였다. 하지만 당내에선 그가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추천한 장본인이란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보고 있다. 양 전 원장 영입이 자칫 강성 지지층 이탈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보는 셈이다. 이해찬 전 대표는 여전히 이 후보와 친문 간 가교 역할을 자처하지만 그의 등판이 이 후보 최대 강점인 ‘결단력’ ‘추진력’ 등을 희석시킬 우려도 있다.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이재명 후보의 입지를 좁힐 거란 이유에서다.
   
   
   2007년 ‘정동영 캠프’ 닮은 ‘이재명 캠프’
   
   관건은 이렇게 꾸려진 선대위가 제대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금의 이재명 캠프를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캠프와 견주기도 한다. 정동영 캠프는 이재명 후보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비노·비문 인사였다. 이 지사가 정치에 입문한 건 변호사 시절 정동영 캠프에 몸담으면서였다. 당시 정동영 후보의 선거 패배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 실정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그때 선거를 기억하는 정치권 인사들은 캠프 인사 구성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정동영계의 좌장으로 정 후보 캠프를 이끌었던 한 인사는 “경선 후 정 후보 측과 친노와의 갈등이 표면화됐고 내부에선 ‘우리만 혼자 뛰는 거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며 “결국 친노 등 당 인사들과의 화합 실패가 선거 패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당시 정동영 캠프는 청와대에까지 대립각을 세우며 결국 나 홀로 싸움을 이어갔다. 지금의 이재명 캠프는 그때보단 상황이 낫지만, 선대위가 ‘비대하다’는 이유로 자기 사람들로만 구성할 경우 이를 재연할 가능성이 없다고는 보기 힘들다.
   
   또 이런 인사 중용이 과연 중도층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의 선대위엔 후보 개인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거나 외연 확장의 상징성을 지닌 인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국민의힘과 비교했을 때 민주당이 외부 인사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도 아니다. 최근 당 내부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연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당은 지난 11월 21일 이 후보에게 선대위 구성의 전권을 위임했다. 이 후보가 이를 독단적으로 행사할 경우 민주당은 또 다른 ‘실(失)’을 야기하고 국민의힘 측에 ‘득(得)’을 안길 여지가 크다. 대선 제로섬 게임은 당분간 유효할 것이란 게 정치권 안팎의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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