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1월 10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위해 이동하던 중 떨어지는 빗물을 손으로 닦고 있다. ⓒphoto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1월 10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위해 이동하던 중 떨어지는 빗물을 손으로 닦고 있다. ⓒphoto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호남에서 20% 이상의 득표를 얻을 수 있을까. 최근 국민의힘 안팎에선 윤 후보가 1987년 직선제 대선 이후 ‘보수정당 최다 호남 득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지금까지 호남권(광주+전라)에서 보수정당 후보의 최다 득표 기록은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얻은 10.5%였다. 국민의힘에선 “지금대로라면 윤 후보가 호남에서 20% 이상 표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도 이런 기대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2월 3~4일 전국 성인 남녀 1007명을 상대로 조사한 주요 대선후보 다자 가상 대결에 따르면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2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8.2%였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호남권에서 윤 후보는 10~20%, 이 후보는 50% 후반대에서 60% 초반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윤 후보가 호남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의 이재명 거리두기로 인한 반사이익 △‘이준석 효과’로 불리는 호남 2030세대의 야당 지지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인한 정권교체 여론 등이다.

반면 민주당 선대위 측에서는 호남에서 이 후보에게 지지세가 몰리지 않는 것을 두고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도 호남의 ‘반문 정서’로 인해 애를 먹어야 했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 대통령은 “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부산 시민들이 왜 (현 정부를) 부산 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가 논란을 일으켰다. 이 ‘부산 정권’ 발언은 2016년 총선 전 다시 회자되면서 호남의 반문 정서를 한층 더 부추겼다.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호남의 압도적 지지가 필수라는 것을 민주당 측도 잘 알고 있다. 다만 호남 유권자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호남 출신 민주당 대선후보는 대체 언제 나오느냐”는 불만과 함께 이 후보에 대한 불신과 비호감도가 과거 민주당 대선후보들에 비해 높다는 건 넘어야 할 산이다. 여기에 이낙연 캠프에 합류했던 광주·전남 지역 기반 인사들이 발 벗고 뛰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 후보의 위기의식을 돋우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5일 전북 정읍시 샘고을시장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5일 전북 정읍시 샘고을시장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 후보, 전북만 따로 떼서 일정 잡아

지난 12월 3일부터 이재명 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버스) 일정으로 2박3일간 전북을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북 지역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존에 민주당 대선후보들은 ‘광주에 가기 전 들렀다 가는’ 정도의 일정만 전북에서 소화해 지역 내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러한 민심을 반영해 이번에는 2박3일간 전북에만 머무는 일정을 준비했고 가능한 한 많은 지역을 다니기 위해 애썼다. 민주당 선대위 매타버스 실무추진단장인 천준호 의원이 “과거와는 달리 역대 대선후보 최초로 호남에서 전북을 독립 일정으로 분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 후보의 호남 구애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지만 전반적으로는 ‘뜨뜻미지근’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북 지역의 민주당 관계자는 “전북과 광주·전남에서 약간의 온도 차이가 느껴지는데, 이는 전북 출신인 정세균 전 총리는 나름 적극적으로 돕는 반면 전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이낙연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도 ‘이재명 측이 우리를 위해 공간을 마련해주지 않는데 어떻게 열심히 뛸 수 있겠냐’며 애로사항을 전달한다”며 “이낙연 캠프의 상층부 인사들이 이재명 후보 측과 화합적으로 결합이 덜 된 까닭”이라고 했다.

지난 11월 29일 이재명 후보가 전남 영광에 방문해 이낙연 전 의원에 대해 “영광이 낳은 대한민국 정치 거물”이라며 “영광굴비를 구워 맛있게 먹으며 영광군이 낳은 이 전 대표님을 생각하겠다”고 치켜세운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이날 일정에 동행하지 않았다.

이 후보 측에선 청와대 안팎의 인사들이 이 전 대표와의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친문 핵심 인사들이 “이재명을 확실히 도와주자”고 나서면 이 전 대표 측도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희망이다. 대선까지 아직 90여일이 남았기 때문에 역전의 기회를 만들기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정권교체 여론이 높아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에게 지지율이 뒤처지는 것으로 나오지만, 경제나 복지 정책 등 디테일로 들어가면 이 후보에 대한 긍정평가가 높다”면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후보의 실제 능력을 평가하는 여론이 커지면 호남에서도 압도적인 지지율이 모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남 출신 이용호 의원 영입 파장

윤석열 후보 측도 호남 공략에 애를 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용호 의원(재선·전북 남원임실순창)이 지난 12월 7일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한 것이 호남 민심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지역구인 전북을 비롯해 민주당 지지층에서 “배신자”라는 비난이 나왔지만, 한편에서는 “민주당은 왜 진작 이 의원을 안 받아줬나”라는 성토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전북 지역의 한 민주당 인사는 “이 후보는 10월부터 ‘대통합’을 이야기하며 탈당했던 인사들이 차별 없이 복당할 수 있게끔 촉구했는데, 당에서는 무슨 자신감으로 감싸지 않았느냐는 목소리도 많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역대 최다 득표를 기대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로는 이준석 대표가 공들여온 서진(西進) 행보와 이로 인한 여론의 변화도 꼽힌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지역에서 20대들을 만나보면 여론이 ‘반반’은 된다”며 “이준석 대표가 그간 꾸준히 보여온 서진 행보가 국민의힘을 ‘상관없는 당’에서 ‘상관 있는 당’으로 변화시켰다”고 전했다. 천 위원장은 “지역민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분명 높긴 하지만 거기에 대해 반박해도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라며 “이 후보에 대한 호남 지역 지지가 압도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호남 지역 국민의힘 관계자는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지지받을 수 없었던 이유는 ‘전두환당’이라는 이미지 때문이었는데 지금 이준석 대표를 보며 전두환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나. 이런 변화가 큰 효과를 줬다”고 말했다.

윤 후보도 지난 12월 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사무실에서 재경광주전남향우회와 정책 간담회를 갖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절대로 호남 홀대론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제게 호남은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윤 후보는 “5·18은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피로 지킨 항거다. 호남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엄청난 공로를 했다”며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애쓰는 행보를 보였다.

곽승한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