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과거 불미스러운 논란을 일으키며 탈당했던 인물들을 슬그머니 선대위에 참여시키려다가 무산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는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에 취해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여론 무서운 줄 모른다”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2월 13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비공개 회의에서 전봉민 의원의 부산 수영구 조직위원장 임명을 보류했다. 전 의원은 동생들과 만든 회사에 부친이 소유한 회사가 일감을 몰아주면서 재산을 약 130배 불렸고, 이는 사실상 편법증여라는 의혹을 산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전 의원의 아버지가 해당 의혹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3000만원 갖고 올게. 내하고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간다”며 입막음을 시도하는 장면이 방송을 타기도 했다. 전 의원은 이로 인해 탈당했다가 지난 12월 2일 국민의힘에 복당했는데, 선대위 조직총괄본부 내 부산지역본부장에 임명되면서 복당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뒤늦게 “공정거래위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전 의원의 수영구 조직위원장 임명을 보류했다. 같은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데 복당한 사람이 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무소속인 박덕흠 의원 역시 국민의힘 충북선대위 공동총괄선대위원장에 선임됐다가 약 40분 뒤에 이름이 빠진 보도자료가 다시 배포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가족 명의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한 의혹에 휩싸여 지난해 9월 탈당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선후보의 최측근 중 한 명인 5선 정진석 국회부의장의 사돈이다.

이처럼 논란을 일으킨 전 의원과 박 의원의 선대위 합류 시도를 두고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논란이 있어 탈당했던 인물들을 선대위에 슬그머니 끼워넣는 모양새가 유권자들에게 결코 좋게 비칠 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계파가 다른 사람들끼리 다 함께 가자는 게 원팀이지 무슨 비리 혐의 있는 사람들까지 안고 가자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전 의원, 박 의원과 친한 당내 일부 중진들이 이들의 선대위 합류를 시도하려다가 좌절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두 의원의 복당 또는 선대위 합류 시도를 두고 “당내 중진들의 입김이 작용한 걸로 안다”며 “수도권 의원들은 그래도 최소한의 정무감각이 살아있는데 지방은 그렇지가 않다. 아직까지도 지역 이권 등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선대위 다른 관계자는 “윤 후보의 높은 지지율에 취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인선을 두고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면서 일각에서는 “축배를 너무 일찍 들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를 앞서는 추세가 계속되자 선대위 일부 인사들이 이미 선거에 이긴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일침이다. 당내 최대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밤마다 매일 축배 드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일련의 시도를 두고 “(당내 중진들이) 여론 무서운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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