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경제 비전선포식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경제 비전선포식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작년 11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KBS ‘더 라이브’ 인터뷰에서 “BBK로 아무리 이명박 때 공격했지만 우리가 엄청난 표로 졌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에게 제기된 대장동 의혹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교한 발언이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BBK 의혹에 시달렸다. 당시 송 대표이 발언은 대장동 의혹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이 후보와 MB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로 해석돼 화제가 되었다.

예컨대 해당 발언이 보도되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재명박, 이재명은 청계천 없는 이명박”이라며 “근데 청계천 대신 대장동 들고는 대통령 되기 좀 힘들지 않을까요?”고 적었다. ‘이재명박(이재명+이명박)’이라는 신조어로 이재명 후보를 MB에 빗댄 것이다. 2017년 대통령 탄핵 시기에 진보 진영은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라는 용어로 박 전 대통령을 이 전 대통령과 묶어서 비판하기도 했었다. 박근혜 정권이 이명박 정권과 다를 것이 없다며 싸잡아 공격한 것이다.

작년까지는 대장동 의혹과 BBK 사례를 묶어 이 후보가 이 전 대통령을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 최근에는 정책도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이른바 ‘5·5·5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코스피지수 5000, 국민소득 5만 달러, 종합국력 세계 5위’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의 비전을 구체적 수치로 제시한 것으로, 이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공약’을 떠올리게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 전 대통령은 ‘연평균 7% 성장·국민소득 4만 달러·세계 7대 강국’을 공약했었다.

최근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보면 과연 진보 진영 후보의 공약인가 의아함을 갖게 만드는 내용이 많다. 전통적으로 진보 정권은 국가 주도의 국토개발을 ‘토건 세력’만 이익을 본다며 비판해왔다. 하지만 이 후보는 11일 ‘이재명 신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지금이 대전환의 골든타임”이라며 ‘4대 대전환 및 2대 개혁’을 제기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 고속도로’, 김대중 대통령의 ‘인터넷 고속도로’에 이어 바람과 햇볕이 달리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며 과거 산업화에 비판적이었던 진보 진영의 시각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지역의 대규모 토목사업도 약속했는데, 과거 이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속철도 중심 국가 교통체계 재편, 광주~대구 달빛내륙철도 조기 추진, 수도권과 부산 등 대도시 도심 철도 구간 지하화, 주요 고속도로 지하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해당 사업들은 지역의 숙원 사업들이지만, 엄청난 재정 투입과 경제성 논란 등으로 쉽게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 선거 때마다 언급돼 지역에서는 ‘희망고문’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사업들이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통령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의 7·4·7 공약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소리였다. 거기에 비교는 안 해주면 좋겠다”며 불쾌해하고 있다. 향후 구체적 사업 시행 방안을 제시해야 ‘이 전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전망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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