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송영길 상임선대위원장과 입장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송영길 상임선대위원장과 입장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1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MBC 뉴스외전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을 받던 사람”이라고 한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방송에서 송 대표는 “(이 후보가)거의 기소돼서 (정치적으로) 죽을 뻔했다”고도 했다. 해당 발언은 이 후보가 ‘친형 강제입원’ 의혹 등으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경기지사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7월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사안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의 상황은 과거 친박, 친이로 갈라졌던 새누리당 상황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박근혜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여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승리했고, 이후 당내에 친이 친박의 계보가 만들어졌다. 반면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친이계와의 갈등 덕분이라는 분석도 많다. 같은 당에 있으면서도 ‘여당 내 야당’으로 각인되면서 박 대통령 당선을 마치 정권교체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얘기다.

송 대표가 이 후보를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 받은 사람”이라고 한 것 역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은 정치세력의 교체와 같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 여론보다 높게 나오는 상황에서 전임 정권과 뭔가 다르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필요에서 ‘이재명 탄압설’을 제기했다고 해석된다.

하지만 아직 민주당은 친문 중심이고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낸 이재명 후보는 여의도 정치판에 기반이 약하다. 더욱이 정치적 변방 출신인 이 후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선을 치르면서 친문 지지층과 불화도 겪어왔다. 국회의석 180석이 굳건한 민주당 안에서 함부로 문재인 정권을 비판할 수 없는 처지다.

실제 송 대표 발언 이후 문재인 정부에 참여했던 민주당 친문계 의원들의 잇단 반발이 나오고 있다. 12일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냈던 윤영찬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실과도 전혀 부합하지 않고 민주당 승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김종민 의원도 SNS에 “이런 왜곡이 어디 있나. 민주당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총리를 지냈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역시 “요즘 민주당에서 선거기간이라 그렇겠지만 문재인 정부의 성취까지도 사실과 다르게 평가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상황이 이러니 이 후보는 송 대표 발언에 대해 “무슨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하신 말씀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적절히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 역시 자신만의 브랜드 강화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한계에 부딪히면 언제든지 현 정부를 비판하며 차별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도왔던 한 정치인은 “당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생각이 맞는 사람끼리 나누어져서 경쟁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며 (과거 새누리당의 경우도)친박, 친이로 나눠져 자리 싸움을 해서 그렇지 처음에는 보수 정체성을 놓고 경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 역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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