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공동취재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공동취재단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무고죄 처벌 강화, 게임 관련 정책 등의 공약을 내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1월 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극적인 봉합을 이뤄낸 뒤부터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공약들이 ‘이준석 작품’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평소 ‘2030+6070’이라는 세대포위론(세대결합론)을 선거 공략법으로 제시해 온 이 대표가 청년들의 표심을 장악하기 위한 정책을 본격적으로 제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세대포위론은 선거 공학적으로 보면 타당한 면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이 대표의 공략이 2030의 절반에 해당하는 남성, 즉 ‘이대남’에게만 집중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2030남성 유권자 수는 전체의 약 15%를 웃도는 비중이다. 15%의 이대남 표심만 의식해 ‘이대녀’를 비롯한 다른 성향의 유권자들은 간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대남만 데리고 선거 치를 거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가부 폐지, 여성층 반응 나쁘지 않다”

이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이 대표는 “한쪽 성별에 편향된 정책을 내놓는다”는 지적에 애초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가부 폐지나 병사 월급 200만원 같은 공약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12일 주간조선과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도 여성층에서 반응이 결코 나쁘지 않다”면서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운영되면서 책임부처로서의 수명이 다했다는 지적도 있고, 여가부가 없어진다고 해서 여성들이 갑자기 불편을 느끼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에 대해서도 “국가에 헌신한 사람에 대한 보상의 이야기이지, 남성 군인만 특별해서 해주겠다는 게 아니다”라면서 “이런 게 성별 공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펼친 갈라치기 정책을 가운데로 되돌려 놓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젠더 갈라치기’가 아니라고 했지만, 2030여성들도 이런 이 대표의 주장에 동의할까. 적어도 최근 윤 후보가 발표한 공약 중 이대녀를 타기팅했다고 볼 수 있는 건 없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이 대표는 윤 후보가 기존의 정치권 문법에 휘둘리지 않고 사회 개혁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심어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 불문율처럼 여겨온 ‘성역’들에 대해서도 과감한 개혁을 외친다면 여기에 동의하는 여론이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대남·이대녀를 위한 공략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남성들 위주로 형성된 여론도 여성들에게 공감을 얻기에 무리가 없다는 분석도 깔려 있다. 이른바 ‘동조 효과’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가 여학생들의 투표로 해체된 사례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여학생들이 굳이 따로 두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총여학생회라는 조직에 학생회비가 들어간다는 것에 강한 비토를 한 것”이라면서 “여가부도 조직으로서의 목표가 상실됐다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여성들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표의 선거 전략이 성별 간 대립 구도에 올라탄 ‘혐오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가시질 않고 있다. 국민적 통합을 강조해야 할 대통령 후보와 정당이 여가부 폐지 같은 휘발성 강한 이슈를 들고나오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 후보가 최근 페미니즘 성향의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출연한다는 소식만으로도 논란이 됐던 것이 한 사례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왜 청년들이 남녀 편을 갈라 다투게 됐을까. 이게 왜 정치에서 선거 전략으로 사용될 만큼 격화됐을까”라며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건 가슴 아프다”고 했다. 당시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이 후보의 출연을 반대하는 게시글이 쇄도했다.

이준석 대표가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은 민주당의 이러한 딜레마와 무관치 않다. 그간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친여성’ ‘페미니즘 친화’ 정당 이미지를 선점해왔다. 하지만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을 비롯해 당내 인사들의 잇따른 성추문 사건이 발생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이 사건의 피해 여성을 향해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과거처럼 페미니스트 정당을 자부할 수도, 그렇다고 반(反)페미니즘의 노선을 걸을 수도 없는 난처한 처지가 된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 때문에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여성의 15%가 페미니즘을 표방한 ‘기타 후보’에 투표한 것(방송 3사 출구조사)이라고 이 대표는 보고 있다.

당시 출구조사에 따르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20대 여성에게 각각 40.9%, 44.0%를 득표했다. 4:4로 동률에 가깝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 비하면 민주당의 젠더 논란은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이번 대선에서 당시보다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보궐보다 여성 득표 나을 것”

이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아무리 여성 친화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그분의 삶이 그것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면서 “예전에도 민주당 출신 광역단체장들이 평소 입으로는 계속 페미니즘을 이야기했지만 실천이 거기에 미치지 못했던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만약 자신감이 있었다면 지금 완전 세게 이야기하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자신감이 없다 보니 우리와 대비되는 모양새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20대 여성층 지지율에서 다른 후보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월 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3042명을 조사해 1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만 18세~20대, 30대 여성층에서 이 후보는 29.2%, 33.1%의 지지율을 얻었다. 윤 후보는 각각 27.1%, 26.8%,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1.1%, 15.0%,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9.7%, 6.0%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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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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