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하대곡 ⓒphoto 남경무역
양하대곡 ⓒphoto 남경무역

주류업계 최대 대목인 연말연시에 ‘양하대곡(洋河大曲·양허다취)’이란 신흥 백주(白酒)가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운 ‘양하대곡’은 국내 백주시장을 장악한 ‘연태고양(烟台古酿·옌타이구냥)’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스코틀랜드 위스키, 프랑스 코냑과 함께 세계 3대 술로 평가받는 중국 백주는 국내에서는 중급 백주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사실 중국의 ‘국주(國酒)’로 인정받는 모태주(茅台酒·마오타이주)나 오량액(五粮液·우량예), 조니워커 위스키를 생산하는 디아지오가 인수한 뒤 급성장한 수정방(水井坊)과 같은 고급 백주는 시중가만 40만~50만원을 호가해 선뜻 입에 대기가 힘들었다. 국내 중화요릿집에서는 백주치고는 비교적 낮은 34도에 병당 5만원(500mL 기준) 내외의 가격을 앞세운 ‘연태고양’이 시장의 50% 이상을 석권해왔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태고량(高粱) 등 소위 연태 시리즈를 다 합치면 70%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수억 명의 애주가가 있는 중국은 대개 ‘4대 명주’ ‘8대 명주’ 최근에는 ‘10대 명주’로 백주를 분류한다. 사실 한국 시장을 석권한 소위 ‘연태’는 이 중 어디에도 끼지 못했다. ‘양하대곡’의 경우 ‘10대 명주’에 드는 백주임에도 불구하고 시중가 6만원(500mL)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유통 중인 양하대곡은 38도로 한국 주당들의 입맛에도 잘 달라붙는다. 양하대곡을 국내에 유통 중인 남경무역 유호성 대표는 “한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38도 위주로 유통 중”이라며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했는데 매 분기 판매신장률이 15%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했다. 서울 강남의 한 중화요릿집 관계자는 “술꾼들 사이에서는 벌써 ‘양화대교’란 애칭으로 통한다”고 했다.

청(淸)나라 건륭제가 즐겨 마시던 술이란 유래도 주당들 사이에서 먹혀들고 있다. 양하대곡은 중국 장쑤성 양허(洋河)진에서 생산돼 ‘양하대곡’이란 이름이 붙었다. 대곡(大曲)이란 말은 백주를 빚을 때 쓰는 누룩을 뜻한다. 오늘날 중국 영토의 틀을 만든 건륭제는 60년간 집권하며 지금의 장쑤성과 저장성 일대를 여섯 차례나 순행했다. 수양제의 대운하를 통해 남순을 하면서 호화로운 만찬을 즐겼는데, 2차 남순 때 양허에서 ‘양하대곡’을 맛보고 향기와 맛에 취해 일주일간 통음했다고 한다. 이에 “향을 맡으면 말에서 내리고, 맛을 알면 수레를 멈춘다(聞香下馬,知味停車)”란 얘기가 애주가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양하대곡 특유의 코발트빛 병 역시 많은 애호가를 만들어낸다. 백주의 경우 대개 투명한 색을 강조하는 투명 유리병을 쓰기 마련이다. 오량액, 수정방 등이 대표적이다. 아니면 모태주처럼 아예 불투명한 도자기병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전략을 사용한다. 하지만 양하대곡은 백주에서 좀처럼 쓰지 않는 청량감이 감도는 병을 사용해 신비감을 자아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양하대곡과 같은 계열로 40도를 웃도는 고급 백주인 해지람(海之藍), 천지람(天之藍), 몽지람(夢之藍)을 국내 판매 중인데 이 중 가장 비싼 몽지람은 지난해 항저우 G20 정상회의 때 건배주로 채택돼 ‘신(新)국주’로 등극했다. 한국 시장을 겨냥한 백주 경쟁에 불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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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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