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스테이 역삼(왼쪽).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라스테이 역삼(왼쪽).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옛 KT신사지사(옛 신사전화국) 자리에서는 호텔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옛 전화국 건물을 헐어내고 17층 높이의 호텔과 상업시설을 신축하는 공사다. 오는 8월 완공 예정으로 미국계 글로벌 호텔체인인 하얏트의 안다즈(Andaz) 브랜드가 들어온다. 고급 부티크호텔인 안다즈는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브랜드로, 아시아에서는 상하이, 도쿄, 싱가포르에 이어 네 번째다. 과거 압구정 일대는 높은 소비수준에 비해 5성급 호텔이 전무했다. 오는 8월 이 호텔이 완공되면 성형외과들이 즐비해 의료관광 메카로 불리는 압구정 일대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 옛 KT송파지사(옛 송파전화국) 자리에도 호텔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역시 전화국을 헐어내고 각각 35층과 37층 높이 건물을 세우는 공사다. 이곳에는 오는 2021년까지 프랑스의 글로벌 호텔체인인 아코르 계열의 고급 호텔 소피텔(Sofitel)이 입점할 예정이다. 서울 중구 장충동의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이 2009년 소피텔 브랜드를 떼어낸 뒤 다시 도입되는 것이다. 롯데월드와 석촌호수를 끼고 있는 잠실 일대는 늘 국내외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으로 롯데호텔 월드, 시그니엘 서울 등 롯데 계열 호텔이 이 일대를 독점해왔다. 오는 2021년 소피텔이 잠실에 들어오면 롯데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포스트타워) 뒤편의 KT중앙지사(옛 명동전화국)도 한창 철거가 진행 중이다. 역시 전화국을 헐어내고 오는 2022년까지 호텔을 신축하는 공사다. 비록 대로변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명동의 초입에 들어서는 호텔이다. 바로 맞은편에 중국대사관이 있어 늘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자연히 이 자리에 들어올 호텔은 중국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메리어트 계열의 브랜드로 결정됐다. 호텔을 신축 중인 KT에스테이트의 한 관계자는 “메리어트 계열의 르메르디앙과 목시(Moxy) 두 개 브랜드가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중 ‘목시’는 메리어트가 2015년 론칭한 부티크호텔로, 일본에도 도쿄와 오사카에만 있다. 목시가 들어오면 역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호텔 브랜드가 된다.

안다즈, 목시 글로벌 호텔 국내 첫선

신축 중인 세 호텔의 특징은 모두 도심 노른자위 땅의 옛 전화국을 헐고 새로 짓는 호텔이란 점이다. 당연히 호텔의 주인도 옛 전화국의 주인인 국내 최대 통신기업 KT다. KT의 부동산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는 2014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KT강남지사(영동지사) 별관 자리에 306개 객실을 갖춘 신라스테이 역삼을 선보인 데 이어 서울 시내 곳곳에 자사 호텔을 열고 있다. KT의 호텔업 진출 데뷔작으로 신라호텔에 위탁경영을 맡긴 신라스테이 역삼은 인근의 르네상스호텔이 철거 후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이 일대 호텔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7월에는 서울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맞은편에 있던 옛 KT을지지사(옛 을지전화국) 역시 호텔로 재탄생했다. 호텔 331실, 레지던스 192실 등 총 523실을 갖춰 서울 사대문 안에서도 손꼽히는 대형호텔이다. 사대문 안에서 500개가 넘는 객실을 가진 5성급 호텔은 롯데호텔, 신라호텔 정도다. 역시 KT의 부동산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가 주인으로 프랑스 아코르 계열의 노보텔 브랜드를 붙이고, 호텔운영 전문기업인 앰배서더그룹에 위탁운영을 맡기고 있다. 옛 동대문고속버스터미널 자리에 들어선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호텔과 함께 동대문 일대 두 곳밖에 없는 5성급 호텔로, 이 일대 숙박시장의 대형화·고급화를 촉진하고 있다.

KT에스테이트는 이미 국내 호텔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상태다. 서울 도심 알짜배기 부지에 있는 노후 전화국은 언제든지 호텔로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KT에스테이트의 호텔업도 확장될 전망이다. KT에스테이트는 옛 전화국을 호텔로 재건축한 신라스테이 역삼과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 이어 특급호텔을 3개나 동시에 신축 중인데, 현재 서울 시내에 5곳이 넘는 호텔을 거느린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급속히 확장한 롯데시티호텔이나 신라스테이 같은 대기업 계열의 비즈니스호텔들 역시 마스터리스 방식으로 경영만 위탁한다뿐이지 대부분 실제 소유는 아니다. KT의 경우 비록 간판은 제각각이지만 자기 소유의 호텔만 5곳에 달한다. KT에스테이트 측이 밝힌 오는 2022년까지 확보할 객실수만 2000실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안다즈, 목시 같은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등 정체된 국내 호텔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모기업인 KT 역시 새로 문을 연 호텔을 자사의 통신기술을 홍보하는 장으로도 활용 중이다.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의 일부 객실에는 음성으로 객실 내 조명과 냉난방을 조절할 수 있는 음성인식 스피커 ‘KT 기가지니’가 도입됐다. 호텔 투숙객들을 위해서는 KT의 호텔 전용폰인 지니폰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객실 내 조명과 냉난방을 제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전화와 데이터 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호텔 전용폰이다. KT에스테이트 측은 “국내 최초 AI(인공지능) 호텔”이라고 소개했다.

유선전화 가입자가 급감하고 이동전화 가입자마저 포화된 상황에서 KT는 전화국 등 유휴부동산을 호텔 등으로 개발하는 부동산 개발사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구리선으로 전화선을 깔던 시절에는 약 2~3㎞마다 전화국이 필요했다. 그 결과 전국의 전화국만 440여곳으로, 시가로 약 8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증권가의 분석도 있었다. 전화국은 2002년 KT가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KT 지사로 모조리 간판을 바꿔 달고 계속해서 KT의 알짜 자산으로 남았다. KT에스테이트 역시 “KT그룹의 8조원 자산운영업무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인근의 KT광진지사 역시 곧 개발을 앞두고 있다. KT광진지사는 바로 뒤편의 KT수도권강북광역지사(강북본부), 송파구 문정동으로 떠난 옛 서울동부지검·지법과 함께 ‘자양1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KT 소유부지(6만384㎡)와 옛 동부지검·지법(1만7763㎡)을 합하면 부지면적만 7만8147㎡로 서울 시내에 몇 남지 않은 매머드급 부지다. 관할 광진구청에 따르면, 이곳에는 35층 높이의 호텔을 비롯해 17층 높이의 광진구청 신청사도 입주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9월 착공에 들어가서 2024년경 완공된다. KT에스테이트는 2010년 회사 설립 직후부터 해당 부지의 개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등 재개발을 타진해왔다. KT에스테이트의 한 관계자는 “KT 강북본부 자리에 호텔이 들어오는 것은 맞다”면서도 “객실수나 브랜드 등 구체적 계획은 향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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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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